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 우크라이나 사태에도 약세...안전자산 지위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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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원 기자
입력 2022-03-2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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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엔화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리먼브라더스 사태부터 코로나19까지 세계 경제가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엔화는 투자자들이 몰리며 강세를 나타냈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발 경제 위기 속에서 엔화는 약세를 이어가며 맥을 못추고 있다.   

21일 금융정보 제공 사이트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 2월 24일에만 해도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15.52엔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후 환율이 지속 상승하며 현재는 달러당 119.25엔에 거래되고 있다.    

일본 경제지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현재 엔 가치 약세의 원인을 원유 등 원자재 수입 증가로 인한 경상수지 적자 확대로 꼽았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올해 1월 일본의 경상수지 적자는 1조1887억엔으로 역대 두 번째로 큰 수준이다. 2월에도 무역수지는 6683억엔 적자를 기록했다.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는 국가들의 통화는 약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국내 기업들이 대금을 지불하기 위해 원유 거래에 사용되는 통화인 미국 달러를 사들이고 자국 통화를 팔기 때문이다.

일본은행(BOJ)은 현상황을 불안하게 주시하고 있다. 가라카마 다이스케 미즈호은행 수석 시장 이코노미스트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일본이 주로 수입하는 원자재 가격이 오른 가운데) 일본에서 경상수지 적자가 고착화하면, 엔저가 엔저를 부르는 악순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정책 전환 역시 엔화 가치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달러를 제외한 통화들의 가치는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위험 부담이 높은 신흥국 대신 미국으로 자금이 흘러 들어가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이 8% 가까이 상승한 가운데 연준은 연내 약 7회의 금리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르면 5월부터 대차대조표 축소에 들어가 양적 긴축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연준 대차대조표가 향후 3년 내에 현재의 9조 달러 수준에서 30% 가량 줄어든 6조 달러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닛케이는 현재 일본 엔화 가치의 약세를 멈추기 위해서는 일본은행(BOJ)이 긴축 정책으로 돌아서야 하지만, 일본 경제는 이를 버틸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18일에도 "엔 가치 약세가 경제·물가에 도움이 된다는 기본적인 구도는 변하지 않았다"며 현재의 초완화정책을 긴축 정책으로 돌릴 의향은 없다고 시사했다.

그러나 현재의 초완화정책에 따른 엔화 약세는 일본 경제를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엔화 약세 속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은 일본 기업들에게 한층 더 큰 고통을 안겨줬다. 이에 일본 정부는 보조금을 지불하며 대응하고 있지만, 보조금은 결국 국가가 갚아야 할 빚이다. 

닛케이는 정부가 갚아야 할 빚이 늘어날수록, 엔화 약세를 해결할 수 있는 금리 인상은 더욱 난망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가 부채에 대한 이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금리를 약세로 유지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의 전반적인 개혁이 있지 않고서 상황을 타개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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