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종전선언...한미 대북공조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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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원 기자
입력 2021-12-2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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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




임기 말을 앞둔 문재인 정부가 한국전쟁(6·25전쟁) 종전선언을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하기 위한 책임을 끝까지 다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최근 한·미 사이 엇박자가 드러나고 있다. 

정부는 외교·통일·국방부의 '2022 한반도 평화 업무계획'의 주요 내용을 공개했다. 최영준 통일부 차관은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외교·통일부와 '2022 정부 업무보고 합동브리핑'을 갖고 "한반도가 평화와 장기적 교착의 기로에 선 중요한 시간인 만큼,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해서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최 차관은 문재인 정부가 임기말 추진 중인 '종전선언' 의미에 대해 "평화협정 체결 시까지 서로에 대한 적대를 내려놓고 평화를 위한 대화를 시작하자는 의지를 천명하는 정치적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종전선언은 급격한 현상 변동 없이도 남북·미가 적대와 대결을 내려놓고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 접근으로 현재 교착된 남북, 북·미 간 대화를 다시 시작하는 좋은 출발점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내년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라 대북 제재 완화와 경제협력 등 상응 조치를 검토하겠다면서 남북 영상회담 등 안전회담 체계 구축, 설을 계기로 한 이산가족 대면 화상 상봉 등 인도적 현안 추진 계획도 밝혔다. 국방부도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굳건히 유지하면서 전작권 전환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 대북 제재 강화하는 미국  

다만 최근 미국 대북 정책은 한국 정부와 확연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한·미는 종전선언 추진을 위한 문안 조율을 마무리 지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미국 정부는 오히려 대북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북한 중앙검찰소와 전 사회안전상인 리영길 국방상의 '반(反) 인권행위'를 지적하며 경제 제재 명단에 포함하는 첫 대북제재를 발표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북한의 중앙검찰소와 리영길 국방상 등을 반인권 행위와 관련해 제재 명단에 추가시켰다고 밝혔다. 이번 제재는 '세계 인권의 날'(12월 10일)을 맞아 북한을 비롯해 중국, 미얀마, 방글라데시 등의 인권 침해 가담자들을 제재 대상에 올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재무부는 "북한의 개인들은 강제노동과 지속적인 감시, 자유와 인권의 심각한 제한에 시달린다"며 "중앙검찰소와 북한의 사법체계는 불공정한 법 집행을 자행하고 이는 악명 높은 강제수용소행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또한 재무부는 2015년 북한 여행 중 억류됐다가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례 또한 언급하며 "외국인들도 북한의 불공정한 사법 체계의 피해자가 된 사례"라고 밝혔다. 

북한에서는 사회안전상을 지낸 리영길 국방상과 중앙검찰소 등이 '불공정한 사법체계' 운영을 이유로 제재 대상에 들어갔다. 북한 건설 노동자들에게 학생비자를 내준 러시아 대학과 애니메이션 하청 작업을 하는 4·26만화영화촬영소 등도 제재를 받았다. OFAC는 북한 노동자들이 당하는 감시와 장시간 노동, 저임금 등 인권침해 측면을 중시했다.  
 
◆ 미국 내서도 종전선언 비판 의견..."北이 유일한 수혜자"  

미국 내에서도 종전선언에 비판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국계 영 김 의원과 마이클 매콜 의원 등 미국 공화당 소속 연방 하원의원 35명은 지난 7일(현지 시간) "북한 정권의 비핵화 약속이 없는 일방적인 한국전쟁 종전선언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 등은 이런 내용을 담은 공동 서한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앞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서한에서 "종전선언은 한반도의 미군과 지역 안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며 "북한이 완전히 비핵화하기 전에 미군의 한반도 철수를 고려할 수 있는 문을 여는 것은 미국 안보에 처참한 결과를 불러오고 미국 한국 일본인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도 전날 ‘한국은 평화선언에 서명할 것 같지 않다, 해서도 안 된다’란 제목의 칼럼을 공개해 종전선언 추진을 비판했다. 작성자는 미국 언론인 도널드 커크로 과거 시카고트리뷴 등에서 30년 넘게 한국 특파원으로 일했고 북한도 여러 차례 방문한 ‘지한파’ 언론인이다.

그는 종전선언에 대해 "문 대통령과 측근들은 종전선언 추진에 매진하고 있지만, 미국이 대북제재를 완화하고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지 않는 한 북한은 어떤 협정에도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 개발 역시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종전선언은 한국 안보의 핵심을 흔들면서 아무것도 보장하지 않는다. 북한은 유엔 규제 완화와 미군 철수를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유엔사 해체 주장하는 北...종전선언은 침묵 

최근 북한은 지난 9월 한국 정부의 종전선언 제안 이후 유엔사 해체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는 지난 10월27일 유엔총회 제4위원회에서 유엔사를 겨냥해 "한국에 대한 점령을 합법·영속화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정치군사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김인철 서기관도 지난 11월4일 법률 문제를 다루는 유엔총회 제6위원회에서 "유엔의 명칭이 정치적, 군사적 목적으로 개별 국가에 의해 오용되고 있는 비정상적인 상황은 지체 없이 시정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커크는 "문 대통령이 역사적인 한·미동맹을 분명히 파괴할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그토록 열망하는 이유를 알기는 어렵다"며 "북한이 유일한 수혜자가 될 것이고, 한국에 대한 잠재적 공격을 위한 군비 증강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또 종전선언에 누가 서명할 것인지 언급하며 "정전협정처럼 북한과 미·중의 군사령관이 나설지,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문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이 나설지도 문제"라며 "이 모든 게 우스꽝스럽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칼럼은 "문 대통령이 보고 싶어 할 남북과 미·중 지도자들이 서명하는 그런 장면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분명한 건 북한은 한국·미국과 대화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종전선언에 대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흥미 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는 담화 이후 특별한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달 말 북한 당 중앙위 8기 4차 전원회의의를 통해 대미·대남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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