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디지털 시대 공공외교, 어떻게 바뀌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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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조 기자
입력 2022-03-3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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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찬호 상명대 교수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눈길을 끄는 것 중 하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여론전이다. 일반 시민을 향한 이런 외교 커뮤니케이션을 가리켜 '공공외교(public diplomacy)'라 칭한다. 현대 외교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이 공공외교 비중이 매우 커졌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모든 외교 활동이 공공외교 성격을 띨 것으로 전망한다.

공공외교의 중요성이 커진 주된 이유는 21세기에 대두된 네트워크의 세계화, 정책 결정의 민주화, 소통 수단의 디지털화 때문이다. 세계화·민주화는 외교정책에 대한 여론의 영향력을 극대화했다. 매체의 디지털화는 일방적 소통을 양방향적 소통으로 바꿔놓았다. 현대의 이런 공공외교를 보통 디지털 공공외교라 부른다.

페이스북·트위터·유튜브 같은 소셜미디어는 가장 먼저 주목받은 디지털 도구였다.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은 매우 위력적이다. 유튜브 동영상이 주류 방송보다 더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한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라. 더욱이 소셜미디어는 국경에 구애받지 않는다. 이런 특징들로 인해 소셜미디어는 공공외교에 혁신을 가져왔고, 트위터 외교(twiplomacy), 셀카 외교(selfie diplomacy)와 같은 신조어를 낳았다.

하지만 이제는 공공외교에 사용되는 디지털 도구가 소셜미디어에 국한되지 않는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메타버스와 같은 지능정보 시대의 핵심 기술들이 공공외교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AI는 국가 간 경쟁의 승패를 좌우할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이다. 21세기 금광이라 불리는 빅데이터도 공공외교에 널리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현실 세계의 경험을 재현하는 대안적 세계'로 정의되는 메타버스도 공공외교에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 머지않아 가상 대사관에서 아바타가 역사·문화·정책을 소개·안내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외교부도 공공외교에 큰 노력을 기울여 왔다. 공공외교의 원년으로 선포된 2010년 이래 인프라를 구축하고 법제를 정비했으며, 공공외교위원회 등 실행조직도 강화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공공외교의 디지털화'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종합 SNS 채널인 '코리아즈(KOREAZ)'를 통해 1600건 이상의 콘텐츠를 송출했다. 현재 유튜브·페이스북·인스타그램·트위터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구독자 수는 총 50만여 명에 이른다.

물론 공공외교 활동들이 항상 원하는 결과를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학자들은 가장 효율적인 공공외교 전략을 찾고자 했다. 연구자 자하르나(R. Zaharna)는 △양보다 '질' △경쟁보다 '협력' △통제보다 '조율' 등을 공공외교의 대원칙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는 공공외교 메시지가 세계 시민들에게 보편적 호소력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점은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세계 여론이 우크라이나에 동정적인 것은 무력으로 자국 이익을 관철하려 한 러시아의 정책이 국제 규범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화 시대에는 강제력이나 편협한 자국 이익의 선전이 아니라 지구촌 사람들이 수긍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이익의 추구가 공공외교의 중요한 지향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화는 공공외교의 지평을 넓혀주는 필수 요소가 분명하다. 하지만 공공외교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만능열쇠는 아니다. 도구들이 디지털화돼도 외교관, 즉 사람의 역할은 사라지지 않는다. 또 도구들이 아무리 진화해도 경험적 지혜가 갖는 가치를 통째로 대체할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외교와 오프라인 외교가 적절히 조화된 혼종외교(hybrid diplomacy)를 미래 외교의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한다.

세계 사람들이 한류를 즐기고, 세계 어디서나 한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은 분명 기분 좋은 일이다. 이처럼 우리 문화·정책을 널리 알리는 것이 곧 공공외교의 목적이다. 현대 외교의 핵심 전장으로 부상한 공공외교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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