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연 칼럼] 메타버스, NFT 등 Web 3.0이 예고하는 금융 매트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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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공정한투자연구소장
입력 2022-01-1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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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1999년 당시 워쇼스키 형제(성전환 수술 이후 현재 자매)가 영화 매트릭스를 발표했을 때 사람들은 대단히 혼란스러웠다가상현실을 뜻하는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1992년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에 등장했다고 하지만 메타버스라는 개념은 대중에게 생소했던 시기다

영화 매트릭스는 스톱 모션 기술을 이용한 기념비적 장면으로 유명하지만 이 영화가 제시하는 남가일몽(南柯一夢)의 주제는 1984년 개봉한 터미네이터를 뛰어넘는 참담한 사이버 펑크적 미래를 그렸다

메타버스 열풍이 뜨거운 2021년 말 매트릭스의 네 번째 속편이 개봉했다매트릭스라는 가상현실 속에 구속되어 있는 인류를 구하기 위해 다시 한번 주인공 네오가 부활하는데아마 최근의 메타버스 인기로 매트릭스는 롱런할 것임이 틀림없다.

코로나19가 재창궐하던 지난해 12월 초 정부는 ‘가상융합경제 발전 전략’을 발표했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포괄하는 가상융합기술(XR)을 활용해 경제활동 공간이 현실에서 가상융합공간으로까지 확장되는 가상융합경제에서 새로운 경험과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다. 

다국적컨설팅회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2025년 XR가 창출하는 국내총생산(GDP) 효과가 약 57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을 제시했는데, 정부는 세계 5대 XR 선도국에 진입하고 30조원의 XR 경제효과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당분간 세계 경제의 먹거리가 이곳에 있다는 신호다.

이 때문에 코로나19가 수요를 촉발한 XR 또는 메타버스로 2021년 말 코로나19 종식 또는 위드 코로나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관련 산업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약 38억명의 월간 이용자 수를 자랑하는 페이스북은 아예 회사명을 ‘메타’로 바꾸었고 회사의 사운을 걸고 메타버스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알파벳, 엔비디아 등 다국적 빅테크 기업도 이미 곧 닥쳐올 메타버스 비즈니스를 선점하고 또 한 번 퍼스트 무버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인수합병(M&A), 연구개발(R&D) 투자,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 움직임을 보면 지금 산업 변화는 찻잔 속 태풍이 아닐 수도 있다.

뭔가 심상치 않은 현상들이 2021년 일어났다. 2020년 4월 미국 힙합 가수 트래비스 스콧은 포트나이트라는 게임 속 세상에서 유료 콘서트를 개최했다. 아바타가 노래하고 아바타가 관람한 이 공연에 1230만명이 동시 접속했으며 게임 굿즈 판매로 2000만 달러의 매출이 발생했다. 

가상세계에서 원하는 것을 만드는 샌드박스라는 분류의 ‘로블록스 스튜디오’라는 아이들 게임은 월간 이용자가 약 2억명이며, 70%가 16세 이하다. 이곳에서는 이용자가 게임을 직접 만들고 판매하며, 거래는 가상화폐 로벅스(Robux)를 이용한다. 1개 로벅스는 0.0035달러로 환전 가능하며, 2020년에 게임 개발자 127만명이 평균 1만달러 수익을 올렸다. 

이곳에서 소니 뮤직 아티스트가 콘서트를 열고 음원을 발표하는데, 최근 600만의 아바타가 공연에 참여했다. 한편 2021년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2조4000억 달러에 이르며 2020년 이후 18배로 폭발적 성장을 했다. 특히 NFT(대체불가능토큰)라는 낯선 이름의 가상자산은 2021년 거래액이 170배 성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산업 변화를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웹(Web) 3.0이라고 묶었다. 초기 데스크톱 컴퓨터에 의한 일방적 소통 중심의 웹 1.0, 모바일과 이용자 참여 중심의 웹 2.0에 이어 다가오는 새로운 컴퓨팅 세계가 바로 웹 3.0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웹 3.0은 OS(운영체제)로 메타버스를 활용하며 분산형 웹,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친화적 e커머스, 로컬 경험과 거래, 크리에이터 경제, 익명성의 개념을 포괄한다. 한마디로 웹 3.0은 아직 융합·성장하며 중이며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산업이므로 예측도 어렵다. 공교롭게도 이 특성은 코로나바이러스 변이 특성을 빼박았다.

국회 입법조사처(NARS)는 보고서에서 이러한 트렌드를 M-B-N(메타버스-블록체인-NFT)으로 요약했다. 메타버스는 이용자가 물리적·경제적 제한 없이 편리하고 정교한 새로운 시간과 공간을 만들고 경험을 창조하며 산업이 메타버스의 경제가치를 인식하게 했다. 

게임산업을 시작으로 엔터테인먼트, 패션, 스포츠 등 브랜드 민감 산업으로 메타버스 비즈니스는 확산하고 있으나 아직 금융회사들은 가상 지점, 연수, 교육 등에 관심을 두는 상황이다. 그러나 문제는 MBN의 뒷부분, 가치 교환·저장과 관련한 블록체인과 NFT 영역이다. 블록체인은 가치의 탈중앙화, 암호화, 1대1 익명성으로 이미 중앙은행 발행 화폐의 권위를 위협하고 있고 선진국 중앙은행, 중국 인민은행은 암호화폐 발행을 이미 공식화하고 있다. 민간 화폐든 중앙 화폐든 미래 화폐는 그 실체적 기반을 가상세계로 옮기며 금융 세계는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술품을 토큰화해서 떼돈을 벌었다는 NFT 기술은 단순한 이상 현상(anomaly)을 넘어 금융에 큰 충격을 예고한다. XR 메타버스가 확장하면 현실 세계의 소유권, 수익권 등 경제권이 가상세계로 이전할 필요가 있는데 그 이전 과정이 NFT 기술로 가능하다. 최근 발간된 맷 포트나우 등의 저서 ‘NFT 사용설명서’는 87조 달러에 이르는 현실 세계의 비담보 가능 자산에 주목한다. 현실 정상 자산은 물론 비담보 자산도 메타버스 세계로 유동화할 때 1980년대 금융증권화, 자산유동화가 지구촌에 미친 변화 이상을 NFT가 금융 세계에 초래할 수 있다.

M-B-N으로 요약되는 메타버스와 웹 3.0은 생각 이상으로 금융 세계에서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그 변화의 이익과 영향이 인류에게 보편적일지 편향적일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웹 2.0 시대에 지배력을 가진 빅테크 기업들이 웹 3.0 산업도 상당 부분 선점할 것이고, 현재 IT 세계의 불평등은 극심한 가상세계 자산 불평등을 가져올 수 있다. 

당장은 신기하고 즐겁겠지만 메타버스를 통해 섬뜩한 사이버 펑크적 미래가 떠오르는 것은 필자의 기우일까? 영화 ‘매트릭스 레저렉션’의 한 장면에서 기계에 붙잡혀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는 처지에서 간신히 탈출한 네오가 들은 경고가 떠오른다. “너는 지독하게 이미 중독되었어!”

정작 기술혁신이 모두에게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조수연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제학 석사 △하나금융투자 상무 △ 금융투자분석사 △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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