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는 서울지방변호사회, 한국헌법학회와 공동 주최로 21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새 정부 법조공약 평가-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헌법적 검토' 공동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100일까지의 법 적용 실무에 대한 소고'를 주제로 발제를 맡은 강세영 변호사(법무법인 광장)는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들에 안전과 관련한 '의무'를 적시했지만 그 구체성이 떨어져 기업들이 혼돈에 빠졌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 제4호다. 해당 조항은 "다음 각 목의 사항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예산'을 편성하라"고 규정하고, 기업이 편성해야 할 예산 유형으로 △재해 예방을 위해 필요한 안전·보건에 관한 인력, 시설 및 장비의 구비 △유해·위험요인의 개선 △그 밖에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등을 위해 필요한 사항으로서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사항 등을 제시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건설업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 및 사용기준'은 예산 편성 조항과 관련해 사업주가 건설공사 시 지급해야 할 안전보건관리자의 인건비 및 각종 업무수당, 안전시설 비용, 보호장구 구입비용, 안전보건 진단비 등 항목별로 상세하게 제시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도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을 통해 추락위험이 있는 구간에는 안전 난간을 설치해야 하고 끼임 우려가 있는 회전축에는 덮개를 설치하라고 하는 등 비교적 명확한 의무와 규정을 두고 있다. 강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은 더욱 명확한 의무를 제시하고 있어야 하지만 어떠한 기준이나 절차 등에 따라 어느 정도의 규모로 예산을 편성해야 하는 것인지 상당한 혼란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법상 여러 가지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명확성이 떨어져 경영상의 혼란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 책임자 등이 유해 위험요인 확인 및 점검 결과에 따른 필요한 조치, 종사자 의견 청취 및 개선방안 이행 등 여러 가지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강 변호사는 "단지 경영상 측면에서의 필요한 조치를 의미하는 것인지 현장 업무에 관한 구체적 사항에 관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인지 등이 명확하지 않아 현재로서는 의무이행에 관한 혼란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법의 불명확성은 처벌의 공포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이 경영자 측의 말이다. 토론자로 참석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임우택 본부장은 "처벌의 과도성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처벌법상 불명확한 개념이 다수 존재한다"며 "예방 의지가 우수한 사업장에서조차 누가 어떤 의무를 어디까지 이행해야 하는지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예기치 않은 중대재해 발생 시 처벌의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최근 경총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후 업계에서는 안전에 대한 경영자 인식이 제고되고 안전투자를 늘리는 등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응답 기업 10곳 중 8곳이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특히 '경영 책임자(원청)의 의무내용 및 책임범위 구체화'가 가장 시급하다고 답했다.
임 본부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은 헌법상 책임주의 및 평등의 원칙, 명확성의 원칙에 모두 위배될 소지가 다분하다"며 "중대재해 예방의 실효성을 높이고 법 적용과 관련한 소모적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루속히 입법보완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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