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생태계 위협하는 공정위] 제재 남발·늑장 심사, 불공정한 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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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 기자
입력 2021-12-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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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년 행정처분 242건 중 55건 소송으로

  • 2001~2020년 기준 패소율 12.6%에 달해

  • 시급한 기업결합 심사는 차일피일 미뤄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1월 16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올해 설립 40주년을 맞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무소불위의 권한으로 기업의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건전한 경제 활동의 보장과 공정 거래를 촉진한다는 설립 취지와 달리 불공정한 제재를 남발하고, 시급한 기업결합 심사에는 굼뜬 행보를 보이면서 시대흐름에 역행하고 있는 모양새다.

29일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공정위가 내린 시정권고·시정명령·과징금 등 행정처분 242건 중 55건(22.7%)이 소송으로 이어졌다. 기업이 공정위 행정처분이 부당하다며 법원에 판단을 맡긴 것이다.

기업이 소송을 제기하는 비율은 2016년 이후 꾸준히 20%대를 기록하고 있다. 2018년엔 24.2%까지 치솟았다. 기업들이 소송으로 공정위에 맞대응하는 건 행정처분 내용이 과도하거나, 처분 자체가 부당하다고 봐서다. 

이런 행태는 올해도 잇따른다. 공정위는 지난 22일 SK그룹 지주사인 SK㈜와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과징금 8억원을 각각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최 회장이 옛 LG실트론(현 SK실트론) 지분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SK의 사업 기회를 유용했다고 판단해서다. SK는 공정위 발표 직후 "납득하기 어려운 제재 결정이 내려져 유감스럽다"며 행정소송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법원에서 공정위의 잘못된 판단이 바로잡히는 사례도 적지 않다. 공정위가 펴낸 '2020년도 통계연보'를 보면 행정처분 확정연도를 기준으로 2001~2020년 이뤄진 관련 소송의 공정위 패소율은 12.6%에 달한다.

주먹구구식 제재는 감사원에서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지난달 하도급법 위반이나 입찰담합 사건을 처리하면서 과징금을 잘못 계산한 공정위에 주의를 요구했다. 감사원이 2016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공정위가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처분을 한 하도급법 위반 사건 18건을 조사한 결과 17건이 기한 계산이 잘못돼 있었다. 2011년 4월 감사원이 통보한 입찰담합 사건은 9년 뒤인 2019년 3월에야 과징금을 부과했다 법원에서 처분 취소를 당하기도 했다.

분초를 다투는 인수합병(M&A) 심사를 두고 차일피일 미루는 행태에도 비난이 거세다. 자본이나 매출이 일정 규모를 넘는 회사가 기업결합(인수합병)을 하려면 공정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질질 끌다 막판에 불허 결정이 나오면 딜 무산에 따른 손해가 최소 수백억원에 달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9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선언했지만 지금껏 공정위 판단이 나오지 않으면서 3년째 이도 저도 못하고 있다. 합병에 회의적인 유럽연합(EU) 눈치를 보는 탓이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이 두 달 전 "연내 심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지켜지지 않았다. 법상 기업결합 심사 기한은 120일이다.

늑장 심사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이 떠안는다. 경영 계획이 크게 틀어지고, 서둘러 새로운 전략을 세워야 하다보니 시행착오가 따를 수밖에 없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건을 이끄는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최근 "대한민국 국익을 위해 '교각살우(矯角殺牛·쇠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인다)'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공정위를 향해 쓴소리를 낸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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