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중대재해법 수술 예고한 尹정부, 노동계와 타협 방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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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지·윤혜원 기자
입력 2022-05-1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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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주경제DB]

윤석열 정부가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를 약속했지만 노동계는 실제 노동자를 존중하는 정책인지에 대해 적잖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건강권 침해 비판이 일고 있는 주 52시간 상한제 무력화 정책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노사정 대화 원칙을 지키는 한편 노동 선진국 모델을 지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전날 열렸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회의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앞에서 '윤석열 정부의 올바른 최저임금제도 운용 촉구' 기자회견을 했다.
 
글로벌 공급망 교란에 중국 경제 경착륙,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 현상까지 경제 리스크가 산적한 상황에서 노동정책을 둘러싼 경영계와 노동계 요구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동개혁' 필요성을 강조한 윤 대통령이 합의를 이뤄야 할 노동 분야 주요 국정과제로는 최저임금, 주 52시간 근무제, 중대재해처벌법 등이 꼽힌다.
 

[사진=아주경제DB]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강조해왔지만 국정과제에서는 빠졌다. 최저임금을 지역과 업종에 따라 차등 적용하자는 것인데, 지역 차등은 법적 근거도 없고 업종 차등도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노동계는 차등 적용이 '임금의 최저 수준을 정해 저임금 근로자의 최소한 생활을 보장한다'는 최저임금제 취지를 무너뜨린다고 보고 도입에 반대한다. 반면 경영계는 임금 지불능력 약화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을 지속적으로 호소해왔다. 양측은 전날 최저임금 회의에서도 신경전을 이어갔다. 

또 정부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완화해 근로시간을 유연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근로자가 평균적으로 주 52시간 근무를 유지하면서 직무·업종 특성에 맞게 본인 총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이는 기업들이 새 정부가 최우선으로 다뤄야 할 노동 현안 1순위로 꼽는다.

그러나 노동계는 건강권 침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반대한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은 "노사 선택과 자기 결정이라는 미명하에 약정한 시간을 넘는 연장노동에 대한 책임과 비용이 노동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며 "노동시간 유연화 이전에 실노동시간 단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명확한 경우가 아니면 경영책임자를 면책해야 한다는 경영계 주장을 수용한 윤 대통령의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의지에 대해서도 시행된 지 반년도 안 된 법에 손댈 게 아니라 엄정한 법 집행이 우선이라며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노사가 타협점을 찾기 위해선 한국노총과 함께 노동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민주노총이 장외가 아닌 공식적인 노사정 협의체인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들어오도록 하는 노력도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동일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정부 정책을 노동계에 제시하기 전에 '대화 테이블에 들어오라'는 자세가 아니라 노동부 장관이나 대통령 측이 경사노위 참여를 거부해 온 민노총을 공식적 또는 비공식적 루트를 통해 끈기를 갖고 대타협을 위한 자리에 앉도록 설득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노사정 대화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한편 선진국 노동정책을 거울 삼아 재계를 설득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노무사 출신인 김남석 변호사(법무법인 태원)는 "오히려 유럽 수준으로 노동권을 보장하겠다고 나선다면 일이 쉽게 풀릴 수도 있다. 재계를 설득하는 게 더 쉬울 수 있기 때문"이라며 "아직 한국 노동권이 여타 선진국에 비해 다소 낙후돼 있다는 평가도 있기 때문에 노동 선진국 정책을 모티브 삼아 노사정 대화를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해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구체적으로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단체교섭 효력확장제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전향적인 조처가 필요하다"며 "노사 관련 제도가 갈등을 완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완충하기보다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노동정책을 추진할 때 그동안 법·제도가 변화한 취지 자체를 몰각시키지 않으면서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인선 노동전문 변호사(법무법인 YK)는 "근로자 보호를 위해 근로시간에 한도를 두고 또 중대재해처벌법도 제정했던 것이라면 그 취지는 최대한 몰각시키지 않으면서 기업 경영을 위축시키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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