[M&A 트렌드③]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동상이몽, M&A 늘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박기범 기자
입력 2022-05-22 14:1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대기업과 스타트업, 상이한 목표 속 M&A 거래 가능

  • 스타트업의 클린 거버넌스, 스타타업 대체 불가능성 높여

  • 대기업 인력·문화·비용 구조, 대기업의 LP투자 문화 이끌어

 

한효석 EY한영 재무자문본부 부문장 [사진=EY한영]

최근 스타트업이 대기업을 집어삼키는 일이 자주 나타나며 일종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스타트업들은 당장의 이익보다 규모를 키우는 데 집중하는 반면 대기업들은 당장의 실적이 중요하다 보니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지난 3일 아주경제 자본시장부는 EY한영 회계법인의 한효석 재무자문본부 부문장과 'M&A 트렌드'를 중심으로 인터뷰했다. 3부에서는 △신선식품 스타트업 '정육각'의 대상그룹 계열사인 '초록마을' 인수 △세탁 스타트업 '런드리고'의 아워홈 계열사 '클린누리' 인수 △부동산 정보 플랫폼 '직방'의 삼성SDS IoT(사물인터넷) 사업부문 인수 등 최근 스타트업이 대기업 사업부를 인수하는 현상을 중심으로 대기업과 스타트업·VC의 차이를 다룰 예정이다.
 
거래는 관점이 다를 때 쉽게 이뤄진다. 코인을 예로 들면 앞으로 코인 하락장을 예상하는 매도자와 코인 가격이 오를 것으로 생각하는 매수자가 만난다면 거래가 쉽게 성사된다. 인수합병(M&A)도 마찬가지다.
 
스타트업과 대기업은 태생적으로 다르다. 둘은 비전과 목표 그리고 기업 문화도 차이가 난다. 이 가운데 나타나는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M&A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스타트업은 적자를 내더라도 용인받곤 한다. 벤처캐피털(VC)은 수익성보다 성장성에 더욱 주목한다. 그들이 투자하는 대부분의 플랫폼은 네트워크 효과가 있다 보니 규모가 커지고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효과가 배가된다. 이렇다 보니 스타트업의 전체 기업가치를 매길 때에는 PSR(주가매출비율) 또는 GMV(총거래액)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한효석 부문장은 "스타트업들이 많이 지향하는 플랫폼 비즈니스는 데스밸리(벤처 기업이 연구·개발(R&D)에 성공한 후에도 자금 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맞는 도산 위기)를 지나서 사업이 성공하게 되면 조금 과장해서 이후 한계비용은 0에 가깝다. 매출액이 곧 영업이익이다. 그래서 매출이 곧 현금창출력 지표이다. 유튜브를 생각해보자. 고객이자 생산 협력자인 유튜버가 영상을 제작하여 유튜브에 올리고 신규 사용자를 끌어들이고 새로운 광고수익이 발생하는데 유튜브 입장에서는 증분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한계비용이 없는 상황을 가정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다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장기간 적자를 무릅쓰면서 성장을 마냥 기다리기 어렵다. 특히 대기업 의사결정은 조직의 구조적 특성상 5년, 10년 이상의 장기적 목표를 가지고 이루어지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한다. 또한 대기업의 특성상 계열사를 전부 뜯어고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기적으로 빠르게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는 "대기업의 투자 의사결정은 다양한 관점의 조직구조와 이해관계를 극복해야 한다. 대기업의 투자담당자는 재무담당자, 법무담당자, 관련 사업담당자, 인사담당자를 모두 설득하고, 이사회에 가서는 투자 효과 및 시너지 가능성, 미래 전망에 대해 다 설명하고 책임져야 한다. 실행 이후에는 또한, 단기적 수익성도 입증해야 한다"면서 "아울러 금년, 내년과 내후년에 얼마나 이익이 나는지 다 추산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반면 벤처캐피털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단기적 성과보다 장기적으로 길게는 5~10년을 상당히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기다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라며 대기업과 벤처캐피털의 차이를 설명했다.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 입장에서는 적자인 대기업의 사업부나 계열사 역시 불확실성이 더해진 장기적 관점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들의 성장에 발판이 되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기업의 본질가치(밸류에이션)와 달리 지불할 수 있는 가격(프라이스)은 다를 수 있다. 최근에 딜이 끝난 초록마을의 경우 4년간 영업 손실을 냈다.
 
