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고조할아버지는 인간이 생각하는 모든 명제를 AND, OR, NOT으로 결합하여 표현할 수 있도록 해준 불 대수(Boole Algebra)를 만드신 분입니다.”

인공신경망 연구의 대가인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이 한 인터뷰에서 위와 같이 말했다. 힌튼의 조상은 컴퓨터의 연산법칙를 만들었고 후손은 인공지능(AI)의 학습능력을 창안한 AI 명문가다.

 

불 대수를 소개한 '생각의 법칙' 초판(1854년 출간) [출처=아일랜드 코크대학교, 조지 불 출생 200주년 기념 웹사이트]


19세기 영국 수학자 조지 불(George Boole, 1815~1864)은 컴퓨터 연산의 기초가 된 불 대수를 창안했다. 불 대수는 X나 Y의 논리적 상관관계를 다루는데, 이것은 연산의 종류와 변수가 참인가 거짓인가에 따라 논리적 명제가 참 아니면 거짓이 된다는 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불 대수를 응용한 컴퓨터는 정보처리와 문제 해결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불의 논리적 산법은 오늘날 디지털 회로설계, 데이터베이스 구축, 검색 엔진 제작 등에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디스토피아 논쟁의 시작

"우리는 날을 거듭할수록 그들에게 점점 더 복종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기계의 노예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이지요. 앞으로도 우리가 기계를 계속 발전시킨다면, 우리는 결국 그들의 지배하에서 비참한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영국 소설가 버틀러(Samuel Butler, 1835~1902)가 1863년 뉴질랜드의 일간지 '더 프레스'에 기고한 '기계 속의 다윈(Darwin Among the Machines)'이란 수필에는 미래에 대한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진화하는 기계로 인해 암울해질 인간의 미래를 표현한 소설 '에레혼' 초판(1872년 출간) [출처=위키피디아]


기계문명이 결국 우리를 디스토피아로 이끌 것이란 화두를 처음으로 제시한 사람은 버틀러다. 버틀러는 산업혁명이 무르익던 19세기 말 종교와 도덕관을 비판하는 데 앞장섰다. 그는 대표작 <에레혼(Erewhon, 1872)>을 통해 AI와 인공생명의 시대를 예견하면서, 기계 속의 다윈과 에레혼 23~25장('기계의 책')에 기계의 진화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표현했다. 1859년에 출간된 <종의 기원>에서처럼, 기계가 진화하면 인간을 지배하는 시대가 올 거라고 예언했다. 버틀러는 "기계는 인간이나 동식물의 진화와는 비교도 안될 속도로 빠르게 진화할 것이다"라고 주장했고, 기계가 자의식을 가질 날도 올 것이라 했다. 슈퍼AI 시대를 150년 전에 예상한 것이다.

버틀러의 생각은 20세기에 들어 사이버네틱스의 아버지라 불리는 위너(Nobert Wiener, 1894~1964)에 의해 구체화되었다. 위너는 "지금처럼 기계가 배우고 경험에 의해 자신을 수정해 가는 데 더욱 많은 노력을 쏟는다면 기계는 우리의 명령에 더 이상 복종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이는 마법의 램프에서 나온 '지니'가 다시 램프 속으로 들어가지 않으려 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지금 우리의 삶은 온갖 AI 기술과 얽혀 있다. 암을 치료할 때 의사가 왓슨의 지시를 따르고 알파고의 지시대로 바둑을 둔 기사가 이세돌 9단을 이겼다. 자동차 운전도 지능화된 내비게이션의 지시를 따라야 되고, 아이들의 교육도 AI가 분석한 방법대로 따라야만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이와 같이 AI의 지시대로 살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AI를 이용해서 보다 편리하고 윤택한 삶을 살 수 있다고 강변하고 있다. 이러다가 AI의 지배하에 살게 되지는 않을까? 마치 AI에게 사육되는 것처럼 말이다. 유토피아가 한순간에 디스토피아로 변하는 반전 드라마가 펼쳐지는 시기가 싱귤래리티(Singularity)는 아닐까?
 
