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한달] 러시아 SWIFT 제재에 달러 패권 흔들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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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원 기자
입력 2022-03-23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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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세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금융 제재가 효과를 내고 있다. 지불할 수 있는 돈이 있어도 달러로 거래할 수 있는 수단이 막히며 러시아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이에 중국과 러시아 등은 새로운 기축통화가 달러를 대체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규탄하기 위해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 금융기관과 중앙은행, 국부펀드와의 거래를 금지했다. 인테르팍스에 따르면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13일(이하 현지시간) 서방 제재로 인해 러시아 외환보유고의 절반 가량이 동결됐다고 로시야-1 TV 방송에서 밝혔다. 그는 "러시아의 전체 외환보유액은 약 6400억 달러(약 776조 9600억원)인데 이중 3000억달러 가량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러시아는 채무 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6일 러시아는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의 임시 허가서에 따라 채무를 상환하면서 1차 디폴트 위기를 넘겼지만, 다른 국채들의 상환 만기일이 돌아오고 있어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가 금융 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러시아를 도와 서방의 제재를 피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는 우려를 제시했다. 중국이 달러 외에 다른 선택지를 제공하며 금융 제재를 회피하도록 돕고, 물질적으로도 지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1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화상 회담에서 서방의 제재에 관해 우회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중국이 표면적으로는 중립을 유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러시아를 지원하고자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해 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좌)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신화·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중국이 경제 제재로 인한 러시아의 부담을 일부 덜어주는 한편 위안화의 입지를 굳히려고 시도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4일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달러 중심의 국제 결제 시스템에 대한 대안을 개발하려는 중국의 노력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2030년까지 위안화가 일본 엔과 영국 파운드를 제치고 달러와 유로에 이어 세계 3위의 통화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 역시 위안이 향후 10년간 전 세계 외환 자산의 최대 10%를 차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단기간 내에 위안화가 기축통화의 입지를 차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러시아가 배제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전체 결제 금액 중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불과하다. 달러와 유로가 각각 40%, 37%를 차지하고 있는 것에 비해서는 미미한 수준이다. 세계 외환보유고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2.7% 수준이라고 블룸버그는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으로 수출하는 원유 일부에 대해 위안화 결제를 허용하는 방안을 중국과 적극적으로 협의하고 있다는 보도 역시 위안의 입지를 강화하기에는 부족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와 미국 간 관계가 악화되며 위안화 표시 원유 계약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고 밝혔다. 사우디는 일일 약 62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하고 있으며, 결제 수단으로는 달러만을 사용한다. 사우디 전체 수출량 중 4분의 1 이상을 수입하는 중국에 위안화 결제를 허용하게 된다면 국제 원유시장에는 상당한 파급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보도에도 위안화 가치는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아직까지 중국이 금융 시장에서 충분한 안정성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 역시 위안화의 기축통화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발한 이후 현재까지 0.78% 하락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지수가 같은 기간 2.38% 상승한 것을 고려할 때 안전자산으로 간주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앤더슨 페어그만 파인브릿지인베스트먼트 글로벌 채권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중국은 미국의 입지에 대응할만한 경제적 힘을 가지고 있지만, 금융 강국이 되기 위한 인프라는 아직 구축하지 못했다"고 블룸버그에 평가했다. 스티브 배로우 스탠다드은행 매니저 역시 중국 정부가 환율과 금융 시스템을 보호하며 위안화가 달러의 강력한 라이벌이 되는 것을 막고 있다고 언급했다. 중국은 고정환율제와 변동환율제의 중간 형태인 관리변동환율제를 적용하며 정부가 일정 부분 환율을 조정하고 있다.

위안화 외에 유로와 금, 암호화폐 등도 대안으로 고려되고 있지만, 모두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유로화는 각국 외환보유고에서 달러에 이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통화지만, 2011년 유로존에서의 금융 위기가 나타난 이후 계속해서 우려를 사고 있다. 금은 안정성이라는 점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고 있지만, 실물자산이기 때문에 거래가 쉽지 않다. 암호화폐 역시 지나치게 새로운 자산이며, 변동성이 크다는 점에서 기축통화가 되기에는 어렵다는 평가다. 블룸버그는 21일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입지에 대해 논의하면서 "달러 패권에 대한 위협이 높은 상황이지만, 유효한 대체제를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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