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창 기자

"밝힐 수 없다", "알 바 아니다", "증인 데려와라", "고발 하려면 해라"

낯선 광경이었다. 그동안 여러 기관의 국정감사와 행정사무감사를 지켜본 경험을 되살펴봐도 이렇게 당당한 모습의 피감기관장은 본 기억이 없다. 근거 없는 의혹제기나 잘못된 사실을 막무가내로 지적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나오기 힘든 답변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다.

이 발언들은 지난 10일 강원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도의회가 KH그룹이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에 복수 입찰한 사실이 드러난 것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질문에 대한 이만희 강원도개발공사 사장의 답변을 모은 것이다.

이미 이 문제는 의혹을 넘어 팩트가 됐다. 그동안 강원도와 강원도개발공사는 알펜시아 리조트 입찰에 KH그룹 관계사 두 곳이 복수입찰했다는 지적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사실이 아니라거나 확인할 수 없다는 답변도 했다. 그동안 명확한 증거 없이 정황만 있던 상황이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 증거가 나왔다.

본보의 지난 10월 24일자 ''KH그룹, 알펜시아 '입찰담합 KH리츠 동원 확인' 보도에 따르면 KH그룹의 관계사인 장원테크 이사회는 알펜시아 리조트 입찰 마감 직전에 다른 KH그룹 관계사 KH리츠에 68억원의 자금대여를 승인했다. 이사회 안건 이름은 '알펜시아 입찰보증금 납부를 위한 자금대여'다. 그동안 언론의 의혹제기에 그쳤던 KH그룹의 알펜시아 복수입찰에 대한 팩트체크가 이뤄진 것이다.

심상화 강원도의원(국민의힘)도 이 내용을 토대로 자료를 만들어 이만희 사장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 사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뻔뻔했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기 전에는 모른다거나 아니라더니, 이제는 아예 '알 바 아니다'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강원도개발공사가 아니라면 도대체 이 문제는 누가 알아야 하는 문제란 말인가.

알펜시아 리조트는 조 단위의 혈세가 집행돼 이뤄진 사업이다. 이를 회수하기 위해 수천억원대 거래도 진행 중이다. 강원도민 입장에서 중차대한 알펜시아의 매각을 진두지휘하는 기관의 수장이 내놓는 답변으로는 도저히 봐줄 수 없는 답변이다. 답변은 들은 심 의원도 잠시 말문이 막힐 정도였다.

하지만 이만희 사장은 이를 또 뛰어넘었다. 알펜시아 이중입찰에 대한 공정위 조사, 경찰의 수사결과와 상관없이 매각을 끝까지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것이다. 계약을 마무리하지 않는다면 KH그룹에서 소송을 걸어올 수도 있다는 게 그 이유다.

도대체 이 사장이 충성(?)하는 대상이 누군지 헷갈리게 하는 답변이다. 도민을 위해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강원도개발공사가 아닌가? 민간기업의 소송이 무서워서 향후 아예 엎어질 수도 있는 딜을 서둘러 마무리하겠다는 답변을 내놓는 것은 그의 '자질'을 넘어 '자격'을 의심하게 하는 답변이다.

이미 알펜시아 리조트의 매각공고에서는 각종 규칙에 따른 '준수규칙'을 위반한 입찰은 무효로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강원도개발공사가 소송을 무서워할 이유가 없다.

이 사장이 이런 대답을 내놓는 이유가 짐작가지 않는 바는 아니다. 알펜시아 리조트의 매각을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임기 전에 마무리하기 위해 강원도개발공사가 움직이고 있다는 여러 정황이 있기 때문이다. 입찰 담합과 그에 따른 KH그룹의 이중 입찰도 결국 그 그림 안에서 그려지고 있다는 강한 의혹이 제기된다. 강 지사의 임기는 2022년 6월까지다. 강원도의 시민단체와 도의회에서도 이 문제를 지적했지만 강원도개발공사는 꿋꿋하게 어딘가(?)에 충성을 다하느라 버티는 중이다.

현실적으로 강원도개발공사의 입장이 변하지 않는다면 알펜시아 리조트 매각은 KH그룹의 이중 입찰 논란과 별도로 진행된다. 심 의원도 11일 강원도 기획조정실 행정사무감사에서 "우리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기자도 안타깝다. 사태는 취재의 영역을 넘어 수사의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 피해는 강원도민, 나아가 국민의 몫이 된다. 지금이라도 이만희 사장의 책임 있는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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