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업계, 코로나에 명품 이탈까지 '엎친 데 덮친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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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연 기자
입력 2022-01-17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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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1층에 있는 루이비통 여성 전문 매장. [사진=롯데쇼핑]

면세업계가 연이은 악재로 생사의 기로에 놓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2년째 시름하는 가운데 최근 시내면세점을 중심으로 명품 이탈 분위기까지 형성되고 있어서다. 

17일 영국의 면세유통전문지 무디데이비드리포트에 따르면 루이비통은 롯데면세점 제주점 매장 운영을 중단한 데 이어 오는 3월 신라면세점 제주점, 롯데면세점 부산점과 잠실 월드타워점에 있는 매장을 추가로 폐점한다. 나머지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본점에 있는 매장도 올해 10월과 내년 3월 사이에 모두 문을 닫을 계획이다. 

루이비통은 시내면세점보다는 공항면세점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있는 루이비통 매장은 철수하지 않으며 내년까지 제2터미널에 두 번째 매장을 열 계획이다. 루이비통은 중국에서도 국내선 공항면세점에 집중하기로 하고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루이비통의 국내 시내면세점 매장 철수는 예고된 수순이었다. 앞서 지난해 6월 해당 매체는 ‘루이비통이 한국의 시내면세점 매장에서 차례대로 철수하고, 공항면세점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무디데이비드리포트는 “루이비통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논란 이후 한국 시내면세점이 다이궁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게 됐다”며 “단체여행객이 많은 시내면세점 대신 개인 VIP 고객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환해 고급화 전략을 펼치려 한다”고 밝혔다.  

이에 면세점 관계자는 "시내면세점 철수는 지난해 6월부터 얘기가 계속 나왔다"며 "아직 확정된 사안이 아니고 면세점 각 사별로 조율 중"이라고 했다.

루이비통이 국내 시내면세점에서 철수하는 이유는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데다 다이공(중국인 보따리상) 의존도가 높아 브랜드 가치 저하를 우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매출 대부분을 중국 다이공에 의존하는 국내 면세점의 기형적 구조가 글로벌 명품 브랜드 이탈을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시내면세점은 다이공 매출 비중이 90%에 달하고, 이들은 면세품을 대량으로 사들여 중국에 되팔아 30% 정도의 이익을 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잦은 구매·반품·환불을 하고, 할인을 과도하게 요구하는 등 비매너 행위를 보여와 2019년에는 ‘면세점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한산한 인천공항 면세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이번 루이비통 매장 철수를 시작으로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도미노 철수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루이비통 모에 헤네시(LVMH) 그룹에는 루이비통은 물론 디올, 셀린느, 펜디, 지방시 등도 속해 있다는 점에서 유사한 전략을 펼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게다가 앞서 스위스 명품시계 브랜드 롤렉스도 서울과 제주, 인천에 거점 매장 한 곳씩만 남기고 나머지 매장을 전부 폐점한 바 있다. 

업계는 하이엔드급 명품업체가 철수하기 시작하면 매출 타격도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19 발발 이후 공항면세점의 매출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내면세점까지 브랜드 경쟁력이 낮아질 경우 매출 회복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2019년 24조8580억원에 달하던 전국 면세점 매출액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지난해 16조4550억원(11월까지 기준)으로 크게 줄었다. 더욱이 지난달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본격적으로 확산하면서 면세점 방문객과 매출은 더 줄어들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면세 사업에서 명품의 입점 여부는 기업의 이미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일단 지켜봐야겠지만 명품 브랜드 시내면세점 철수 결정이 확대된다면 새로운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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