안드로이드 로봇이 최초로 등장하는 소설

천재 소년 발명가, 조니는 높이 3m의 무쇠 로봇을 발명했다. 생김새는 사람과 같다. 머리에는 연통이 달려 있다. 증기기관을 움직이기 위해 연료를 연소한다. 달리는 속도는 시속 100㎞. 조니와 친구들은 이 로봇이 끄는 마차를 타고 대초원을 누빈다. 버팔로도 쫓고 인디언과 싸우기도 하는 모험소설이다.
 

소설 '대초원의 증기인간' 초판(1868년 출간) [출처=위키피디아]


1868년 등장한 안드로이드 로봇이야기, <대초원의 증기인간(Steam Man of the Prairies)>은 미국의 주간지 '타임 노벨'에 엘리스 (Edward S. Ellis, 1840~1916)에 의해 연재되었다. 증기기관을 몸 속에 장착한 로봇이 대초원을 횡단하며 겪는 짜릿한 모험을 그린 소설이다. 이 소설을 출간한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이 성공에 자극을 받은 다른 출판사에서는 '발명가 플랭크 리트와 증기인간'이란 아류소설이 나오기도 했다.

이 소설이 AI 역사에 등장해야 하는 이유는 인간을 닮은 로봇을 처음으로 묘사했기 때문이다. 소설이 나온 같은 해에 데데릭(Zadoc P. Dederick)은 증기기관으로 작동하는 로봇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엘리는 데데릭의 특허를 보고 이 이야기를 지어 냈다고 한다.

증기인간 특허와 이야기는 당시 산업화에 열광하던 미국사회 분위기를 대변한다. 사람들은 언젠가 인간과 유사한 인공 생명체가 탄생할 것이라는 상상을 해왔다. 동력혁명 이전에는 이 상상이 주술이나 마술을 소재로 한 이야기로 지어졌다. 증기가 주 동력원이 되자 증기로 움직이는 인간이 등장했다. 전기 시대에는 충전 로봇이 대세였다. 요즘 영화에선 '아이언맨'같이 가슴에 원자로를 하나 심는다. 로봇스토리는 당대에 가장 익숙한 동력과 결합했다. 수소전지가 대세가 되면 수소로봇도 등장할 수 있다.

19세기 말에는 동물 로봇을 소재로 한 소설들이 많이 나왔고 툼스(Robert T. Toombs)의 '로봇 타조(Black Big Ostrich)'가 인기를 누렸다. 일렉트릭 밥(Electric Bob)이라는 천재 소년이 거대한 타조 로봇을 발명해 타고 다니는 모험담이다. 로봇의 공학적 디테일로 기계시대에 대한 사람의 기대와 열망, 두려움을 표현했다.
 
AI 이론의 시작, 하노이탑

고대 인도의 한 사원에는 세개의 다이아몬드 기둥과 모두 크기가 다른 순금 원판 64개가 보관되어있다. 원판 한가운데는 구멍이 뚫려 있고 모두 이 구멍을 이용해 하나의 다이아몬드 기둥에 크기 순서대로 꽂혀 있다. 제일 큰 원판이 맨 아래에, 제일 작은 것이 맨 위에 놓여 있다. 신은 이 사원의 수도승에게 이 원판들을 다른 기둥에 모두 크기 순서대로 빨리 다시 옮겨 놓으라 명했다. 여기서 무시무시한 예언이 따라온다. 이 원판을 모두 옮기고 나면 종말이 온다는 것이다. 사원, 수도승은 물론 이 세상 모든 것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베트남 하노이의 한 불교사원에서 전해 내려오는 세상의 종말에 대한 전설이다. 그런데 이 전설 속 신의 예언이 수천년 전에 나왔고 여전히 유효하다 해도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 전설의 미션을 달성하려면, 최소 횟수로 계산해도 원판을 '2의 63승'번 이동해야 한다. 1초에 황금 원판 한 개를 옮겨도 모든 원판을 움직이는 데 걸리는 시간은 5849억년이다. 참고로 지구의 나이는 49억년이고 우주의 나이가 120억년이라 한다. 
 
