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21조 귀한 몸 Z세대 쇼핑앱 샤오훙수 인기비결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배인선 중국본부 팀장
입력 2021-11-18 06: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매달 1.3억명 찾는 '중국판 인스타'···3년새 몸값 6배 '껑충'

  • '種草'가 뭐길래··쇼핑 때 샤오훙수 앱부터 여는 Z세대

  • 알리바바도, 더우인도···'샤오훙수 배우기' 열풍

  • 본격적 상업화 추진···藥일까 毒일까

샤오훙수. [사진=웨이보]


#. 올해 중국 젊은층 사이에서는 캠핑 열풍이 불었다. 사실 중국에 캠핑 문화가 뜨기 시작한 건 지난해 4월, 중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차츰 수그러들었을 때다. 당시 '중국판 인스타그램'으로 불리는 샤오훙수(小紅書)에서 캠핑 관련 콘텐츠가 속속 올라오기 시작했는데, 올 들어 5월말까지 샤오훙수에서 캠핑 검색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5배 이상 늘었다. 이제 캠핑 열풍은 샤오훙수뿐만 아니라 중국 전역에서 불면서 중국인 3억6000만명이 즐기는 전 국민의 취미 생활이 됐다.

중국 Z세대의 SNS쇼핑 앱 샤오훙수의 입소문 마케팅 위력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중국의 모든 유행은 샤오훙수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샤오훙수는 중국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알리바바, 징둥, 더우인(틱톡의 중국 버전) 등 다른 인터넷공룡들도 샤오훙수 배우기에 나섰다고 중국 매일경제신문 등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매달 1.3억명 찾는 '중국판 인스타'···3년새 몸값 6배 '껑충'

샤오훙수 몸값에서 그 가치는 드러난다. 얼마 전 진행한 5억 달러 규모 펀딩에서 기업가치는 약 180억 달러(약 21조2000억원)로 평가받았다. 2018년 6월 펀딩 당시 30억 달러에서 3년여 만에 6배가 뛰었다. 

투자자 배경도 화려하다. 텐센트, 알리바바 등 인터넷공룡은 물론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GSR벤처스·톈투캐피털 등 중국 주요 사모펀드 업체까지 모두 샤오훙수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2013년 상하이에서 해외직구 가이드 앱으로 시작한 샤오훙수는 오늘날 패션·뷰티부터 음식·여행까지 중국인의 생활 콘텐츠 플랫폼이 됐다. 기존의 사진·글에서 이제 숏·미드클립(짧은·중간 길이 동영상), 라이브방송까지 가능해지면서 이용자들은 일상생활을 거리낌없이 사진·영상으로 올려 공유한다. 샤오훙수 모토가 바로 '나의 생활을 기록하라(標記我的生活)'다. '중국판 인스타그램'으로 불리지만,  플랫폼을 통해 직접 제품 구매도 가능해 좀 더 전자상거래에 특화했다는 게 인스타그램과 다른 점이다.

이용자 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퀘스트모바일에 따르면 8월말 평균 일일 활성화 사용자는 4500만명, 월간 활성화 이용자 수는 1억3000만명이었다. 도시 중산층 젊은 여성 이용자를 타깃으로 탄생한 샤오훙수는 최근엔 남성 이용자 비율도 30% 이상에 달할 정도다.
 
'種草'가 뭐길래··쇼핑 때 샤오훙수 앱부터 여는 Z세대

샤오훙수 이용자의 70% 이상은 90년대생인 주링허우(90后)와 2000년대생인 링링허우(00后)로 불리는 Z세대다. 어렸을 적부터 스마트폰을 접하며 자라온 이들에게 SNS 공간은 시간뿐만 아니라 돈을 쓰는 곳이기도 하다. Z세대가 오늘날 중국 소비 트렌드의 중심으로 떠오르게 된 배경이다. 

특히 Z세대는 자신이 소비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직접 참여하는 걸 즐긴다. 소비 트렌드를 피동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새로운 것이라면 먼저 체험해 남에게 추천하고 함께 공유하며 소비 트렌드를 이끌어가길 원한다.

이러한 행위를 중국에선 '중차오(種草)'라 불린다. '풀을 심는다'는 뜻인데, 좋은 제품이나 정보 등을 공유하고 추천해 타인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행위를 말한다. 간단히 말하면 입소문 마케팅이다. 이것이 최근 중국 소비 트렌드를 바꿔놓고 있다. 샤오훙수 인기 비결의 핵심이 바로 '중차오'다.

샤오훙수는 Z세대에게 일종의 생활 백과사전 같은 앱이다. 이들은 커뮤니티에서 화장품부터 패션, 먹거리, 취미생활, 스포츠, 건강 다이어트까지 일상의 자질구레한 것까지 공유하고 추천한다. 여행을 가고싶을 때,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 화장품을 사고 싶을 때, 맛집을 찾아갈 때 Z세대는 샤오훙 앱부터 열어 검색한다. 여기서 제품 리뷰나 체험 영상을 보고, 이것이 관련 제품 소비로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페이지에 제품 구매 링크도 있어서 연결하면 곧바로 구매까지 가능하다. Z세대들이 일상생활과 관련된 주요 결정을 내릴 때 샤오훙수를 참고하는 것이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빅데이터리서치의 '2020년 상반기 중국 여행업 발전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중국인들이 여행을 계획할 때 가장 많이 찾은 플랫폼이 샤오훙수였다.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 트립닷컴보다 더 많이 찾았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애널리시스가 발표한 '2021년 중국 미식 콘텐츠 소비 이용자 보고서'를 보면 젊은층의 절반 이상이 샤오훙수에서 미식 레시피를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샤오훙수에 올라오는 콘텐츠 양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샤오훙수 이용자 전체 콘텐츠 게재량은 전년 동비 150% 증가했다. 특히 스포츠 경기(1100%), 민박(500%),디지털(500%), 미식(230%) 등 방면 콘텐츠 게재량이 빠르게 늘었다.  

