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2보] 기시다 일 내각,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추천…아베 막후정치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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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2-01-28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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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반발에 아베파 회합하며 기시다 압박

  • 기시다 결국 굴복...'등재 추천'으로 급선회

기시다 후미오 일본 내각이 사도광산을 세계유산 등재 후보로 추천한다. 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인 강제징용 현장이었던 사도광산 추천을 강행하면서, 한국과 중국 정부의 강한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은 28일 저녁 기시다 총리가 기자들에게 사도광산 추천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통신은 "(정부는) 역사 문제를 둘러싼 한국 등의 반발로 추천을 미루는 것을 검토하고 있었지만, 현지 자치체뿐만이 아니라 자민당 내에서도 추천 요구가 높아지면서 방침을 바꿨다"고 보도했다.

등록은 2023년이 목표다. 이를 위해 2월 1일 각의 승인을 거쳐 유네스코에 공식 등재 추천서를 등록하게 된다. 이후 유네스코 자문기관은 올해 가을 현지 조사에 나선다. 결과는 자문기구 권고사항 등을 고려한 뒤 2023년 7월을 전후로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도광산 등재와 관련해 유네스코로부터 한국과의 양자협의를 촉구받고 심사를 보류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과거 일본 최대 금 광산 중 하나였던 니가타현에 소재한 사도광산은 일제강점기 당시 '군함도(하시마탄광)'와 함께 조선인 강제징용 현장 중 하나기도 했다. 태평양전쟁 시기 1000~2000명의 조선인이 사도금광에서 노역한 것으로 추정된다. 군함도는 앞서 2020년 6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니가타현과 사도시, 일본 중앙정부는 2018년부터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해왔다. 결국 지난해 12월 28일 일본 문화심의회가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추천 후보로 선정하자, 우리나라와 중국 정부 등은 강하게 반발했다. 
 

일본 사도광산 관련 개요 [그래픽=연합뉴스]

 
◆'한국에 약해 보일 수 없다'...아베 등 우익 세력, 기시다 압박
이에 일본 내부에서도 우리 정부의 외교적 대응과 반발 등을 우려하며 이를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집권 자유민주당(자민당) 등 일본 내 우익 세력은 '물러서면 안 된다'고 강하게 밀어붙였다. 

특히 아베 전 일본 총리는 전날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의 회합을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논전(논쟁)을 피하기 위해 신청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 논전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 "(한국이) 역사전을 걸어오는 상황에서 싸울 때는 싸워야 한다" 등의 공개 발언으로 여론몰이를 하면서 기시다 내각에 등재 강행을 요구했다. 

자민당 주요 인사들도 이에 화답하며 기시다 내각을 압박했다. 당내 권력 순위 1위인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은 사도광산을 강제징용 피해지라고 주장한 우리 정부의 반발을 "근거 없는 부당(한 주장)"이라고 격하했다. 
  
집권 자민당과 기시다 내각 사이에서 정부 정책을 조율하는 역할인 당내 권력 순위 3위의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정조회장 역시 "당내에선 추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면서 "(사도광산에 대한) 추천을 철회하면 '외교적으로 한국을 배려했다'고 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왼쪽)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자민당 정조회장. [사진=AP·연합뉴스]

 
◆기시다, 아베파 회합에 결국 굴복...'등재 추천'으로 급선회
이와 같은 아베파의 강한 압박에 기시다 일본 총리는 결국 입장을 급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기시다 총리는 "등재를 실현(성공)하기 위해 어떤 대응이 효과적일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하고 싶다"면서 추천 결정을 미뤄오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전날 저녁 그는 민영방송인 TBS에 출연해 "(일본) 정부 차원에선 아직 결정하지 않았지만, 판단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면서 "냉정하게 논의해 많은 나라가 (일본의 입장을) 이해하도록 해 등재를 완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해 '등재 강행' 선회 입장을 암시했다.

다만 그는 "올해 또는 내년 이후 가운데 어느 쪽이 등재 실현 가능성이 높은가라는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면서 일본 정부가 등재 시기를 재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 역시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규칙 속에서 (규정에 따라) 등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해, 사실상 기시다 일본 내각이 올해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 입장으로 선회했음을 시사했다. 

당시 하야시 일본 외무상은 이어 "(유네스코 관련 지침에서) 추천서를 제출하기 전 건설적인 대화를 통해 다른 (유네스코) 회원국이 제기할 수 있는 잠재적인 문제를 가능한 한 피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면서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이를 일본 언론들은 사도광산 등재 추천에 반발하고 있는 우리 정부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했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도 결국 기시다 일본 내각이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천을 결정하면서, 향후 우리나라와의 외교 관계에서 역사 분쟁 요소가 새로 추가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2019년 이후 우리나라와 일본의 외교 관계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배상과 관련한 법적 소송을 계기로 크게 악화한 상황이다. 
 

지난 1월 4일 신년을 기념해 이세신궁에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오른쪽). [사진=교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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