컴퓨터 자체가 수학의 구현체이고, 수학을 바이너리로 구현한 게 바로 컴퓨터이다. 하노이탑은 프랑스가 베트남을 식민지배하던 1883년, 수학 게임이나 퍼즐에 관심이 많았던 프랑스 수학자 루카스(Édouard Lucas, 1842~1891)가 고안한 수학 퍼즐이다. 이 게임은 오늘날 AI가 인간의 사고과정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수학적 과제를 제공했다.
 
테슬라가 만든 '생각을 빌려오는 기계'

관중은 놀란 눈으로 테슬러가 만든 장난감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건 눈속임일거야"
"아냐, 텔레파시야"
"난 잘 훈련된 원숭이가 안에서 운전하고 있다고 봐"

사람들은 저마다 추측했다. 이런 사람들 앞에서 테슬러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무선 조종입니다."

다음날, 시연에 참석했던 뉴욕타임스 기자는 이 사실을 대서특필했다. 
"테슬라의 발명은 전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어요. 이 배가 다이너마이트를 싣고 적진으로 뛰어든다고 생각해 보세요."

테슬라는 이 기사를 보고 기자에게 말했다.
"무선 어뢰보다 더 큰 그림을 그려 보세요. 이 발명은 원격으로 작동되는 오토마톤으로 발전될 겁니다. 인간의 힘든 노동을 대신하는 기계인간 말입니다."
 

영국 특허(GB26371) 문서에 담긴 니콜라 테슬라의 보트 설계도 [출처=크로아티아 지식재산청]


일론 머스크가 만든 자동차 브랜드 테슬라(Tesla). 사실 유명한 발명가의 이름이다. 전기의 마술사라 불리는 테슬라(Nikola Tesla, 1856~1943)는 세르비아 출신의 미국 과학자이다. 그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전기 배전의 다상시스템과 교류 모터를 포함한 현대적 교류 시스템의 기초를 마련, 전기 상용화를 가져온 많은 발명을 하면서 오늘날 2차 산업혁명이라 부르는 전기혁명을 실현한 인물이다. 자기력선속밀도(磁氣力線束密度)의 단위인 테슬라는 그의 이름에서 딴 것이다. 이 테슬라가 1898년, 드론(Drone)의 원조격인 무선 조종 보트를 개발했다.

테슬라는 그가 남긴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원격 조종은 조종하는 사람의 지식과 경험, 판단을 기계에 빌려온 것입니다. 따라서 이렇게 작동되는 기계는 마음을 차용한 것과 같습니다. 기계가 조종자의 일부가 된 것이죠. 그런데 이런 기계가 스스로 생각할 능력을 가지게 될 때가 올 겁니다. 그때가 되면 기계가 외부 자극에 반응,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릅니다." 이처럼, 테슬라는 오늘날 AI와 로봇 시대를 예견하면서 고도의 기술 발달이 가져올지도 모르는 어두운 미래를 걱정했다. 기술은 우리 생활을 윤택하게 해 주기도 하지만 우리를 해칠 수도 있는 양날의 검과 같다는 것을 테슬라는 본능적으로 인식했다.
 
AI, 드디어 눈이 생겼다

중국에서 새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얼굴 인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중국 정부는 사이버 공간에서 시민들의 정당한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시민들은 안면 인식 기술을 활용해 감시체계를 강화하려는 정책이라고 우려한다. 인터넷 접속을 할 때 PC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중국에서 이 정책은 결국 시민들의 개인정보를 국가가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AI에 눈을 달아준 사람들이 있다. 러시아 출신의 과학자 골드버그(Emanuel Goldberg, 1881~1970)는 1931년 '광전자 소재를 이용한 문서검색장치'인 광학문자인식(OCR) 장치의 특허를 출원했다. 이 특허는 1974년 커즈와일(Ray Kurzweil, 1948~)의 스캐너 발명과 알고리즘 기반의 디지털 문자 인식으로 이어졌다. 또 1964년 미국의 수학자 우디 블레소, 헬렌 챈 울프, 찰스 비손이 사람 얼굴의 눈동자와 입꼬리 등 직접 표시한 특징 20여 개의 거리를 계산한 연구가 안면인식 기술의 시작이 됐다.
강시철 휴센텍 대표이사 kangshichul@gmail.com
 

강시철 휴센텍 대표이사 [사진=강시철 휴센텍 대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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