샤오훙수에서는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비율도 다른 SNS 플랫폼보다 높다. 퀘스트모바일에 따르면 2020년 4월 기준 샤오훙수의 구매전환율(플랫폼에 접속해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비율)은 21.4%로, 같은 기간 웨이보(9.1%), 더우인(8.1%), 콰이서우(2.8%)보다 높았다. 
 
알리바바도, 더우인도···'샤오훙수 배우기' 열풍

이제 중국 인터넷 업계에서는 '샤오훙수 배우기'가 한창이다. 최근 중국 모바일 인터넷 트래픽이 정점을 찍으면서 트래픽 보너스 효과가 사라지고 전자상거래 성장세도 둔화하는 가운데서다.  중국 매체 매일경제신문은 "샤오훙수 모델이 인터넷기업의 연구대상이 됐다"며 "특히 잠재 소비층을 끌어모으는 '중차오' 능력이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새로운 무기가 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올초 더우인은 산하에 샤오훙수 벤치마킹 부서를 설립해 현재 샤오훙수의 중차오 기능을 모방한 서비스를 내부 테스트 중이다. 더우인에게 샤오훙수는 이미 콰이서우, 비리비리 같은 다른 동종업계 업체만큼이나 예의주시해야 할 경쟁자가 됐다. 

지난해 말 알리바바 산하 온라인쇼핑몰 타오바오몰이 출시한 '타오바오광광(淘寶逛逛)' 플랫폼도 샤오훙수를 모방한 것이다.  '아이쇼핑'에 초점을 맞춘 이 플랫폼은 샤오훙수처럼 사진·영상을 통한 제품 추천 및 리뷰 마케팅이 가능한 일종의 콘텐츠 커뮤니티 공간이다. 이용자가 검색창에 쇼핑 키워드를 입력하면 왕훙이 게재한 각종 추천 콘텐츠를 보고 직접 구매도 할 수 있다. 타오바오 측에서 직접 콘텐츠 제작자도 육성해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는 데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2019년 중국 구이양 빅데이터 엑스포에 자리잡은 샤오훙수 전시관.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완메이르지·화시쯔 등 신소비 브랜드 제조기 역할

샤오훙수는 Z세대들이 즐겨찾는 앱이다 보니 새로운 브랜드 제조기로도 불린다. 최근 중국서 급부상하는 신소비 브랜드 대부분이 샤오훙수에서 처음 입소문을 탔다. 

오늘날 중국서 인기몰이하는 신생 화장품 브랜드 완메이르지(完美日記, 퍼펙트다이어리)와 커라치(珂拉琪·컬러키)·화시쯔(花西子·플로라시스), 중국 언더웨어 신생 브랜드 유브라(Ubras), 중국 아트토이 업체 파오파오마터(泡泡瑪特, 팝마트),  중국 탄산수와 아이스크림 업계 신흥강자 위안치썬린(元氣森林)과 중쉐가오(鐘薛高) 등이 모두 샤오훙수를 입소문 마케팅 진지로 삼아 성공한 대표적 사례다.

투자자들의 외면 속 샤오훙수를 선택해 완메이르지를 성공적으로 키워낸 모회사 이셴(逸仙)의 창업주 황진펑은 "샤오훙수는 브랜드 제조 과정에서 대체 불가한 가치를 만들어낸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셴은 완메이르지 성공을 기반으로 지난해 미국 나스닥에  중국 제1호 화장품 회사로 상장까지 했다. 

쥐팡(瞿芳) 샤오훙수 창업주는 이달 초 열린 중국 상하이 국제수입박람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샤오훙수는 여러 우수한 중국 토종 신 브랜드의 탄생과 굴기 과정을 함께했다"고 자부심을 내비쳤다. 
 
본격적 상업화 추진···藥일까 毒일까

하지만 샤오훙수에게도 고민은 있다. 완메이르지 같은 브랜드가 샤오훙수를 기반으로 인기를 얻었는데, 정작 매출은 알리바바, 징둥 같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벌어들인다는 것이다. 올해 광군제에서도 완메이르지는 알리바바 티몰의 국산 색조화장품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아직까지 높은 이용자 충성도와 트래픽이 구매로 전환되기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그리하여 샤오훙수는 모든 콘텐츠마다 연관된 제품 구매 링크를 넣는 걸 허용한 데 이어, 올해 8월부터는 이용자들이 각자 샤오훙수 계정에 콘텐츠를 올리고 물건도 팔 수 있도록 해서 수수료를 받는 서비스도 출시하는 등 전자상거래 기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샤오훙수가 초기의 커뮤니티 목적에서 멀어져 상업화할수록 콘텐츠 중심의 생태계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최근 일부 이용자들이 과도한 포토샵 처리로 실물과 전혀 다른 제품 사진을 올리고 추천 공유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아주NM&C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