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울음 잦아든 中, 산부인과도 '곡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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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2-03-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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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생률 하락세, 지난해 60년來 최저

  • 2016년 반짝 상승 뒤 인구절벽 도래

  • 출생아 반토막, 산부인과 위기 고조

  • 폐업·합병 잇달아, 지방 줄도산 시작

중국 허난성 난양시의 한 산부인과 진료실 전경. 대기 중인 임산부와 보호자 없이 휑하다. [사진=바이두]

지난해 중국의 출생 인구는 1062만명으로 1961년 이래 6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전년과 비교해도 11.5% 감소했다.

아기들 우는 소리가 잦아들자 가장 큰 곤경에 빠진 분야가 산부인과다. 

두 자녀 허용 정책의 긍정적 효과를 믿고 각종 투자와 인력·장비 투입을 늘렸는데 오히려 출생률 감소세가 가팔라지면서 궁지에 몰린 형국이다. 

대도시에서도 산부인과 폐업·합병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방 중소도시의 사정은 더 열악해 의료 양극화 문제로도 번지는 분위기다. 

◆2016년 마지막 찾아온 피크 

2010년대 이후 매년 1600만명대를 유지하던 출생 인구 수는 2016년 1883만명으로 수직 상승했다.

2015년 중국이 한 자녀 정책을 폐기하고 두 자녀 허용을 공식화하면서 이듬해 출생 인구가 급증한 결과다.  

이 같은 정책적 결정으로 2020년까지 전체 인구가 3000만~3500만명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실제로 각지 산부인과와 분만 현장은 활기를 되찾았다.

베이징 둥청구 부녀유아보건병원의 왕샤(王霞) 부주임은 "2016년 10월 한 달에만 300명의 아이가 태어나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며 "어떤 날은 4번의 제왕절개 수술을 하는 등 쉴 틈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2016년 전체 출생 인구 중 첫째가 아닌 신생아 비중이 40%에 달했다.

왕 부주임은 "병상이 부족해 1인실을 2인실로 개조하고, 야외 정원에 임시 병상을 놓기도 했다"며 "다른 병원은 나무 의자를 붙여 병상처럼 쓴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당시 중국 정부는 전국적으로 8만9000개의 분만실을 증설하고, 2021년까지 산부인과 의사·간호사를 14만명 충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민영 산부인과도 우후죽순으로 신설됐다. 

2016년 10월 둥우증권은 △공립병원 포화 △1인당 의료비 지출 증가 △두 자녀 허용 정책 △중국 동부 지역 분만실 사용률 95% 이상 등의 이유를 들어 민영 산부인과 설립을 장려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2016년 2월 간쑤성의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 당시 두 자녀 허용 정책의 영향으로 1주일에 352명의 신생아가 태어나기도 했다. [사진=바이두]

◆인구절벽 도래, 출생아 반토막 

하지만 2017년부터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전개되기 시작했다. 그해 1765만명을 시작으로 2018년 1523만명, 2019년 1465만명, 2020년 1200만명, 지난해 1062만명 등으로 출생인구 수가 급감한 것이다.

베이징 제1중서결합병원 둥바분원의 한 관계자는 중국신문주간에 "한때 3000~5000명에 달했던 출생아 수가 2014~2016년 1800명 안팎으로 줄더니 지난해에는 150명에 불과했다"고 토로했다.

베이징 차오양구 부녀유아보건병원도 출생아 수가 2016년 5800명에서 지난해 2000명으로 절반 이하 수준이 됐다.

지방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허베이성 관타오현 인민병원의 장제원(張潔文) 산부인과 주임은 "2016년 1500명에서 지난해 789명으로 반토막이 났다"며 "올해도 1~2월 중 50명에 그쳤다"고 말했다.

만성적인 출생률 하락에 중국 내 산부인과는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장 주임은 "산부인과 내 3개 과가 2개로 줄고 30명에 가까웠던 의료진은 10여명만 남았다"고 우려했고, 왕 부주임은 "2016년에는 출산 담당 의사가 7명이었는데 지금은 절반 이상이 부인과 진료 쪽으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중국 의사의 급여 체계는 기본급에 성과급이 더해지는 구조다. 산부인과의 경우 분만 건수가 줄다 보니 성과급을 제대로 받지 못해 급여가 30~50% 감소했다는 게 중론이다.

아예 추가 교육 과정을 거쳐 성형외과나 피부과 등 다른 분야로 이동하는 의사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폐업·합병 빈번, 의료 양극화 우려도 

베이징헝허병원은 산부인과 전문 병원으로 최근 경영난과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다가 민영 산부인과 중 최대 규모인 허무자병원으로 합병될 예정이다. 

병원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논의가 있는 건 사실"이라며 "아직 확정 단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언급한 베이징 제1중서결합병원 둥바분원의 경우 조만간 산부인과 진료를 중단할 예정이다. 역시 산모와 출생아 감소가 직접적 원인이다.

저장성 후저우시 부녀유아보건병원은 3층 규모인데 1층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고, 항저우시 제2병원은 산부인과 병실의 절반을 닫았다.

지방으로 갈수록 제대로 된 산부인과 진료를 받기는 더 어려워진다. 

한 산부인과 의사는 신화통신과 인터뷰하면서 "3급(최고 등급) 병원도 공실률이 높아 굳이 지방의 2급 병원을 이용하지 않으려 한다"며 "산모들이 대도시 3급 병원으로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방역 측면에서 더 엄격한 대형 병원을 선호하는 경향도 강해졌다"고 덧붙였다.

베이징 차오양구 부녀유아보건병원의 위야빈(于亞濱) 원장은 "출생률 하락으로 초산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출산 위험도 커졌다"며 지방의 경우 실력 있는 의사가 상대적으로 적어 의료 양극화가 심화할 것을 걱정했다.

중국의 경우 민영보다 공립병원 신뢰도가 더 높아 지방 중소도시의 민영 산부인과부터 줄도산이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최근 베이징 셰허병원과 같은 대형 병원이 중소 산부인과와 연합 진료 체계를 갖추는 등 해결책을 모색 중이지만 지방은 이마저도 쉽지 않다"며 "인구절벽을 타개할 방안이 마땅치 않아 중국 내 산부인과의 미래가 밝다고 볼 순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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