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재판 톺아보기] 비의료인 타투시술 금지, 또 합헌...7: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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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원 기자
입력 2022-04-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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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년 전 대법원 "문신, 의료행위" 첫 판단

  • 헌재 "의료인과 동일한 안전성 보장 못 해"

  • "문신사, 위생관리 충분히 가능" 소수의견

  • 문신단체들 "직업선택·예술표현 자유 침해"

 

타투입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는 류호정 의원(뒷모습). [사진=연합뉴스]

비의료인이 문신(타투) 시술을 하면 처벌하는 현행 의료법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지 5년 만에 나온 결정이자, 대법원이 의사가 아닌 자의 문신 시술을 처벌 대상으로 판단한 지 30년 만이다.

1일 한국타투협회에 따르면 반영구 화장까지 포함한 문신 업계에 종사자는 20여만명, 시장 규모는 1조원을 상회한다. 30년 전 대법원 판결이 유지된 헌재의 이번 결정에 따라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봐야 하는지 여부는 앞으로도 논란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공중위생 영향 우려" vs "사회 인식 변화"
헌재는 지난달 31일 대한문신사중앙회 등 문신 관련 단체들이 '의료법 27조 1항'과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5조'가 죄형법정주의 위배와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라고 주장한 헌법소원에 대해 재판관 5(기각) 대 4(위헌) 의견으로 기각했다. 위헌 정족수 6명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의료법 27조 1항 등 헌재의 이번 심판대상 조항은 문신 및 반영구 화장 시술도 의료행위로 분류돼 의사가 아닌 자의 시술 행위는 불법이란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행법상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의료행위를 할 경우 무기 또는 2년 이상 징역에 100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헌재는 이날 문신 시술은 '의료인'이 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문신 시술로 인한 잠재적 위험성은 피시술자뿐 아니라 공중위생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문신 시술에 한정된 의학적 지식과 기술만으로는 현재 의료인과 동일한 정도의 안전성과 의료 조치의 완전한 수행을 보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주장에 대해 헌재는 "의료법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직업선택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며 "입법 재량 영역에서 입법부가 대안을 선택하지 않고 국민건강과 보건위생을 위해 의료인만이 문신 시술을 하도록 허용했다고 해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반대 의견을 낸 이석태·이영진·김기영·이미선 재판관은 "의사 자격을 취득해야 문신 시술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의료 자격이 없는 문신사들도 시술 환경이나 도구의 위생 관리, 시술 방법이나 염료의 규제 등을 통해 충분히 안전한 시술을 보장할 수 있는데, 이를 막는 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문신 시술은 치료 목적 행위가 아닌 점에서 여타 무면허 의료행위와 구분된다"며 "사회 인식의 변화로 그 수요가 증가해 선례와 달리 새로운 관점에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신업계 종사자 20여만명”...논란 계속될 듯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 행위 처벌은 지난 1992년 대법원 판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법원은 눈썹 문신을 보건위생상 위해 우려가 있다며 의료행위로 판단했다. 그 후 문신이 대중화하면서 여러 차례 헌법소원이 제기됐지만, 헌재는 연이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지난 2016년 재판관 7 대 2로 처음 합헌 결정을 내리고, 이번에도 해당 결정을 유지했다.
 
헌재의 기각 결정에 문신 관련 단체들은 강력히 반발했다. 직업선택의 자유와 예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임보란 대한문신사중앙회 이사장은 "대한민국은 선진국이 됐지만, 이 나라 법관들은 상식조차 거부했다"며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 이 싸움과 저항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봐야 하는지 여부는 앞으로도 논란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김도윤 타투유니온 지회장은 "타투이스트들은 소비자 안전과 예술의 자유가 보장되는 합법화를 이루기 위해 계속 소리칠 것"이라며 "한 푼 값어치도 없는 판결이 헌재 스스로 존재 이유를 찾기 위해 떠나는 우주여행의 발사대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과 영국은 문신을 불법으로 규정하지 않고 문신업계 종사자를 관리하고 있다. 미국은 인체에 주입되는 문신 염료를 화장품으로 취급한다. 연방정부가 하는 문신 관련 규제도 없다. 주정부 차원에서는 문신과 반영구 화장 시술자에 대한 면허제도를 운영한다. 영국의 경우 지방정부가 문신작업장에 자격 면허를 발급하는 방식으로 문신 산업을 규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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