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시안 봉쇄령 2주째…"1300만명 주민이 흘린 피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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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최예지 기자
입력 2022-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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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안판 팡팡일기'···봉쇄령이 남긴 상처

  • "정부가 1300만명 모아놓고 먹이 주는 상황"

  • "코로나19 통제 위해 불가피" 평가도

중국 당국의 봉쇄 조치로 한산한 시안 시내 [사진=웨이씨]

강도 높은 봉쇄령이 2주째 이어지고 있는 인구 1300만명의 도시 중국 산시성 시안.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하루 170명대 확진자가 발생했던 이곳은 지난 5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가 35명으로 확연한 감소세를 보였다. 현지 지방정부의 강력한 코로나 제로 방역 정책이 서서히 효과를 보인 결과다. 하지만 강력한 봉쇄령의 후유증도 그만큼  컸다.
 
'시안판 팡팡일기'···강력한 봉쇄령이 남긴 상처

'창안십일' 작가 장쉐 [사진=웨이보]

심장병이 발작한 아버지를 병원에서 거부해 결국 하늘나라로 떠나 보낸 딸, 출산이 임박해 병원 입구까지 갔는데 코로나19 검사 문제로 밖에서 벌벌 떨다가 8개월 된 아이를 유산한 산모, 신장 이식 후 응급약을 구하지 못한 환자, 공사장이 폐쇄돼 끼니를 굶는 농민공 등, 시안 현지 주민들의 고통스러운 사연이 중국인들의 가슴을 후벼파고 있다.

최근 산시성 시안의 전직 언론인이 쓴 ‘창안십일(長安十日)’이라는 제목의 일기도 공개됐다. 시안 봉쇄 하루 전인 지난해 12월 22일부터 이달 3일까지 열흘간 시안 봉쇄령으로 현지 주민들이 겪은 고통을 담았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발발 초기 우한 봉쇄의 참담한 현실을 담은 중국 작가 팡팡의 '우한일기'에 빗대 '시안판 팡팡일기'라고도 불리고 있다고 홍콩 명보는 5일 보도했다.


'창안십일'을 쓴 작가는 장쉐(江雪)다. 탐사기자로 활동했던 그는 중국 화상보 수석기자, 논설부 주임, 그리고 경제매체 차이신 기자 출신이다.

장쉐는 일기에서 “매일같이 나쁜 소식이 들려온다”며 “방역당국의 엄격한 통제로 일어난 '2차 재앙'이 곳곳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러다가는 인도주의적 재앙이 일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일기에서 시안에 내려진 봉쇄령이 얼마나 준비 없이 성급하게 내려졌는지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일기는 "봉쇄령이 내려지기 하루 전날(12월 22일)까지만 해도 이것이 얼마나 성급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지 아무도 몰랐다. 이번 봉쇄령이 가져올 재앙을 과소평가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도시에 '일시정지' 키를 누른 권력자들은 과연 이 도시에 사는 1300만명 사람들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았을까"라고 반문했다.

일기는 봉쇄 초기엔 마트와 상점도 비밀리에 운영됐고, 통행증만 있으면 이틀에 한번 꼴로 식료품을 사러 나갈 수 있어서 모든 게 합리적으로 보였다고 했다. 

하지만 단 이틀 만에 상황은 반전됐다. 곳곳의 주민들이 온라인에서 앞다퉈 식료품을 구매하면서 야채 사기는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장쉐는 "요새처럼 물자가 넘쳐나고, 일부러 굶으면서까지 다이어트하는 시대에 밥을 먹는 게 제일 어려운 일이 됐다"고 자조했다. 
 
"정부가 1300만명 모아놓고 먹이 주는 상황" 

봉쇄령 2주째인 중국 산시성 시안. 현지 주민들은 하루 혹은 이틀에 한번 꼴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상황이 심각해진 건 27일 봉쇄령이 한층 격상되면서부터다. 시안의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175명으로 최고점을 찍은 날이다. 이틀에 한 번 꼴로 식료품을 사러 나가는 것도 금지됐다. 아예 집안에만 꽁꽁 갇혀있어야만 했다. 

