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보경의 M&A] (25) 한·중·일 3國경제 전쟁과 백기사 사용 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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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보경 ㈜프론티어 M&A 회장
입력 2022-05-13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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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보경 회장]


동북아시아 한·중·일 3국은 미국 경제권, 유럽연합과 더불어 세계 3대 경제권역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 3국은 경제뿐만 아니라 군사적인 면에도 세계적인 10대 강국으로 성장하였지만 고대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전쟁과 침탈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이해관계가 가장 첨예하게 충돌하고 있는 지역이고,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것은 물론 역사와 영토 문제에서도 강한 대립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 또한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의 최전선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며, 외형적으로는 협력하는 듯 보이지만 내면을 살펴보면 견제와 갈등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중·일 3국은 경제력, 군사력, 문화력 등 전반적인 국력은 계속 팽창해 국제적으로 발언권이 강해지고 있지만 이해관계는 더욱 첨예하게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중국, 일본 등 3국은 첨예하게 대립하기도 하지만 공통점도 많다. 첫째가 유사한 유교문화권으로 교육열이 대단히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론을 형성하는 능력과 이론적 전략전술을 수립하는 능력이 뛰어나지만 경쟁이 발생했을 때에는 내부 혼란이 일어나는 단점도 있다. 둘째는 국가와 민족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 의식과 민족주의 성향이 매우 강하다. 이는 타 민족에 대한 배타적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국가 간 갈등이 발생했을 때 국민들 간 갈등으로 번져나간다. 셋째는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어 해외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과 대립이 치열하다. 현재 동북아 3국은 세계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일본의 아성에 한국이 추월하는 분야가 많아지고 있고, 중국 또한 한국을 추월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고 있다. 문제는 중국은 화교 경제권과 함께 협력하고 있으며, 일본은 유대인 자금과 미국, 유럽과 협력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한국은 확실한 글로벌 경제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어 열세인 상황이다. 넷째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경제성장을 달성했다는 것이다. 경제는 빠르게 성장했지만 소득 불평등과 격차가 크게 벌어졌기 때문에 항상 내부 갈등의 문제가 내재되어 있다. 다섯째는 군사비 지출이 미국을 제외하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동북아시아 3국 중에서 한국을 제외한 일본과 중국은 틈만 나면 이웃 국가를 침공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한국은 동족인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고, 중국은 대만 문제 그리고 일본은 한국, 러시아, 중국 등과 영토 분쟁을 겪고 있다.

따라서 동북아시아 지역은 경제적으로 크게 성공한 지역이면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 지역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국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이 병법 삼십육계(Thirty-Six Stratagems) 중에서 제23계에 속하는 원교근공(遠交近攻) 전략과 M&A 전략에서 유용하게 사용하는 백기사(White Knights)를 활용하는 전략이다. 원교근공 계책은 '먼 나라와는 친하게 교류하고, 가까운 나라를 제압하여 굴복시키는 전략'이다. 동북아시아 3국과 같이 국가와 민족공동체를 가장 중요시하는 국가들은 필연적으로 잡다한 분쟁이 발생하게 되어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어지럽게 꼬여 있는 북한 문제가 있고, 중국 또한 해결하기가 쉽지 않은 대만 문제가 있다. 또한 대륙 세력의 일대일로 전략과 해양 세력의 림랜드 전략이 충돌하고 있는 접점지대에 있는 것도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과거에는 대륙 세력에 비해 해양 세력이 강해서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현재는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이 일촉즉발의 대결 상태로 치닫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의 경제성장을 활용하여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달성하고, 일본을 추월할 태세를 갖추게 되었지만 일본과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직면하여 심한 견제를 받게 되었다. 병법 36계에는 세력이 약한 상태에서 큰 일을 도모하는 계책이 다양하게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세력이 약한 나라는 미인계(美人計)를 조심하고, 연환계(連環計)를 바탕으로 한 원교근공(遠交近攻)의 계책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 미인계를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우매하고 부패한 정치권력들은 대체로 미인계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세계 판세를 읽지 못하는 우물 안 개구리들은 권력에 쉽게 취해 오만방자한 영웅심리에 쉽게 빠져 미인계와 같은 계책에 쉽게 넘어간다.
M&A 병법에서는 세력이 약한 주주가 상대적으로 강한 공격자를 물리치기 위해 백기사 전략을 사용한다. 세력이 약한 상태에서 경영 지배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평상시에는 백기사를 초빙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하고, 유사시에는 백기사를 초빙하여 승기를 잡아야 한다. 또는 소수 주주를 포섭하는 능력도 매우 중요하다. 유럽 국가들은 유럽연합을 구축하여 거대한 세력을 구축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이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치열한 전략 싸움을 하고 있으며, 결국 영국은 유럽연합을 탈퇴하게 되었다.