대기업의 사모펀드 LP 투자 트렌드도 이 흐름의 연장선이다. 그는 "대기업의 의사결정 구조로는 본질가치와 차이가 큰 기업가치로 딜을 진행하기 매우 어렵다. 하지만 LP로 투자하는 구조에서는 위험을 줄이고 장기적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배구조 선진화가 요구되고 있다. 투자 규모는 늘어나고, 투자 위험성도 덩달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건전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을수록 기업의 가치는 상승하고 경쟁력 역시 높아진다"면서 "건전한 지배구조는 임직원은 물론 주주, 거래처 등 이해관계자에게 투명한 경영과 함께 비전을 밝히는 것이다. 현재를 바탕으로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가 뚜렷하게 보여야 한다. 이는 밸류에이션에 자연스레 반영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한효석 재무자문본부 부문장과의 일문일답이다.
 
◇획일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VC와 대기업 간 주로 쓰는 벨류에이션이 상당히 달라 보인다. VC는 PSR, GMV 등 성장성에 집중해 가치를 측정한다면 대기업은 EV/EBITDA 등 여전히 현금회수 관점이다. 이 같은 상이한 관점은 딜이 이뤄지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는가?
 
-딜의 도움 여부 떠나서 앞으로 이런 모습이 이어질 것이다. VC와 대기업은 투자 목적이 다르다. 밸류에이션은 기업의 본질가치지만 딜의 프라이싱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어떤 기업을 평가하면서 밸류에이션은 미래현금흐름 창출능력에 대한 현재가치라는 측면에서 투자자가 대기업이냐 벤처캐피털이냐 관계없이 큰 차이가 나지 않을 수 있지만 프라이싱은 다르다. 프라이싱은 투자대상 회사의 딜 시장에서 수급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VC는 벤처기업에 투자한다. 그런데 벤처, 스타트업은 시리즈 C를 넘어 D까지 가더라도 이익을 내는 기업은 많지 않다. 전통 밸류에이션 방법으로는 투자를 위한 프라이싱이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투자할 금액은 결정해야 한다. PSR, GMV가 자주 쓰이는 이유는 투자하는 기업들이 플랫폼 성향 또는 디지털 비즈니스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IT도 플랫폼이고 바이오도 플랫폼이다. 플랫폼은 비즈니스를 위한 네트워크와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기에 그 자체로는 직접 수익을 제공하는 모델이 아닌 경우가 많다. 오히려 해당 플랫폼에 참여자들이 얼마나 있는지, 참여자들의 참여도와 네트워크 효과가 얼마나 발생할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실사 시 액티브 유저 수를 따지고, GMV 확장성을 예상해 보는 것이다.
 
또한 이런 회사들은 데스밸리를 지나서 사업이 성공하게 되면 조금 과장해서 이후 한계비용은 0에 가깝다. 매출액이 곧 영업이익이다. 그래서 매출이 곧 현금창출력 지표이다. 유튜브를 생각해보자. 고객이자 생산 협력자인 유튜버가 영상을 제작하여 유튜브에 올리고 신규 사용자를 끌어들이고 새로운 광고수익이 발생하는데 유튜브 입장에서는 증분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한계비용이 없는 상황을 가정한다.
 
반면 대기업은 이미 하나의 국가처럼 엄청나게 많은 시스템과 규정, 인력을 거느리고 있다. 어떤 딜을 하더라도 인수 이후 한계비용을 0으로 가정하기 어렵다. 대기업이 진입하면 원가는 오른다. 그래서 PSR, GMV가 아니라 영업현금흐름과 EBITDA 등으로 볼 수밖에 없다.
 
