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전쟁 막을 수 있을까...외교전 앞두고 이미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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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원 기자
입력 2022-01-1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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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위시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러시아 간 회담이 이번주 내내 이어질 예정이지만, 양측이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러시아 간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주 △10일(이하 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국과 러시아 간 회의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러시아·나토 회의 △13일에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참여하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러시아가 군대를 주둔한 가운데 미국이 이를 반대하는 팽팽한 긴장 상태에서 열리는 행사라 양국이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다만 미국과 러시아 간 회담이 순탄히 흘러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러시아는 미국에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세르게이 라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회담에 참가하는 국가들로부터의 계속되는 위협에도 "압박에 따라 러시아가 양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러시아 국영 통신사인 RIA에 밝혔다고 9일 로이터는 보도했다.

또한 라브코프 외무차관은 미국과의 회의 일정이 잇따라 잡혀 있지만, 외교적 협상이 한 번으로 끝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라브코프 외무차관은 "어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며 "(한 번으로 회의가 끝나는 것은) 완전히 가능한 시나리오이며 미국인들은 이에 대해 환상을 갖지 말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러시아 매체 인테르팍스 역시 러시아 정부가 미국과의 회담 전망이 밝지 않다고 라브코프 외무차관이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사진=AP·연합뉴스]

미국 역시 순순히 러시아의 요구 조건을 듣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9일 CNN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요구인 동유럽에서의 미군 철수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배제를 모두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와 관련해 "(이번 주 계속되는 회의에서) 획기적인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대화와 외교에 우선적으로 전념하고 있다"라며 관련한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그는 "러시아가 대립과 침략을 선택한다면 매우 단호하게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유럽에서의 병력 배치 등을 조정해 러시아에 일정 부분 양보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미국 행정부는 이에 즉각 반박했다. 지난 8일 NBC는 현직 미국 행정부 관계자와 계획에 정통한 두 명의 전직 미국 국가 안보 담당자를 인용해 동유럽에서의 미군 배치 변경과 군사 훈련 축소 등의 선택지를 러시아에 제안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시 미국 행정부 관계자는 "미국 행정부가 회담에서 러시아와 논의하기 위해 유럽의 전력 태세 변경 등에 대한 선택지 목록을 작성하고 있다”라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병력을 철수하는 등 이와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사 발표 이후 에밀리 혼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NSC) 대변인은 "행정부는 유럽에서의 병력 감축에 무게를 두지 않고 있다"라며 이러한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미국을 비롯해 벨기에·캐나다·덴마크·아이슬란드·영국·프랑스 등이 속해 있는 나토의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 역시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9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러시아와의 협상이 실패한다면 나토는 "유럽에서의 새로운 무력 충돌에 대비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밝혔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러시아는 지난 수백 년간 이웃들과 갈등을 겪어왔다"라며 "그러나 현재 러시아에는 나토와의 협력이라는 다른 대안이 있다"라고 말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러시아의 우려를 해결하고, 함께 나아갈 정치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다"라면서도 "분쟁의 위험성은 계속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나토의 억지력은 믿을 만하고 강력하다"라며 "최선의 결과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최근 몇 달간 우크라이나와의 접경 지역에 약 10만명의 군대를 배치하며 2014년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병합한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해 새로운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는 우려를 부추겼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계획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나토가 계속해서 우크라이나 등 구소련 국가들을 나토로 끌어들이며 러시아로 동진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면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 및 헝가리·체코·폴란드 등 공산권 군사동맹인 바르샤바조약기구 회원국이던 국가들의 나토 가입 금지 △동유럽·중앙아시아 등에서의 모든 군사 활동 자제 △러시아가 사정 범위 내에 둔 미사일 배치 금지 등을 요구하는 안보 문서 초안을 제출했다.

이후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해 두 차례 전화 통화를 통해 회담을 진행하기도 했으나 서로 간의 입장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한편 최근 연료비 폭등으로 인한 카자흐스탄 시위 역시 미국과 러시아 간 회담 진행을 어렵게 할 수 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시위가 격화되면서 러시아 주도의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평화유지군을 끌어들이기도 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0일 CSTO 긴급회의에 참석해 현재 카자흐스탄 시위 상황과 정상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7일 "미국은 카자흐스탄에서 진행되고 있는 비상사태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카자흐스탄 정부가 법과 질서를 유지하며 시위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외부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고 느끼는 이유를 모르겠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CSTO 평화유지국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블링컨 장관은 또한 "최근 역사에 비추어 볼 때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일단 러시아가 집에 들어오면 떠나게 하기가 가끔 몹시 어렵다는 것"이라며 카자흐스탄에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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