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물리 공간의 시대] 경계가 사라진 시대, AI 플랫폼의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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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균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 (카이스트·메가존클라우드 지능형 클라우드 융합기술 연구센터 소장)
입력 2021-12-20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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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런 공간을 상상해 보자. 내가 착용하고 있는 스마트 워치가 내 체온과 상태를 체크해 집 안의 보일러를 작동시켜주고, 집 안의 모든 전기와 에너지는 나의 사용 패턴에 따라 최적의 상태로 관리된다. TV를 켜면 오늘 내가 인터넷에서 검색한 정보와 그동안 시청한 영상 정보가 반영돼 새롭게 채널이 설정되고, 콘텐츠 또한 요약본이나 전체 버전 중에 선택할 수 있다. BTS가 나오는 콘텐츠는 나의 선호에 따라 특정 멤버, 특정 시점이 선택돼 다르게 재생되고, 여러 사람이 직접 공연장에 간 것보다 더욱 생생하게 시청 경험을 공유한다. 집 안 곳곳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간단한 동작으로 집 안의 전자기기를 작동시킬 수 있으며, 사이버 공간에 완벽하게 구현된 물리 공간은 실시간으로 상태가 파악돼 내가 필요를 느끼기도 전에 집 안 곳곳에 필요한 물건이나 식재료를 채워 준다.

인공지능(AI)의 발달은 인간이 존재하는 물리 공간과 일상을 어디까지 바꿔 놓을까. 우리는 일상에서 이전과는 달라진 형태로 동작하는 기기들에 둘러싸여 있다. 이미 AI 알고리즘이 탑재된 TV,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보일러 등 각종 기기가 ‘스마트’라는 수식어를 달고 등장했다. 과거에 버튼으로만 동작하던 기기들이 사용자가 제품을 사용하는 패턴을 학습하고, 사용 환경에 따라 새로운 사용 방법을 제안하며, 때때로 탑재된 소프트웨어(SW)와 앱이 업데이트를 통해 자동으로 업그레이드되는 것이 일상화하고 있다. 그런데 앞으로 더 많은 사물과 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되고, AI 알고리즘이 더 발달한다면? 인간과 기계, 그리고 사이버 공간이 끊임없이 연결되고, 상호작용하는 미래는 사이버 세상과 물리 세상의 경계가 어디쯤인지 모호해질지 모른다. ‘사이버 물리 공간’의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사이버 물리 공간은 물리 공간과 사이버 공간, 즉 AI 알고리즘으로 동작하는 컴퓨팅 네트워크가 연결된 공간이다. 인간이 작동하는 기계장치를 비롯해 물리 공간의 사물과 인간이 만들어내는 정보가 사이버 공간에 반영되고, 이 모든 데이터를 수집·가공·분석·추론한 결과가 실제 물리 공간의 사물과 인간에게 다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러한 피드백의 과정은 개인이 생활하는 집, 사무공간에서부터 학교, 병원, 공장과 철도, 교통, 항만, 공항 등 사회기반시설에 이르기까지 사회 곳곳에 적용될 수 있다.

