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들 건전성 악화에 유상증자·후순위채 발행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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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기자
입력 2022-04-25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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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협생명, 올해만 1조4300억원 자본확충…한화생명 1조원 이상 증자·후순위채 추진

[사진=NH농협생명]

 
생명보험사들이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 내년에 도입될 새 보험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하고, 악화하는 건전성 지표를 회복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여기에 금리 인상기까지 겹쳐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추가 금리 인상 전에 자본 확충을 추진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25일 생보업계에 따르면 NH농협생명과 DGB생명, 한화생명 등 주요 생보사들이 앞다퉈 유상증자와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등 자본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한화생명]


농협생명은 26일까지 농협금융지주 측에서 3750억원 규모 증자 주금을 납입받을 예정이다. 이번 증자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올해만 농협생명 자본 확충 금액은 1조4300억원에 달한다.

앞서 농협생명은 지난 3월 225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이어 6000억원 규모 후순위채를 공모 방식으로 발행했다. 4월에는 2300억원 규모로 사모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후순위채 공모 발행 당시엔 당초 3000억원을 계획했으나 발행 금액을 2배로 늘렸다. 

DGB생명은 지난 20일 이사회를 열고 3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의결했다. 주주 배정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증자는 보통주 360만5335주, 신주 발행가액은 1주당 8321원 수준이다.

한화생명 역시 자본 확충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 1월 한화생명은 7억5000만 달러(약 9094억원) 규모로 ESG 해외 후순위채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10년 만기 상품으로 5년간 고정 이자 3.379%를 지급한다. 지난달 24일에는 IFRS17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3000억~5000억원 규모 추가 후순위채 발행을 결정했다.

이처럼 생보사들이 자본 확충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내년 도입될 예정인 IFRS17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새 국제회계기준으로, 이 기준이 도입되면 과거 확정형 고금리 상품을 다수 판매했던 생보사들은 손보사들에 비해 회계상 인식되는 부채가 대폭 늘어날 수 있다.

실제 농협생명과 한화생명은 지난해부터 건전성 악화를 겪고 있다. 농협생명의 지난해 말 기준 지급여력(RBC) 비율은 210.5%로 전년 대비 77.2%포인트 하락했다. RBC 비율은 보험계약자가 한번에 보험금을 청구했을 때 보험사가 이를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수치로, 보험사의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다.

한화생명 RBC 비율은 184.63%에 불과했다. 이는 최근 4년간 평균인 210~230%를 하회하는 수치다. 대형 생보사(삼성·교보·한화생명) 중 RBC 비율이 200%를 하회한 생보사는 한화생명이 유일했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하자 보다 낮은 금리로 자본 확충을 마무리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실제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22일 기준 3.314%로 지난해 말보다 1%포인트 상승했다. 30년 만기 국고채는 지난 18일 기준 3.257%에 달해 2014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생보사 관계자는 "원래 금리가 인상되면 보험사 건전성이 좋아지는 게 맞지만 IFRS17 도입 대비와 지속적으로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는 생보사들에는 지금이 자본 확충을 위한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며 "고금리 저축성 상품을 많이 판매한 생보사들의 자본 확충 러시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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