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낭기의 관점 미니박스]모든 정책 실패는 '합리'서 나와…미국ㆍ독일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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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낭기 논설고문
입력 2021-12-2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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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에너지 발전에 필요한 집열판. 독일 정부가 태양광 에너지 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자 집열판이 독일로 몰려들었다. 이 바람에 햇빛이 풍부해 태양광 발전에 유리한 스페인 같은 나라에서는 집열판 부족 현상이 벌어졌다. [사진=국토교통부]

 

정치인들은 중요한 정책 결정을 하면서 그 정책이 좋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의 정치적 결정이 꼭 의도한 결과만을 가져오지는 않는다. 의도하지 않은 결과, 기대에 어긋난  결과를 가져온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미국이 멕시코 주민들의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미국과 멕시코 국경 지역에서 실시한 강력한 봉쇄 정책이 한 예다. 미국 연방이민국은 국경 경비대를 늘리고, 불법 이민자를 고용하는 고용주를 처벌했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는 수백 마일에 걸쳐 장벽을 세웠다.


그러나 미국 대학 교수들의 연구 결과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전에는 멕시코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에 건너와 몇 달간 계절 노동을 하다가  멕시코로 돌아갔다. 그런데 미국·멕시코 국경을 넘나드는 것이 훨씬 어렵게 되자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내내 미국에서 불법 체류자로 남아 있었다. 이 바람에 불법 이민자 수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났다고 한다. 강화된 불법 이민 방지 정책이 역효과를 낸 것이다.    


독일 정부의 태양광 에너지 사용 촉진 정책도 그런 사례다. 독일은 지리적으로 햇빛이 많지 않다고 한다. 그럼에도 독일 정부는 지구 온난화 방지에 기여하겠다는 목적에서 태양광 에너지 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했다. 


그러자 전 세계 태양광 집열판이 독일로 쏠렸다. 이 바람에 스페인과 같이 햇빛이 강하고 건조한 기후를 가져 태양광 발전에 유리한 지역에는 태양광 집열판 부족 현상이 생겼다. 결과적으로 독일 정부의 정책은 전 세계적 차원에서 볼 때 태양광 에너지 총생산량의 감소를 초래했다.


인간의 이성적 판단에 근거한 정치 논리가 인간의 이기심에 기초한 경제 원리 앞에서 어떻게 무력화되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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