사이버 물리 공간의 등장이 인류 문명에 미칠 영향이 얼마나 클지는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과거의 경험에서 이를 유추하자면, 모바일 인터넷 시대의 시작 정도와 비견할 수 있을까. 모바일 인터넷 시대의 시작을 언제부터라고 정확하게 지적하기 어렵지만 아이폰, 그리고 앱스토어의 등장 이후로 사람들이 인터넷을 활용하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앱스토어의 등장은 사람들이 휴대폰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는 수십만 개의 앱 기반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이는 사람들이 인터넷에 접속하는 방식에서부터 시작해 일하는 방식, 소비문화, 커뮤니케이션 방식 등 전반적인 삶의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사람들이 앱을 통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자 산업계뿐만 아니라 사회의 제반 서비스들이 '앱'을 통해 사용자와 소통하는 생태계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즉, 앱스토어는 그 자체로도 혁신이었지만, 그로 인해 다른 모든 업계가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식을 바꾸면서 부차적인 혁신과 발명을 이끌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시대의 도래를 위해 어떤 발명과 혁신이 더 일어날 것인지, 또는 일어나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었다. 앱스토어 자체에 대한 이해나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위한 기술적 요소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려졌지만, 이것이 시대를 바꾸고 있는 와중에도 앞으로 어떤 형태의 변화가 일어날지 쉽게 예측할 수 없었던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요약하면, 모바일 인터넷 시대의 도래는 △인류의 전반적인 삶의 방식에 변화를 이끌었고 △다른 산업계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쳤으며 △어떤 변화가 어디까지 일어날지에 대한 예측을 불허했다. 새로운 사이버 물리 공간 또한 우리 삶에서 컴퓨터와 인터넷, 사물들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하고, 발전시키며, 변화시키게 된다. 이는 모바일 인터넷 시대가 인류에게 가져다준 변화만큼이나 혹은 더욱더 급진적이고 광범위한 방식으로 우리의 미래 사회를 바꿔놓을 것이다.

모바일 인터넷 시대 도래의 핵심이 앱스토어의 등장이었다고 하면 사이버 물리 공간의 도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 공간을 이어줄 AI 플랫폼이다. 전통적으로 플랫폼이란 기차나 차를 타고 내리는 '승강장'을 의미했다. 기차와 같은 이동 수단을 타기 위해서 가야 하는 곳, 즉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인 것이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칼리스 볼드윈(Carliss Baldwin) 교수는 플랫폼을 기술적 의미에서 '다른 구성요소 간 연결을 규정함으로써 시스템에서 다양성과 진화 가능성을 지원하는 안정적인 구성 요소의 집합'이라고 정의한다. AI 플랫폼이 어떤 형태를 가지게 될지를 지금 시점에서 구체적으로 그릴 수 없지만, 어떤 방향성과 특징을 가지게 될지는 크게 4가지로 예측해 볼 수 있다.
 
