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요한손 이케아 대표 “지속가능경영은 어렵고 비싸다?… 편견 깨는 게 ‘이케아 매직’”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경은 기자
입력 2021-12-23 05: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광명점 등 4곳 친환경 솔루션 구축… 건물·제품에 지속 가능성 고민 담아

  • 고객 의견 반영해 배송료 개선… 제품 가격은 경쟁사보다 낮게 유지

  • 한국은 흥미로운 시장… ‘이케아 라이브’ 등 새로운 시도·사업 확장할 것

프레드릭 요한손 이케아코리아 대표가 지난 20일 경기 광명 본사에서 이케아의 친환경 솔루션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경은 기자]



“적은 비용으로 지속 가능성을 만드는 게 바로 ‘이케아 매직’입니다.”
 
프레드릭 요한손 이케아코리아 대표는 지난 20일 경기 광명시 본사에서 만나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글로벌 가구 공룡, 국내 가구업계 3위인 이케아는 지속 가능성 선도 기업이다. 지난 회계연도를 ‘지속가능성의 해’로 선언하는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국내에서 화두가 되기 전부터 관련 노력을 기울였다.
 
이케아코리아 전 매장에는 태양광이 설치돼 있어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데, 지난해에는 매장에서 사용한 에너지보다 더 많은 재생에너지를 만들었다. 이케아코리아는 2030년까지 매장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또 2025년까지 배송차를 전부 전기차로 전환하고, 2028년까지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을 중단한다.
 
이케아 건물부터 제품까지 ‘지속 가능성’ 고민 담겼다
 
이케아코리아가 지속 가능한 경영을 가속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는지를 묻자, 요한손 대표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 지속 가능한 경영은 하기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생각인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며 “새로운 투자를 하더라도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답했다.
 
배송차나 포장재 전환이 대표적이다. 그는 “기존에 사용하던 차량을 당장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차량 노후화 시점에 맞춰 전기차를 도입한다”며 “새로운 투자가 필요하지만 어차피 투자를 해야만 하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다만 요한손 대표는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할 때는 비용과 이익을 분리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속 가능한 경영 측면에서 이익이라면 비용을 생각하지 않고 과감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의미다.
 
지속 가능한 경영에 대한 철학은 2013년 이케아가 국내에 진출할 당시부터 정립됐다. 요한손 대표는 “(국내 1호점인) 광명점을 지을 때부터 지속 가능한 빌딩을 만들려고 노력했다”며 “다양한 요소를 계획하고 한국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케아코리아는 매장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을 통해 전력을 생산하고, 지열 에너지를 활용해 냉난방 시스템을 가동한다”며 “빗물 활용과 절수형 위생기기 등을 통한 에너지 절감도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이케아코리아는 광명점 오픈 당시 총 60억원을 투자해 이 같은 친환경 솔루션을 구축했다. 광명점뿐 아니라 고양‧기흥‧동부산점 등 이케아의 대형 매장 4곳에는 친환경 솔루션이 동일하게 적용돼 있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이케아 고양점은 세계적인 친환경 건물 인증제 ‘브리암’에서 ‘매우 우수’ 등급을 획득하기도 했다.
 
건물뿐 아니라 제품도 지속 가능성을 추구한다. 이케아코리아에서 판매하는 제품 1만여개 중 4000여개는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친환경 제품이다. 대나무로 만든 수납장, 의자, 도마 등이 대표적이다. 대나무는 생장 속도가 빠르고 내구성이 뛰어나 ‘지속 가능한 소재’로 꼽힌다.
 
한국 소비자들도 이에 호응한다. 한국은 이케아가 진출한 국가 중에서 지속 가능한 제품 판매 비중이 가장 높다. 대나무 제품은 워낙 잘 팔려 이케아에서 한국을 ‘대나무의 나라’라고 할 정도다. 또 이케아가 대체육으로 만든 미트볼인 ‘플랜트볼’도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다.
 
요한손 대표는 “지속 가능한 제품을 만드는 걸 ‘히어로 프로젝트’라고 부른다”며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지속 가능한 제품이라고 해서 비용을 더하지 않고, 소비자들이 낮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레드릭 요한손 이케아코리아 대표가 지난 20일 경기 광명 본사에서 ‘지속 가능한 제품’ 진열대 앞에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경은 기자]

 
이케아코리아도 가격 인상 불가피… “경쟁사보다 낮은 가격 유지”
 
이케아코리아는 항상 ‘더 낮은 가격’을 추구한다. 올 한해 가구업계가 원자잿값 인상으로 인해 제품 가격을 줄인상한 반면, 이케아코리아는 지난 회계연도(2020년 9월~2021년 8월)에 오히려 두 차례 가격을 인하했던 이유다.
 
