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현장선 여전히 혼란… 尹정부 중대재해법 어떻게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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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은 기자
입력 2022-05-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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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문가 "시행령 바꾸는 건 한계 있어"

  • 교육·지원 확대 등 단계적 접근 필요

[사진=중기중앙회]

#. 중소 전기공사업체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최근 잇따른 중대재해 사고 소식을 접하면서 두려움에 떨고 있다. 현장에서 안전 확보 의무를 다하고 있지만 예상치 못한 사고가 터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씨는 “안전관리자를 여러 명 두고 관련 서류도 준비했지만 필요한 조치를 다했는지는 의문”이라며 “아직도 중대재해처벌법을 잘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중대재해법 시행 100일이 지났지만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혼란이 여전하다. 모호한 법령으로 인해 대처 방법을 쉽게 찾지 못하는 데다 대응 여력도 부족한 탓이다. 중소기업계에선 예고된 혼란이라며 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새 정부에서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지난 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를 보면 ‘산업 현장에 맞게 관련 법과 제도를 개선해 기업 자율의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사실상 중대재해법을 손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중대재해법은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중대 산업재해 발생 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 여부를 확인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위반 정도에 따라 1년 이상 징역형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과도한 처벌 규정과 모호한 법령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1월 28일 법 시행 이후 중대재해법 적용 사고가 50건가량 발생했으나 처벌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는 이유 역시 모호성으로 법 집행이 어렵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중소기업계에서는 전문인력 부족, 안전보건시설 확충 비용 마련 어려움 등 대응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피력해 왔다. 이에 정부 차원에서 시설 개선과 전문인력 채용을 위한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새 정부는 이러한 목소리를 반영해 처벌 규정 등을 손질할 것으로 전망이다. 다만 여소야대 국면에서 법 개정이 쉽지 않은 만큼 시행령 개정으로 보완할 가능성이 크다. 구체적으로 처벌 수위를 징역형에서 벌금형 위주로 완화하는 방법 등이 거론된다.
 
모호한 규정에 대한 보완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주가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을 구축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필요한’ 인력과 예산이 어느 선까지인지 명확하지 않아 법적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책임 소재도 모호하다. 중대재해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업장을 실질적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처벌을 받게 된다. 여기서도 ‘실질’의 기준이 모호하다 보니 고용노동부나 검찰의 자의적 해석에 따른 과잉 처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중소기업계에선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경우 면책 가능한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현장 안전사고의 대부분이 근로자의 안전수칙 위반으로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근로자 부주의로 인한 사고 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의 처벌을 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호석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안전관리체계를 조속히 구축하고 산업재해 예방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정부가 시설 개선과 전문인력 채용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며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경우 면책될 수 있는 규정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법에 규정된 사항을 시행령이나 하위 지침으로 바꾸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있고, 노동계와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이 큰 만큼 시행령 개정에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시행령 개정에 앞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지원을 늘리는 방식으로 실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채희태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구체적인 법 개정 방안을 논하기는 성급한 단계”라면서도 “중대재해 사고가 빈번한 시설 및 업종을 선정해 교육과 예산‧인력투자, 전담조직 배치 등을 우선 지원하는 방식으로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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