더 똑똑해진 플랫폼
정보통신기술과 컴퓨팅 기술의 발전은 아주 작은 센서의 네트워크 연결과 저렴한 가격의 컴퓨팅 능력 탑재를 가능하게 했다. 게다가 정해진 규칙에 따라서만 움직이던 SW가 이제는 스스로 동작 상황을 파악해 운영관리자의 지시 없이도 스스로 운영 원칙을 조정할 수 있도록 AI 알고리즘이 개발되고 있다. 인간은 이제 특정 상황에 특정 시스템이 동작하도록 하는 운영 원칙을 설정하는 방법뿐 아니라 매 순간 인간의 명령을 받지 않아도 자율적인 운영을 위해 필요한 데이터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 모든 생태계에 인간의 감시와 통제, 조정이 필요했던 과거와 달리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정확한 데이터가 주어진다면 AI가 인간을 대신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AI가 인간을 대신하기 위해서는 목적에 맞는 운영을 위한 일반적 정보 이외에도 극한의 사용 환경이나 관련 없어 보이는 상황 정보 데이터 또한 수집해야 한다. 목적이 분명한 자동차나 비행기 같은 경우 스스로 똑똑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학습시킬 수 있지만, 극한의 온도나 주변 환경에 따라 새롭게 스스로 학습하도록 하는 것은 다른 추가 작업을 요구한다. 또 자동차를 타고 주변 경치를 관람하거나, 연인과 함께 드라이브를 즐기는 상황에서의 운행은 단지 빠른 이동이라는 목적과는 구분돼야 한다. 즉, 기계 장치와 이에 탑재되는 플랫폼도 사용 환경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주변 상황, 더 나아가 인간의 감정이나 심리적인 상황까지를 복합적으로 파악하고 판단하는 지능까지, 더 똑똑해지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시너지를 내는 플랫폼
지식 생태계의 고도화와 함께 사람 간의 교류뿐 아니라 인간과 사물 간의 교류가 가능한 사물인터넷 환경이 만들어지고, 수십억 개의 SW가 연결되며 수많은 AI 알고리즘의 상호작용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우리는 단순히 연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시너지 효과를 생각해야 한다. 각종 시스템과 센서, 기계 장치의 운영 상황은 비슷한 환경을 구축해서 운영하는 사람이나 기업에 벤치마크로 활용될 수 있다. 이에 더해 사람과 사물 간 AI 알고리즘이 더해진다면 그 상상력은 끝없이 뻗어 나갈 수 있다. 사람이 AI 알고리즘에서 생태계를 운영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고, AI는 자신의 알고리즘이 탑재돼 운영되는 사물 시스템과 이를 운영하는 인간에게서 피드백을 받게 된다. 인간, 사물과 AI는 서로 협력하는 형태의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다만, 이러한 협력의 형태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인간이 존재하는 모든 환경에 각종 센서와 장치를 부착해서 데이터를 수집·파악하고 제어하는 과정은 하나의 운영 상황으로 설명될 수 없기 마련이다. 동일하게 설계한 시스템이라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서비스 환경이 너무나 다양하기에 예상 가능한 모든 오류에 대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많은 플랫폼이 서비스의 출시를 대비해 수백 가지가 넘는 테스트를 진행하지만 늘 어디선가 문제가 발생한다. 더구나 시스템이 한 기업의 제품만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기업의 제품으로 구성돼 있고, 구동되는 SW도 수십 가지가 넘고, 운영 관리도 동시에 여러 곳에서 각각 이루어지는 상황에서는 문제의 해결 또한 쉽지 않다. 이러한 복잡한 생태계 속에서 원활한 시스템 운영은 단순히 하드웨어 모듈이나 SW 모듈에 대한 운영 관리 책임만 명확하게 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같은 사이버 공간에 존재하는 생태계 구성원 모두가 같은 고민을 하며 교류할 때 문제의 근원에 접근할 수 있다.

미래 생태계가 복잡해지면 복잡해질수록 사람과 물리 시스템은 서로 간의 시너지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클라우드 플랫폼은 생태계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역할이 기대된다. 센서와 하드웨어 장치가 클라우드 시스템에 연결되고, 이를 운영 관리하는 사람들이 클라우드를 사용하며, 수많은 SW나 AI 알고리즘이 클라우드 위에 탑재되면 복합적인 연결고리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떠한 시너지 효과가 일어날지 당장 확실하게 알 수는 없다. 다른 곳에 적용하던 운영 방식을 테스트한다거나, 예상치 못한 문제점이 생기더라도 다른 클라우드의 해결 방식을 참조하는 등의 소소한 장점만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다만, 사람이 한쪽 눈으로 사물을 보되 두 개의 눈을 사용해야 거리를 비롯한 3차원 공간을 파악할 수 있듯, 사람과 사물이 서로 도울 수 있도록 하는 사물인터넷과 상호작용이 가능한 클라우드 플랫폼의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쉽게 쓸 수 있는 플랫폼
사이버 물리 공간의 플랫폼은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편리한 플랫폼이어야 한다. 모두가 플랫폼을 사용한다는 것은 기술적 취약계층도 플랫폼의 소비자에 포함돼야 한다는 의미다. 즉, 플랫폼을 아주 잘 활용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플랫폼에 대해 전혀 모르는 초보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에 따라 ‘얼마나 편리하고 쉽게 이용할 수 있느냐’가 다수의 사람이 이용하는 플랫폼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플랫폼 개발자가 별다른 사전 지식 없이 원활히 이용 가능한 플랫폼의 형태를 추구해야 하는 이유이다.

