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가리고, 떼고, 숨기고…커지는 '아이파크 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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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2-01-19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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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실시공 대명사 된 '아이파크'…브랜드명 떼려는 움직임

  • "아이파크 아니라 워터파크" 온라인서 아이파크 하자 재조명

  • HDC현산 퇴출론 떠오른 가운데 경찰은 현산 본사 압수수색

HDC 현대산업개발 [사진=연합뉴스]

광주광역시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이후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한 아파트 브랜드 '아이파크'가 부실시공 대명사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파트 이름에서 '아이파크' 명칭을 슬그머니 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NO 아이파크' 현상이다.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경기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현대아파트 곳곳에 HDC현산의 입찰 참여를 반대하는 현수막들이 걸렸다. 현수막에는 "우리 재산과 목숨을 현산에 맡길 순 없다", "현대산업개발 보증금 돌려줄 테니 제발 떠나주세요" 등의 내용이 담겼다. HDC현산과 롯데건설이 각 200억원의 보증금을 내고 이 아파트의 재건축 공사 업체 선정 수주 경쟁에 참여한 상태. 하지만 최근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가 발생하자 이 아파트 주민들은 시공사 선정 입찰에 HDC현산이 손을 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HDC현산 측은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죽을 각오로 다시 뛰겠다"는 현수막을 함께 내걸면서 수주 의지를 내비쳤다.
 

1월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한 재건축 아파트 공사장에 'HDC'와 'IPARK(아이파크)' 글자가 테이프로 가려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이파크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도 '아이파크' 브랜드명을 감추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전날 한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엔 서울 송파구 잠실 래미안 아이파크 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에서 관계자로 보이는 이들이 공사장 입구 가림벽에 쓰여 있는 HDC와 아이파크 문구를 하얀색 테이프로 가리는 모습이 올라왔다. 이 모습을 본 누리꾼들은 "처참하다", "조합에서 가려달라고 요구했을 것", "수치스럽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HDC현산 관계자는 "조합 요청에 따라 임시조치를 한 것"이라고 했다. 또 조합 관계자는 "조합원들 사이에 HDC현산과의 계약을 해지하자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아이파크 브랜드를 쓰고 싶지 않지만, 이미 계약을 맺은 상태에서 쉽게 계약 해지를 요구하기는 어렵다"고도 토로했다.

아이파크 기피 움직임이 확산하는 가운데 과거 문제가 됐던 아이파크 하자들도 온라인에서 회자하고 있다. '전국 아이파크 하자'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공유 중인 게시물에는 에어컨 배수구를 잘못 만들어 물바다가 됐던 거제 아이파크와 전기 콘센트 구멍에서 물이 쏟아져 '워터파크'란 비아냥을 들었던 전주 아이파크, 하자 신고만 1500건에 달했던 일산 아이파크 등이 언급됐다. 누리꾼들은 "과거 이런 하자가 있었는데도 문제가 안 됐다는 게 더 신기하다", "문제가 많아 보인다", "집값 문제로 여태껏 쉬쉬하다 곪아 터진 느낌"이라고 쓴소리했다.
 

전기 콘센트 구멍에서 물이 쏟아져 '워터파크'란 비아냥을 들었던 전주 아이파크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HDC현산을 퇴출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장연주 광주시의원(정의당)은 17일 '살인기업! 현대산업개발 영구 퇴출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학동 참사 7개월 만에 또 대형 붕괴사고를 일으킨 현대산업개발에 건설 사업권을 승인하는 것은 살인 면허를 유지해주는 것과 다름없다. 정부가 즉각 강력한 행정조치를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HDC현산 영구퇴출이야말로 제대로 된 처벌이라며 "HDC현산의 건설업 등록을 말소해달라"고 요구했다.

특히 최근 국토교통부가 HDC현산에 대해 가장 강한 페널티(제재)를 내릴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HDC현산 퇴출론이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HDC현산 제재 수위와 관련해 "법이 규정한 가장 강한 페널티(처벌)가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합당한 처벌이 내려져야 할 텐데 (HDC현산은) 한 번도 아니고 반복적으로 큰 사고를 냈다"고 꼬집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서울 현산 본사에 수사관들을 보내 광주지방고용노동청과 합동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그래픽=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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