또한 대기업의 투자 의사결정은 다양한 관점의 조직구조와 이해관계를 극복해야 한다. 대기업의 투자담당자는 재무담당자, 법무담당자, 관련 사업담당자, 인사담당자를 모두 설득하고, 이사회에 가서는 투자 효과 및 시너지 가능성, 미래 전망에 대해 다 설명하고 책임져야 한다. 실행 이후에는 또한, 단기적 수익성도 입증해야 한다. 아울러 금년, 내년과 내후년에 얼마나 이익이 나는지 다 추산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반면 벤처캐피털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단기적 성과보다 장기적으로 길게는 5~10년을 상당히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기다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렇다면 지금 상황이 합리적이라고 보는가?
 
-VC와 대기업의 투자단계에서 밸류에이션 방법의 차이는 내부 구조적으로도 또한 자본시장의 기능 차원에서도 다른 리그로 구분되어 보는 것이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유명한 방송인 또는 아티스트가 개인적 재능만을 가지고 물리적 자산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아이디어만으로 펀딩 받는다고 할 때, VC는 가치를 프라이싱하여 투자할 수 있다. 상당히 많은 경우 실패할 수도 있지만 하이브처럼 100조원이 될 수도 있다.
 
반면 대기업 구조에서는 실행하기 쉽지 않은 투자기회일 가능성이 높다. 물질적 자산인 콘텐츠, 시나리오와 출연진, 작품과 함께 배급망을 통해서 내년과 후년 얼마나 이익이 날 것인지 추산하고 조직 내 이해관계자와 더 나아가 외부 이해관계자에게도 합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현재 개인의 아이디어를 미래 재무적 성과로 설명하는 것이 논리적 타당성을 갖추기 쉽지 않다.
 
◇ 이번 정권 교체와 관련된 업계의 화두라면 '주식양도소득세 폐지'와 '상장사 M&A 시 소액주주에 동반 매도청구권 부여' 등을 꼽을 수 있다. 양 공약이 실현된다면 M&A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예상 부탁한다.

-소액주주 동반 매도청구권은 자본주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주주 평등주의가 구체화되는 현상으로 이해된다. 입법화된다면 앞으로 M&A 시장에서 대주주의 경영권 프리미엄은 상당히 주장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매도자 시장의 공급측면에서 부정적인 상황이 예상된다.

주식양도소득세가 폐지된다면 주식 매매 거래에 대한 세금 부담이 없어지지만 100억원 이상의 딜이 상당수인 M&A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다. 다만 가업 상속의 이슈가 있는 소규모 개인 기업의 딜이 공급 측면에서 많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되며, 이는 오래된 국내 산업재편에 윤활유가 될 수도 있어 보인다.
 
특히 자동차 부품, 전자통신 부품, 건설자재, 제약 분야는 과거부터 개인창업이 많았다. 개인기업이 많다 보니 큰 규모가 많지 않다. 이 중 경쟁력이 있는 기술이나 자산을 보유한 기업에 대하여는 딜 실행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된다.
 
◇상장 기업의 물적분할 시 소액주주들에게 여러 권리를 부여할 전망이다. 대기업들의 투자유치, 경영권 매각 등의 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가?
 
-향후 M&A 딜의 공급 측면에서 억제 요인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본다. 주식시장이 보다 효율적이면 발생하지 않아야 할 이슈인데 현실에서는 정보의 비대칭과 과도한 시장반응 등으로 인하여 성장성과 수익성이 높은 사업에 대한 물적분할이 소액주주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보이기도 하였다. 이를 입법으로 규제할 경우 사업의 구조화를 통한 자본조달, 독립경영 등 딜 시장에는 긍정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지배구조가 건전하고 투명한 기업경영이 실현되고 있는 기업에는 주식시장에서도 합리적 반응이 나오게 되어 장기적으로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