특히 시스템상에 긴급 상황이나 오작동이 발생했을 때 즉시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복잡한 플랫폼의 경우 대부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찾거나 이상 상황을 파악하는 데에도 최소한 여러 시간이나 때로는 며칠 이상이 소요됐다. 이러한 관리상의 문제는 사람들의 신뢰와 직결되는 문제로, 플랫폼 운영 관리자나 개발자가 이상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수정해 원래의 기능으로 복구하는 과정이 얼마나 빠른지가 좋은 플랫폼을 판단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 때로는 비상시를 대비해 여분의 플랫폼을 준비하는 등 사용자가 불편함이 없도록 믿을 수 있는 서비스 환경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즐거움이 있는 플랫폼
사이버 물리 공간의 플랫폼이 지속 가능해지려면 사용자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하는 플랫폼이어야 한다. 즐거움을 좇는 우리 인간은 새로운 공간을 방문할 때 그 공간이 나에게 즐거움을 제공하는지를 빠르게 읽어 들인다.

TV나 매체에서 시장을 다룰 때 흔히 '에너지 넘치는' 공간으로 표현하곤 한다. 많은 사람의 여행 코스로 그 지역의 시장이 들어가는 이유는 시장이라는 공간 안에 다양한 콘텐츠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때의 막연한 설렘은 단지 쇼핑의 즐거움 또는 충동구매로 인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가게마다 반복되는 물건들로 요즘의 유행을 가늠하고, 호객하는 상인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고, 떨이 세일에 몰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기웃거리며 우리는 묘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다. 군중심리에 동참해 세상 쓸데없는 물건을 하나 구매했더라도 그 순간에는 분명 즐거웠으리라.

사람들로 북적북적한 공간의 에너지가 물리 공간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집에 혼자 있더라도 친구와 채팅하거나 여러 사람과 소셜네트워크로 연결돼 수다를 떨면서 에너지를 상호 교환한다. 야구 중계를 보다 '홈런'에 함께 환호하고, 음악 경연 프로그램을 보며 감상을 나누는 일에서 즐거움은 배가된다. 스포츠나 게임, 공연의 주체 또한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지켜보는 관중의 환호와 호응 속에서 더 많은 힘을 얻을 수 있다. 고급 식당에서의 맛있는 음식보다 좋은 사람과의 떡볶이가 더 즐거울 수 있듯, 공감의 에너지 또는 사회적 에너지의 섭취는 인간의 마음을 배부르게 한다.

사이버 물리 공간에서의 새로운 플랫폼은 굳이 물건을 판매한다는 목적이 아니더라도 그저 공감의 즐거움을 주는 공간 구성으로 족할지 모른다. 홀로 농사를 짓던 사람이 누군가와 함께하는 느낌을 받고, 어려운 수술을 집도하던 의사가 동료에게 의견을 구하는 것이 원활해진다면 일의 능률 또한 비약적으로 상승할 것이다. 이는 단지 현재의 인터넷 방송과 같은 화면 공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공간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개인이 하나의 공간에 있는 것처럼 소통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물리적 장소의 제약 없이 에너지를 더할 수 있다.

우리는 현재 사이버 물리 공간의 도래를 눈앞에 두고 있다. 모든 과학의 발전이 사이버 물리 공간을 위함이라고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많은 부분은 이 공간에서 쓰임으로써 빛을 발할 것이 틀림없다. 초등학생 '과학의날' 그림의 단골 소재인 날아다니는 자동차보다도 먼저 우리가 만나게 될 사이버 물리 공간은 아이폰이 등장한 날의 충격보다도 더 놀라운 세상의 변화를 가져온다. 이제 스마트폰이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스마트폰이 이미 우리의 삶에 스며들었듯이, 사이버 물리 공간은 이미 우리의 삶에 서서히 스며들고 있으며, 정신을 차렸을 때 우리는 이미 사이버 물리 공간 속을 여행하고 있을 것이다.
 
최준균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카이스트·메가존클라우드 지능형 클라우드 융합기술 연구센터 소장) jkchoi59@kaist.ac.kr
 

최준균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카이스트·메가존클라우드 지능형 클라우드 융합기술 연구센터 소장) [사진=최준균 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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