장쉐는 "12월 28일부터 31일까지 적어도 이 나흘간 시안 주민들은 스스로 먹을 것을 구해야 하는 문제와 싸워야 했다"고 말했다. 라면과 담배를, 마늘과 콩을, 시안 주민 이웃끼리 '물물교환'한다는 소식이 온라인을 통해 퍼진 것도 이때부터다. 

일부 동네에서는 정부가 식료품을 무상 배급한다는 소식도 전해졌지만, 누리꾼에 의해 "이는 모두 정부 배경이 있는 동네"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봉쇄령 초기에 활동하던 수천명의 자원봉사자들도 결국엔 무용지물이 됐다. 봉쇄령이 강화하면서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다. 

"시안은 마치 모든 사람들을 한데 묶어 놓고 공무원이 먹이를 먹여주는 상황 같다. 1000만명 넘는 인구가 사는 도시에서 그게 어떻게 가능한가. 한 지역동네 주민만 2만명인데, 말단 공무원은 10명이 채 안된다." 한 자원봉사자가 장쉐에게 토로한 불만이다.

장쉐는 "정부는 행정 역량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알지 못하는 듯 하다"고 꼬집었다. 

심지어 봉쇄령이 격상돼 2명 이상 확진자가 나온 아파트 동에서 추가 확진자가 나오면 단지 내 주민들이 모두 집중격리소로 끌려가는 조치도 취해졌다. 주민들은 혹시라도 자기 동네에 확진자가 나올까봐 다들 불안에 떨었다고 한다. 

그는 "(정부의) 시안은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란 말은 "정확한 허풍, 상투어, 그리고 빈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 후 반성이 없다면, 이번에 흘린 피눈물을 교훈으로 삼지 않고 공로를 칭송하고 상 주기에만 바쁘다면 우리가 감내한 고통은 결국 헛수고일 뿐이라고 했다.
 
"코로나19 통제 위해 불가피한 과정...춘제 연휴 전 봉쇄령 풀리길"
  

중국 산시성 시안이 전면 봉쇄되면서 중국 정부는 시안 일부 주민들에게 무료로 식자재를 조달했다. 웨이씨가 조달받은 식자재 [사진=웨이씨]

중국 당국은 4일 시안 내 확산세가 통제되기 시작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지난달 시안에서 확산세가 지속된 이후 처음이다.
 
산시성 정부는 이날 방역 브리핑에서 대규모 핵산 검사와 12일간 봉쇄를 통해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여전히 확진자가 많긴 하지만 초기와 비교하면 시안시 확산세가 통제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앞으로도 방역을 강화하는 데 총력전을 벌이겠다고 덧붙였다.
 
이런 추세라면 시안도 다른 봉쇄된 도시들처럼 코로나19 발병을 억제해 봉쇄가 조만간 풀릴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쩡광(曾光)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수석 과학자는 시안 봉쇄는 우한 이후 마지막 대규모 봉쇄가 될 것이라며 대규모 집단 감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정부의 봉쇄령으로 시안 코로나19 확산세가 빠르게 잡힌 걸 높이 평가하는 목소리도 있다.

"갑작스러운 폐쇄로 많은 주민들은 어찌할 바 몰라 불만이 컸었는데, 사흘 만에 중국 정부가 빠르게 대책을 마련, 무료로 식자재를 조달하면서 불만이 다소 사그라들었다."
 
시안의 한 IT기업에 다니는 주민 웨이(魏)씨가 본지를 통해 전해온 말이다. 그는 최근 2주간 중국 정부로부터 식자재를 두 차례 조달받았다고 했다. 

단지 내 단톡방에서 필요한 물품을 공동 구매·예약하면 2~3일 안에 물건을 받을 수 있다며 배달원이 단지 입구에 식자재와 생필품을 두고 가면 관리인이 가져다주거나 핵산 검사를 받을 때 본인이 직접 가지러 가면 된다고 했다. 

그는 단속이 엄격해 많은 사람들을 모두 만족할 수 없겠지만, 코로나19에서 벗어나기 위한 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래도 봉쇄가 춘제(春節·중국 설) 연휴 전에 풀리기를 바란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또 다른 시안 주민인 두(杜)씨도 단속이 엄격해 많은 사람들을 모두 만족할 수 없겠지만, 코로나19에서 벗어나기 위한 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래도 봉쇄가 춘제(春節·중국 설) 연휴 전에 풀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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