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 공수부대가?…'황금낙하산' 논란에 주주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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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창 기자
입력 2022-03-2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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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대적 M&A 막을 장치가 부실 경영진 알박기로

  • 엔지켐생명과학 유증 주관한 KB증권 때아닌 유탄

  • 펩트론·마인드랩·베노홀딩스·인카금융도 도입 추진

[사진 = 엔지켐생명과학]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전략인 '황금낙하산'을 일부 부실한 경영진이 '알박기'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사 실적이나 주가와 상관없이 대주주 측 경영권을 보장하기 위해 재무적인 부담을 볼모로 잡다 보니 다른 주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엔지켐생명과학은 오는 31일 주주총회를 열고 '황금낙하산' 도입을 추진한다.

황금낙하산(Golden Parachute)이란 경영권 방어 수단의 일종으로 원래는 적대적 M&A(인수합병)를 방어하기 위한 전략이다. 기존 대표이사나 사내이사가 해임당할 때 거액의 퇴직금이나 인센티브를 받도록 정관에 명시해 적대적 M&A에 나서는 측의 비용 부담을 늘려 인수 포기를 유도하는 방법이다. 

엔지켐생명과학은 기존 이사진을 해임하려면 출석주주 중 5분의 4 이상이 찬성하고 찬성 주식이 회사 발행 주식 총수 중 4분의 3 이상이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정관 변경을 추진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이사진을 해임할 때 퇴직금 외에 대표이사는 200억원, 사내이사는 100억원을 퇴직보상금으로 받아가라고 정관에 담을 예정이다. 2020년 엔지켐생명과학 매출이 258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퇴직보상금 규모는 회사에 큰 부담이다.

이번 정관이 통과된 뒤 다시 정관을 바꾸려고 해도 출석 주주 중 5분의 4 이상이 찬성하고 찬성 주식이 회사 발행 주식 총수 중 4분의 3 이상이어야 한다.

문제는 이번 황금낙하산 정관이 도입되면 지난 2월 엔지켐생명과학 유상증자를 주관한 KB증권 측 손해가 막심해진다는 점이다.  

지난 2월 엔지켐생명과학이 연구개발자금 마련을 위해 실시한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청약률이 27%에 불과해 실패로 끝났다. 잔여 물량을 일반공모로 판매한 뒤에도 지분이 남아 주관사 KB증권이 이를 모두 떠안았다. 

KB증권은 떠안은 지분 27.97% 중 8.76%를 투자조합 등에 매각하고도 현재 잔여 지분 19.21%를 보유하게 되면서 엔지켐생명과학 대주주가 됐다. 창업주인 손기영 대표와 특수관계인 지분은 11.50%에 불과하다.

KB증권으로서는 떠안게 된 지분을 시장에 팔아야 하는데 회사 측이 황금낙하산을 도입하면 이 지분의 매력이 크게 떨어진다. 물량은 많은데 경영권 인수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주총 의결권은 지난해 말 기준 주주들에게 있다 보니 올해 2월에 대주주가 된 KB증권은 저지할 힘이 없다.

적대적인 M&A 시도가 있기도 전에 이를 예방하기 위해 황금낙하산을 펼쳤지만 결과적으로 회사의 재무 개선을 도와주려던 KB증권만 희생양이 된 셈이다.

특히 이런 황금낙하산은 올해 상장업계에 두드러지게 많이 발생하고 있다. 펩트론과 마인드랩, 베노홀딩스, 테크윙 등도 최대 100억원에 달하는 퇴직보상금을 설정하는 황금낙하산 도입 안건을 주총에 상정하기로 하면서 일반 주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지난 2월 상장한 인카금융서비스는 상장 후 첫 주총에서 황금낙하산을 도입하려고 하면서 주주들에게 실망감을 주고 있다. 인카금융서비스는 퇴직보상금 100억원 외에도 3년간 영업이익의 20%를 지급하라는 규정도 신설할 예정이어서 증권사들도 '이러려고 상장했냐'라는 비판을 듣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황금낙하산은 한 번 도입하면 철회하기가 어려우니 이번 주주총회가 관건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황금낙하산은 무능한 경영진을 보호하는 데 악용되는 사례가 많다"며 "황금낙하산 도입이 한 번 펼쳐지면 철회하기 어렵다 보니 주총 안건으로 처음 올라올 때 신중하게 주주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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