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K-콘텐츠, 불법 복제로 침몰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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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균 아카마이 코리아 본부장
입력 2022-04-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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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균 아카마이 코리아 본부장[사진=아카마이]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한류'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오스카를 수상한 영화 '기생충'을 비롯해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등 작품은 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덕분에 누구나 아는 제목이 됐다. 국내 콘텐츠 산업은 꾸준히 성장해 2020년 연간 수출액 108억 달러(약 13조2600억원)를 기록했으며, 화장품(약 9조3300억원)이나 가전제품(약 8조6000억원)과 같은 주요 수출 품목보다 우리나라 경제에 더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전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 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강국이 되면서 콘텐츠 산업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은 산업 성장에 발맞춰 해외 시장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을 저작권 침해로부터 보호하고자 적절한 저작권 보호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콘텐츠 소비 패턴이 디지털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전환됐고 올바른 소비와 불법 복제 사이의 경계가 점차 모호해졌다. 콘텐츠의 형태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부 소비자들은 영상 사본을 다운로드하거나 드라마나 행사 등을 온라인에서 불법으로 다시 감상하는 것을 절도로 인식하지 못한다.

실제로 아카마이가 전세계 불법 스트리밍·다운로드 관련 데이터 분석 업체인 무소(MUSO)와 함께 발간한 최신 인터넷 보안현황 보고서 '불법 복제, 더 커진 사각지대(Pirates in the Outfield)'에 따르면, 콘텐츠 소비 패턴이 온라인으로 전환됨에 따라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전세계 불법 복제 수요가 전년에 비해 16% 상승한 수치인 3억7000건에 달했다.

 

소비자가 불법 복제된 콘텐츠에 접근하는 경로. 불법 복제 자료에 직접 접속(61.5%), 불법 복제 자료 검색(28.6%)이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이외에도 소비자들은 타 웹사이트, 소셜미디어, 디스플레이 광고, 이메일 광고 등을 거쳐 불법 복제 콘텐츠에 접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아카마이]


사이버 범죄자들이 인기 콘텐츠를 악용해 시청자를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로 유인하는 상황에서, 합법적인 시청 수 감소와 잠재적인 수익 손실은 장기적으로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 디지털 불법 복제가 콘텐츠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이유

콘텐츠 불법 복제는 종종 산업 특성 상 감당해야할 비용의 일부로 간주돼 왔지만, 오늘날에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 불법 복제는 산업 성장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으며, 점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어 반드시 해결해야할 비즈니스 과제다.

미국을 예로 들어보자. 2019년 미국 상공회의소의 글로벌 혁신 정책 센터(Global Innovation Policy Center)는 불법 복제로 인해 매년 최소 290억 달러(약 35조6000억원)의 수익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제작 스튜디오와 방송사가 투자에 대한 수익을 얻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새 프로젝트를 개발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새 콘텐츠가 개발되지 않으면 제작자, 스태프, 연예인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팬들도 그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게다가 신규 스트리밍 서비스의 부상으로 사용자 유치를 위한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도 합법적인 기업은 상당 수준의 시청 경험을 제공하면서 높은 이윤 창출이 쉬운 불법 복제물 유통 업체와도 경쟁해야 한다. 합법적인 채널에 수익 손실이 미치는 영향은 일자리 감소뿐 아니라 채널 폐쇄, 전체 시리즈 취소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또한 아카마이는 조사를 통해 사이버 범죄자들이 크리덴셜 및 정보 피싱, 악성코드, 봇넷 애그리게이션 등의 표적 공격 수단으로 영화·게임·도서·스포츠 이벤트 등 유혹적인 불법 콘텐츠를 악용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일부 범죄자는 단순히 불법 복제를 수익원으로 삼아 사용자에게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접근 비용을 청구하기도 한다.

이러한 요소를 감안할 때 관련 업계 기관, 방송 제공업체 및 의사 결정권자는 불법 복제가 비즈니스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 360도 전방위 접근 방식으로 콘텐츠 불법 복제 방지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불법 복제 서비스를 단순히 폐쇄한다고 해서 콘텐츠의 합법적 소비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범인은 잡히거나 기소되지 않는 한 몇 분 안에 새로운 사이트를 쉽게 구축할 수 있다. 또한 불법 복제 조직들은 기소된다고 하더라도 활동을 이어 나가는 경우가 많다.

불법 복제로 인한 피해를 효과적으로 예방하려면 방송사 레이어에 대한 불법 복제를 거의 실시간으로 식별하고 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카마이는 방송 제공업체의 1차 방어선 역할을 하는 매니지드 콘텐트 프로텍션(MCP)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자동화 모드 또는 사람의 감독 하에 실행할 수 있어 다양하게 활용 가능하다. MCP는 미디어 업무 흐름에서 기존 서비스를 보완하기 때문에 외부 입력을 기반으로 결과를 제공하거나 다른 툴과 서비스에 연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이와 동시에 장기간에 걸친 불법 복제 시도에 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콘텐츠 업체들이 불법 복제 위협을 포착·학습·대응할 수 있으므로, 불법 복제자들이 서비스를 악용하는 곳을 보다 잘 이해해 이를 선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불법 복제는 그 어느 때보다 만연해지고 있으며 불법 복제자들이 사용하는 기법과 기술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한국 콘텐츠가 전세계적으로 공감하는 주류가 되고 있는 지금, 업계 관계자들의 보안에 대한 인식은 한국 콘텐츠의 성장과 더불어 함께 발전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 콘텐츠의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할 수 있도록 부지런히 불법 복제를 차단하고 지식재산권(IP)을 보호하는 솔루션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김도균 아카마이 코리아 본부장은

김도균 본부장은 오토데스크, SAP, 델EMC 등 글로벌 기업에서 10년간 영업·판매 등 부문에서 근무했다. 지난 2016년 아카마이 코리아에 입사한 이래로 기업 대상 영업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이커머스, 금융, 자동차, 엔터프라이즈 등 여러 기업 산업군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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