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광둥성 VS 장쑤성…불꽃 튀는 '왕좌의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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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2-02-0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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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2년 왕좌 광둥성, 장쑤성 맹추격

  • 코로나 이후 GDP 격차 지속 축소

  • 광둥성, 글로벌 악재에 수출 타격

  • 장쑤성, 각 산업별 균형발전 눈길

  • 中 경제 구조 변화 가능성에 이목

[사진=장쑤성 인민정부 홈페이지]

매년 춘제(春節·설) 연휴를 전후로 중국의 각 성(省)들은 지방 양회(인민대표대회·인민정치협상회의)를 열고 그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한다. 

이는 중앙정부 차원의 전체 성장률 목표치 산출을 위한 기초 자료가 된다.

당면한 경제 환경과 실적을 모두 감안해야 하는 성급 지방정부 간에 눈치 싸움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중국의 국력이 신장되면서 일부 성급 지방정부의 경우 경제 규모가 세계 주요국과 맞먹을 정도로 커졌다. 

중국 내 경제력 1위인 광둥성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10위인 한국을 제친 것으로 보인다.

광둥성은 GDP 기준 부동의 1위이지만 만년 2위 장쑤성의 추격이 매섭다.

최근 수년간 중국에서는 장쑤성이 광둥성을 넘어설지가 큰 관심사였다. 

광둥성은 중국 제조업의 메카이자 최대 수출 기지다. 장쑤성은 첨단기술·콘텐츠·디자인 등 고부가가치 및 내수 중심 산업 육성에 공을 들여 왔다.

장쑤성의 새로운 1위 등극은 중국 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광둥성은 1989년부터 32년째 유지해 온 왕좌를 지켜 낼 수 있을까. 

◆코로나발 지각변동, 격차 갈수록 축소 

2일 중국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광둥성의 지난해 GDP 규모는 12조4370억 위안(약 2360조원)으로 집계됐다.

장쑤성은 11조6364억 위안, 두 성의 격차는 약 8000억 위안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장쑤성의 추격이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2020년 광둥성 경제는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에 따른 무역 부진과 주문 감소 등으로 2.3% 성장하는 데 그친 반면 장쑤성은 3.7%로 선방했다. 

지난해의 경우 광둥성은 상반기 수출 호조 덕에 8.0% 성장률을 찍으며 살아났다. 광둥성 수출입 총액은 8조 위안으로 전년 대비 16.7% 증가했다.

장쑤성은 광둥성을 상회하는 8.6% 성장률을 기록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지난 한 해 장쑤성 GDP는 1조3645억 위안 늘었는데, 중국 내 최대 증가폭이다. 

올해 두 성 모두 5%대 성장을 공언했지만 뉘앙스는 미묘하게 다르다. 광둥성은 '5% 안팎', 장쑤성은 '5% 이상'을 목표치로 내놨다.

광둥성이 장쑤성보다 불리한 환경에 놓여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해 말 개최한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우리나라 경제가 수요 축소와 공급 충격, 기대 약화라는 3중 압력에 직면해 있다"며 올해 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인정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기 들어 처음으로 '안정을 최우선에 둬야 한다(穩字當頭)'는 슬로건이 등장할 정도로 위기감이 팽배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 경제를 옥죄기 시작한 원자재 가격 및 운임비 급등과 글로벌 수요 감소 등 악재가 올해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 

리쿠이원(李魁文) 중국 해관총서 대변인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올해 대외무역의 경우 불확실성과 불안정, 불균형 요소가 더욱 증대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수출로 먹고사는 광둥성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장리쥔(張立群)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연구원은 신화통신과 인터뷰하면서 "지난해의 수출입 고속 성장은 올해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세계 각국의 공급·산업 사슬도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중국이 수주하는) 외부 주문이 줄어들어 수출 증가세가 꺾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광둥성·장쑤성 개황 [그래프=아주경제]

◆장쑤성, 2·3차산업 결합 모델로 주목 

장쑤성은 1992년 산둥성을 제치고 중국 내 GDP 기준 2위로 올라선 뒤 30년 가까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10년 가까이 추진해 온 경제 구조 개선 작업이 성과를 내면서 코로나발 피해도 최소화하는 모습이다.

장쑤성 경제는 석유화학·제련 등 전통 제조업으로 시작해 전자·정보기술(IT) 등 첨단 제조업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중이다.

장쑤성 최대 도시인 쑤저우의 경우 지난 3년간 신재생에너지 차량 생산량이 83% 증가했고, 3D 프린터와 공업용 로봇은 각각 51%와 32% 증가율을 보였다. 

경공업과 석유화학, 건자재, 철강 등은 퇴출 업종으로 지정했다.

최근에는 2차산업(제조업)과 3차산업(서비스업)이 결합된 새로운 발전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고정자산투자 가운데 서비스업 비중이 75%에 육박한다. 

2500년 역사의 고도(古都) 곳곳에 자리 잡은 역사·문화 콘텐츠는 디자인·관광 산업 발전의 자양분이 되고 있다.

딩창파(丁長發) 샤먼대 경제학과 부교수는 "장쑤성은 대외개방도가 높고 상하이 경제권이라 낙수 효과도 크다"며 "다양한 산업이 고르게 발전하고 있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광둥성의 경제 구조는 제조업 일변도라는 인식이 강하다. 

개혁·개방 1번지로 불리는 선전은 중국 첨단산업 발전을 이끌고 있지만, 둥관과 포산 등 후방 공장 역할을 하던 도시들은 산업 구조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다. 

펑펑(彭澎) 광둥성 체제개혁연구회 회장은 제일재경과 인터뷰하면서 "광둥성은 지역 간 발전 격차가 크다"며 "주장삼각주(珠江三角洲)는 발전 수준이 장쑤·저장성 못지않지만 광둥성 서북부는 전국 평균에 못 미친다"고 말했다.

광둥성과 장쑤성에는 GDP 1조 위안인 이상 도시가 나란히 4곳씩 있다. 

광둥성은 3조 위안 진입을 목전에 둔 선전을 비롯해 광저우·포산·둥관이 1조 위안을 넘어섰다. 

장쑤성은 쑤저우와 성도인 난징, SK하이닉스 근거지인 우시, 양쯔강 하류의 공업 도시 난퉁 등이다.

2020년 기준 광둥성의 상주인구는 1억2600만명, 장쑤성은 8480만명이다.

경제 규모는 비슷한데 인구수 차이가 크다 보니 1인당 GDP의 경우 장쑤성이 12만7285위안으로 광둥성(9만6138위안)보다 32% 이상 높다. 

광둥성 내 메이저우와 허위안, 제양 등 도시는 전국 평균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펑 회장이 "전국에서 가장 부유한 곳도, 가장 가난한 곳도 광둥성에 있다"고 토로한 이유다. 

장쑤성이 광둥성을 제치고 중국 제1의 경제대성(經濟大省)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쟁이 학계와 언론을 중심으로 끊이지 않는다. 

뉴펑루이(牛鳳瑞)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중국신문주간에 "실제로 장쑤성이 GDP 1위가 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며 "장쑤성이 (광둥성보다) 더 균형 있는 발전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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