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소비자 물가가 1982년 이후 40년 만에 7%대에 진입했다. 특히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B.1.1.529)가 촉발한 코로나19 재유행세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 상황을 악화했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자국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7.0%(계절 조정치) 급등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982년 6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으며, 대체로 전문가 전망치(6.8~7.1%)와 일치했다. 월간 대비로는 0.5%(계절 조정 미적용 시 0.8%) 올라 전월(지난해 11월, 0.8%)보다 오름폭이 둔화했다. 

가격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 역시 지난해 12월 전년 동월 대비로는 5.5%, 전월 대비로는 0.6% 상승했다. 두 수치 모두 시장 전망치를 각각 0.1%p(포인트) 상회했으며, 연율의 경우 지난 1991년 2월 이후 최고치였다. 
 

미국의 전년 대비 소비자물가지수(CPI) 추이. [자료=인베스팅닷컴]

 
오미크론 확산 여파 두드러져...중고차·주거·식품비↑
이와 관련해, 미국 노동통계국(BLS)은 "주거비와 중고차 가격지수의 증가가 모든 항목 상승세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면서 "식품비 역시 물가 상승세의 요인이었지만, 최근 몇 달 동안의 비교했을 때 오름폭이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주거비용은 전월 대비 0.4%, 전년 동월 대비 4.1%나 올라 2007년 2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주거비의 경우, 전체 CPI 집계 항목 중 3분의1을 차지한다. 

지난해 인플레이션의 최대 요인으로 꼽혀왔던 중고차(·트럭) 가격은 이달 다시 한 번 크게 올랐다. 지난해 12월 중고차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37.3%, 전월 대비 3.5% 급등했다. 

중고차 가격 상승폭은 지난해 하반기 감소세를 보이고 있었다. 2021년 6월 당시 전월 대비 기준 10.5%나 급등한 후 7월 0.2%로 상승폭이 크게 작아졌고, 8~9월에는 하락세(각각 -1.5%, -0.7%)로 돌아서기도 했다. 이후 지난해 10월과 11월에는 각각 2.5%의 오름폭을 기록했다. 

중고차 가격의 상승은 코로나19 사태 정상화 과정에서 상품 수요가 폭발하면서 촉발한 공급망 병목현상 때문이다. 공급망 병목 현상이 일어나는 동안 반도체 제품의 생산·공급 부족 상황이 두드러졌는데, 이 여파가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 상황에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생산 용량을 소비자 수요가 높은 가전 등 전자제품에 돌리면서, 상대적으로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이 줄어든 것이다. 

이에 부품이 부족해진 완성차 제조업체들의 신차 출고량이 줄어들었고, 자동차 소비 수요가 중고차 시장으로 몰리며 중고차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이 최소 올해 중반 이후에나 완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전월 대비 0.5% 상승한 식품 가격의 경우 주요 물가 상승 요인으로 꼽히긴 했으나, 이전보다는 오름세가 꺾이는 모양새다. 지난해 9월과 10월 모두 전월 대비 0.9%의 상승세를 보였지만, 11월 0.7% 낮아지며 상승 폭이 작아졌다. 

지난달 신선 과일 항목이 전월 대비 1.8% 오르면서 전체 식품 항목 중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반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주시하고 있는 육류와 가금류의 경우, 오름세가 이전 7개월 동안 유지했던 0.7% 수준에서 0.4%로 개선했다. 특히, BLS는 쇠고기와 돼지고기의 상승폭이 일제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이들 가격은 각각 2%와 0.8% 하락했다. 

아울러, 식품 가격 중 외식 항목의 오름폭도 두드러졌다. 코로나19 유행 상황의 영향을 받으며 전년 대비 6% 상승했으며, 이는 1982년 1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이와 관련해 폴 애쉬워스 캐피털이코노믹스 수석 미국 경제학자는 CNBC에서 향후 물가 항목 중 식품 가격에 대한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미크론 확산세가 진정된다고 해도 여전히 코로나19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 북동부에서 평시보다 추운 겨울 날씨가 이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물가 상승세의 또다른 최대 요인이었던 에너지 가격 역시 다소 진정세를 보였다. 전년 동월로는 29.3% 급등했지만, 전월과 비교했을 땐 0.4% 하락했다. 

지난해 11월 말 미국의 주도로 각국이 전략 비축유 공조를 단행하며 시장에 원유 공급량이 일부 증가한 데다, 오미크론 확산세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를 우려하며 국제유가가 일시적으로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날 CPI 통계치를 두고 대체로 외신들은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코로나19 재유행세의 영향이 컸다고 평가한 동시에, 이미 상당 부분  예상됐던 만큼 금융시장의 충격은 미미했다고 지적했다. 

전체 통계치를 끌어올린 요인들은 전반적으로 모두 코로나19 유행세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들이었다. 최근의 오미크론 확산세가 소비자들의 상품 수요 쏠림과 공급망 병목현상, 코로나19 감염 위협에 따른 노동력 부족 상황 등의 상황을 다시 악화시킨 것이다. 
 
바이든·파월 고민 깊어질 듯
이에 대해, 미국 투자자문사인 커먼웰스파이낸셜네트워크의 브라이언 프라이스 투자 관리 책임자는 CNBC에서 "이는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던 내용을 확고히 했으며, 장기물 국채 시장의 최근 하락세 등에서 봤듯이 (금융)시장도 이미 반응했다"면서 "코로나19 감염 환자가 계속 증가하면서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과 노동력 부족이 지속될 수 있으며, 이는 더 높은 가격을 부채질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 반면, 연준이 매파적(긴축 정책 선호 성향)인 접근을 시사했음에도 (실제) 대응 속도를 얼마나 높일지는 여전히 의문"이라면서 소비자에 대한 물가 압박이 더 높아진 만큼, 연준의 인플레이션 대응 강화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와 연준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정부의 조치가 물가 상승 속도를 늦추는데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물가 상승세는 여전히 너무 높고 가계 재정을 압박한다"면서 "우리(미국 행정부)가 할 일이 여전히 많다"고 말해 인플레이션 대응 강화를 촉구했다. 익명의 백악관 고위 관계자 역시 파이낸셜타임즈(FT)에서 "연간 인플레이션 수치는 완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이는 분명히 도전적인 영역이며, 바이든 대통령과 행정부는 물가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준 역시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천명한 상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전날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인플레이션 고착화에 따른 노동시장 위축 가능성을 지적하며 "향후 인플레이션이 공급망 혼란보다 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하며 연임 임기 동안 인플레이션 대응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 지명자(연준 이사) 역시 이날 상원 청문회에 참석해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것이 연준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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