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커진 ETF 시장… 더 치열해진 운용사 고객 잡기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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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훈 기자
입력 2022-02-0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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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사들이 새해 초반부터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ETF 시장이 2021년에만 전년 대비 40% 이상 성장한 가운데 2022년에는 순자산총액이 10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면서 새로운 ETF를 출시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 ETF 운용 보수를 인하하면서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삼성·미래에셋·KB '톱3' 잇따라 ETF 운용보수 인하
 

[사진=삼성자산운용]



최근 ETF 운용 보수를 낮춘 곳은 삼성자산운용을 비롯해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 3곳이다.

가장 먼저 ETF 운용 보수 인하 포문을 연 곳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2021년 12월 29일 'TIGER 미국S&P500레버리지 ETF' 총 보수를 연 0.58%에서 연 0.25%로 0.33%포인트 인하했다. TIGER 미국S&P500레버리지 ETF는 미국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일간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이어 삼성자산운용도 곧바로 ETF 운용 보수 인하에 나섰다. 삼성자산운용의 경우 지난 1월 11일 7개 ETF의 운용 보수를 0.07~0.09%로 낮췄다.

대상 상품은 업계 내 동일 또는 유사 지수를 추종하는 ETF로 △국내 주식형 2종('KODEX 헬스케어 ETF', 'KODEX 200ESG ETF') △미국 주식형 2종('KODEX 미국반도체MV ETF', 'KODEX 미국스마트모빌리티 ETF') △미국 리츠 1종('KODEX 다우존스미국리츠(H) ETF') △국내외 채권형 2종('KODEX 10년국채선물 ETF', 'KODEX 미국채10년선물 ETF') 등이다.

이 중 KODEX 10년국채선물 ETF의 총 보수는 0.07%로 낮췄고 나머지 ETF는 0.09%로 인하했다.

이어 KB자산운용은 2일 뒤인 1월 13일 헬스케어와 건설, 정보기술(IT) 등 2022년 유망 섹터 관련 ETF 3종의 보수를 낮췄다. 대상 상품은 'KBSTAR 헬스케어 ETF', 'KBSTAR 200 건설 ETF', 'KBSTAR200 IT ETF' 등으로 총 보수는 업계 최저인 연 0.05%다.

KBSTAR 헬스케어 ETF는 에프앤가이드 헬스케어 지수를 추종해 의료섹터에 투자하며, KBSTAR 200 건설 ETF은 건설관련 대표기업으로 구성된 코스피200 건설 지수를, KBSTAR 200 IT ETF는 국내 IT 대표기업으로 구성된 코스피200 정보통신 지수를 추종한다.
 
◇퇴직연금 '장기투자' 수요 증가에 점유율 경쟁 치열
 


현재 국내 ETF 시장은 이들 3개 자산운용사가 '톱(TOP) 3'를 형성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이 30조6786억원으로 전체의 42.59%를 차지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은 25조8433억원으로 전체의 35.88%를 차지해 삼성자산운용에 이어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KB증권은 7.71%로 3위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말까지만 해도 삼성자산운용의 ETF 시장 점유율이 51.98%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지만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당시 25.31%였던 시장 점유율을 30%대로 끌어올리며 삼성자산운용과의 격차를 줄인 상황이다. KB자산운용의 경우 2020년 말 시장 점유율이 6.49%로 4위인 한국투자신탁운용(4.66%)과의 격차가 1.83%포인트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3.02%포인트로 벌렸다.

자산운용사들이 이처럼 ETF 운용 보수를 경쟁적으로 낮추는 이유는 오는 7월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도입으로 퇴직연금 자산 중 상장수가 ETF를 비롯한 생애주기형 펀드인 타깃데이트펀드(TDF)에 투자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등 연금 시장을 통한 ETF 장기투자자가 늘어나고 기관 투자자들의 ETF 투자 수요가 증가하며 장기 투자에 대한 고객들의 니즈를 반영해 운용 보수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증시가 급락하면서 일부 ETF 수익률도 떨어졌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투자하면 좋을 ETF를 선정해 운용 보수를 낮췄다"고 말했다.
 
◇한투·신한도 ETF 경쟁력 강화 초점

ETF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톱3'를 제외한 다른 자산운용사들도 ETF 경쟁력 강화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1일 취임한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는 ETF와 TDF 경쟁력 강화를 강조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 4일 기준 ETF 시장 점유율 4.69%로 4위를 차지하고 있다. 배 대표는 지난 2002년 국내에 처음으로 ETF를 도입한 데 이어 아시아 최초로 레버리지·인버스 ETF를 선보인 '국내 ETF 1세대'로 불린다.

배 대표는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큰 기업(Big Company)을 넘어 위대한 기업(Great Company)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반을 갖춰야 한다"며 "한투운용이 오랜 기간 좋은 성과를 보여온 액티브 주식형 펀드와 채권형 펀드 운용의 위상은 지속 유지하고 ETF와 TDF, 외부위탁운용(OCIO)에서 큰 폭의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변화하자"고 강조했다.

지난 1월 초 신한대체투자운용을 통합한 신한자산운용도 대형 종합 자산운용사로 도약하기 위해 ETF와 TDF,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2021년을 ETF 경쟁력 강화의 원년으로 삼고 브랜드를 'SOL'로 교체한 이후 현재까지 7개 ETF를 신규 상장하며 시장 점유율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2021년 9월 신규 상장한 'SOL 유럽탄소배출권선물S&P(H) ETF'의 경우 1월 국내 증시 급락장 속에서도 수익률 17.79%를 기록하며 경쟁사의 탄소배출권 ETF보다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증시 변동성이 지난 2021년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다양한 전략을 내세운 ETF가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의 경우 지난해보다 증시 변동성이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보다 차별화된 자산 배분 전략과 새로운 테마를 내세운 ETF가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올해에는 자산운용사 간 경쟁이 지난해보다 더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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