동북아시아 3국에서 백기사로 초빙할 수 있는 국가는 미국과 유럽연합 그리고 러시아와 같은 나라일 것이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적대 정책을 취하고 있지만 일본과는 매우 가깝다. 유럽연합은 중국과는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일본과는 매우 가까운 상황이다. 러시아는 중국과 경쟁관계에 있지만 미국에 공동 대응하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일본과는 사이가 좋지 않은 편이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와도 주도적인 관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백기사는 적대적 M&A에 의해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을 때 현재의 경영진 또는 대주주 편에 합류하여 경영권 방어를 돕는 세력을 말한다. 적대적 M&A의 승부는 다양한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적대적 M&A의 표적이 되어 있는 기업의 주주총회에서 경영진을 선임할 수 있는 정도의 의결권을 더 많이 확보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결정된다.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의결권 대결은 기존의 경영진 또는 대주주의 편에서 의결권을 확보해주거나, 발행한 주식을 매집하거나, 3자 배정으로 대상 기업의 주식을 인수하거나, 의결권이 제한되어 있는 자사주 또는 대주주의 지분을 인수하여 의결권을 부활시키거나, 전략적 제휴 등과 같이 이해관계를 활용하여 백기사를 만드는 방법을 사용한다. 백기사 전략을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백기사가 자기이익을 우선시하는 회색기사(Grey Knights), 경영권 분쟁을 이용하여 주가차익을 노리는 그린메일러(Greenmailer), 경영권을 차지하려는 기업사냥꾼(Corporate Raiders), 주가조작꾼 등으로 돌변하는 것이다. 백기사인 줄 알고 초대했는데, 경영권을 탈취하는 세력이라면 그 전략은 실패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백기사 전략을 사용할 때에는 불가침 협정계약(Standstill Agreement)를 치밀하게 맺어두는 것이 좋다. 확실한 것은 백기사 초빙에 성공하였다고 하여도 영원한 우군이 없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하는 것이다. 정글에서 맹수들이 영원한 계약관계가 유지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원거리에 있는 국가들은 지리적인 거리 때문에 서로 경쟁을 벌일 필요가 없는 반면 근거리에 있는 국가들은 좋든 싫든 한정된 물자와 자원을 두고 생존을 위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유럽연합 소속국들도 내부에서는 독일, 프랑스, 영국 등과 같이 주도권 다툼을 위해 서로 멀리 있는 미국은 물론 북유럽권 및 동유럽권의 지지를 얻는 정책을 펼치고, 넓게 보면 가까이 있는 러시아를 견제하면서 멀리 떨어져 있는 동북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국가와 수교를 한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기축통화국이자 소비지역이라면 동북아시아 3국은 세계 경제에서 생산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내수시장이 작은 한국은 세계적인 원자재 가격의 폭등,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에 의한 보호무역주의의 대두,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의 충돌, 남북 문제, 경제영토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 스태그플레이션 또는 경제 불황 등에 매우 취약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동북아시아는 한국, 중국, 일본 등이 경제를 주도하고 있지만 3국 중에서 한국 국력이 가장 약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중국은 내수시장이 크기 때문에 소비국가의 위상을 찾을 수 있지만 한국은 내수시장이 작아 수출 중심의 성장전략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국의 국가전략은 글로벌 경제네트워크의 구축을 위한 원교근공의 전략과 유사시에 아군을 확보할 수 있는 백기사 전략을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프론티어 M&A 성보경
 
 

성보경 필자 주요 이력

△DBL(Drexel Burnham Lambert) 전략무기분야 M&A팀장 △리딩투자증권 M&A본부장 △우리인베스트먼트 회장 △세종대 주임교수 △(사)한국말산업중앙회 부회장 및 말산업클러스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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