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제재에 한국 금융변동성 적신호 켜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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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21-12-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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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한국에 대한 광범위한 제재를 검토하는 '대(對)한국정책검토워킹팀(WT)'을 출범하면서 일본이 이번엔 금융에 타격을 입히는 방식으로 경제 보복을 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대 한국정책검토워킹팀은 특히 금융, 투자, 무역을 꼬집어 "한국에 고통 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 상황이다. 2019년에도 일본은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에 이어 우리나라에 대한 금융 제재를 단행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국내 기업에 대출을 중단하는 식이다. 금융권에서 혹시 모를 일본계 자금 이동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국내에 진입한 외국계 금융회사는 166개(31개국)이며 이 가운데 일본계 금융회사는 20개에 해당한다. 여신전문으로는 오릭스캐피탈코리아, 토요타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제이티캐피탈, 롯데캐피탈이 뿌리를 내렸으며 저축은행은 에스비아이저축은행, 오에스비저축은행, 제이티저축은행, 제이티친애저축은행 등이 있다. 은행은 엠유에프지(MUFG), 미즈호, 미쓰이스미토모, 야마구치 등 네곳이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4개 일본계 은행 지점들이 보유한 대출 잔액은 총 21조8673억원이다.

​금융권에서는 우려를 내비칠 상황까지는 아니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기준 전체 외국인 보유 주식 자금(734조1000억원) 중 일본의 비중은 15.3조원(2.1%)에 불과하다. 대출 부문에서 일본계 비중이 99%로 압도적이었던 대부업의 경우에도 당초 서민 금융 리스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최근 법정 최고금리 인하 등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규제로 대출액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산와머니, 조이크레디트대부 등 일본계 대형 대부업자의 경우 2019년 신용대출 중단을 발표하고 개점휴업 상태다. 대출 잔액은 2019년 말 1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9000억원까지 증발했다. 
 

[표=KB증권, ECOS]

2019년에도 우리 금융당국은 일본의 경제 보복이 한국 금융시장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봤다. 당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일본 자금 의존도가 현저히 낮아졌으며, 단기외채 규모 감소로 외채구조가 장기화되는 등 외환건전성이 크게 개선됐다"면서 "일본의 보복조치 발동 시 일본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 상호연계성이 강한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위상 및 신뢰도 저하 등으로 일본계 은행이 자금 회수를 실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계 은행의 대기업 여신이 재무구조가 건전한 대기업에 집중해 일본의 금융자금 회수가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외화LCR(유동성커버리지 비율) 규제 도입으로 급격한 외화 자금유출 시 국내은행이 충분한 대응 여력을 갖춘 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은행의 외화차입금 규모 축소, 거주자 외화예수금 증가, 단기 차입 비중 축소 등 대외부문 외환건전성이 개선됐다.

하지만, 앞으로 일본의 경제 보복이 어디까지 확대될지 예상하기 힘든 만큼 미리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본계 은행 국내지점의 자금 동향을 살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일본계 자금의 종류나 성격별로 나눠서 모니터링을 실시하거나 특정 종류의 자금에서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8년 금융위기나 2011~2013년의 독도사태로 인한 한·일 갈등 기간을 보면 일본계 자금, 특히 은행여신의 경우 3분기 이상 유출된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2008년 서브프라임 이후에는 은행에서 가장 많은 34억7000만달러의 자금이 4분기 연속 빠져나갔다. 2012년 독도분쟁 이후에는 비은행민간부문에서 9억1000만달러 규모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기 시작한 2018년 하반기부터 비은행민간부문을 중심으로 일본계 자금이 40억달러 가량 이탈했다

일본계 자금이 움직이면서 외환시장에 영향을 주면 마치 나비효과가 일어나듯 한국 금융시장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일본의 경제 보복이 원화 환율 상승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들어와 있는 일본계 자금이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원화로 돼 있는 자산을 달러화로 바꿔야 하는데 이 때문에 환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한국에 있는 일본계 자금의 10% 정도만 빠져나가도 외환시장이 크게 요동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 별 큰 문제가 없다고 보지만 코로나19로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져 있는 와중 추가적인 돌발변수에 대한 리스크는 줄여야 한다"면서 "일본계 은행에서 나온 대출의 대부분이 기업 자금으로 유입되는 구조인 만큼 여신 리스크 분산을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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