요한손 대표는 “제품 기획 단계부터 가격을 결정하고 만든다”며 “제품 기획 시에는 디자인, 기능, 품질, 지속가능성, 낮은 가격 등 5가지 요소를 고려하는데 낮은 가격을 위해 다른 요소를 변경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케아의 가격 정책은 더 많은 사람에게 낮은 가격으로, 인기 제품은 더 낮은 가격으로,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도 더 낮은 가격으로 제공하자는 것”이라며 “이케아는 전 세계 50개 이상 국가에서 영업을 하다 보니 원재료를 대량 수급하고 대량 생산하는 데 능숙하다. 이 점도 더 낮은 가격을 선보일 수 있는 비결”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이케아의 지주회사인 인터이케아그룹에서 가격 인상에 나선 만큼 이케아코리아도 이를 피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요한손 대표는 “가격을 올리지 않으려 저항했지만, 전 세계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인상되고 운송비‧인건비 등 제반 비용이 올랐기 때문에 기존 가격 정책을 그대로 가져가긴 힘들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가격을 올리더라도 경쟁사와 비교해 가장 낮은 가격을 유지한다는 원칙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송 요금 더 낮춰… 새로운 요금 정책 선보인다
 
배송 요금도 지속적으로 낮추고 있다. 이케아 배송비는 소위 ‘배보다 큰 배꼽’으로 불리며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을 받았으나, 최근 들어 새로운 배송 요금 정책을 속속 선보이는 상황이다.
 
기존에는 택배 배송 가능한 제품의 가로 길이가 100㎝ 이하로 제한됐고 배송 요금은 5000원을 일괄 적용했다. 하지만 최근 제품 가로 길이 제한을 140㎝ 이하로 늘리고 제품 사이즈와 무게에 따라 △3000원 △5000원 △8000원의 단계별 요금을 나눠 적용하기로 했다.
 
‘주유소 픽업 서비스’도 내놨다. 이케아코리아 온라인몰에서 주문하고 GS칼텍스 주유소에서 제품을 수령하는 서비스다. 부피 0.4CBM(1cbm은 1세제곱미터) 미만, 제품 길이가 180㎝ 이하인 제품에 한해 1만9000원에 신청이 가능하다.
 
이케아코리아는 조만간 새로운 요금 정책을 또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전까지는 가구 조립비를 구매한 금액에 따라 다르게 책정했지만, 앞으로는 조립 난이도에 따라 부과한다는 계획이다.
 
요한손 대표는 이에 대해 “고객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라면서도 “제품 가격과 배송비를 다 합쳐 합리적인 가격을 제공하려 하지만, 제품 가격과 배송비는 분리하는 게 원칙이다. 보다 저렴하게 구매하기 위해 매장에 방문하는 고객에게 가격 혜택을 주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프레드릭 요한슨 이케아코리아 대표 [사진=김경은 기자]

 
추가 출점 고민 중… 한국 시장 사업은 지속 확장
 
가격적인 측면 외에도 요한손 대표는 사업에 대한 고민이 깊다. 지난 회계연도 매출이 전년 대비 3.4% 늘었으나 이전 회계연도(33% 증가)와 비교할 때 주춤한 데다, 올해 대형매장 추가 출점이 없어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서다.
 
요한손 대표는 “2021 회계연도에는 코로나19로 공장이 문을 닫는 등 어려웠던 상황에서 선방했다고 판단한다”면서도 “재고 문제로 고객들이 필요한 제품을 제때 구매하지 못했던 게 원인”이라고 해석했다.
 
대형 매장 추가 출점에 대해서는 “고객 접점을 확대하는 건 중요하다”면서도 “코로나19로 소비 행태가 변하면서 대형 매장의 필요성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 충청도에 들어설 계룡점도 대형 매장 형태로 낼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국 시장에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방침은 여전하다. 매장 출점이 늦어지더라도 온라인몰에 힘을 주며 온‧오프라인을 통합한 ‘옴니 채널’로 전환하려는 이유다. 온라인을 통한 실시간 판매 방송인 ‘이케아 라이브’는 한국과 미국 두 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요한손 대표는 “한국 소비자들은 요구가 많은 편인데, 이들이 요구한 내용이 1~2년 뒤에 유럽에서 나오기도 한다”며 “한국은 새로운 시도를 하기에 좋은 시장이고, 한국 소비자들로 인해 더 성장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전했다.
 
요한손 대표는 1987년 스웨덴 이케아에 파트타임으로 입사해 중국, 프랑스 등 여러 국가에서 다양한 직무를 수행했다. 이케아코리아에는 2017년 부대표로 합류했으며 2019년 7월부터 대표직을 맡고 있다.
 
요한손 대표는 “6년 동안 지내본 결과 한국은 흥미로운 시장이다. 이케아코리아를 위해 앞으로도 할 일이 많다”며 “개인적으로도 아내가 한국인이고 가족들이 한국에서 행복하기 때문에 당장 이동할 계획이 없다. 앞으로 몇 년간 이케아코리아 대표직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케아는 ‘2030년 기후안심기업’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사람과 지구에 친화적인 기업이 되자는 신조로 2012년부터 이 같은 목표를 세웠다”며 “앞으로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지속 가능성을 위한 계획을 실천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