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시중은행 전경. [사진=연합뉴스]

최근 일부 은행에서 시행 중인 '전세대출 분할상환' 제도가 전 은행권으로 확산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이 같은 방식이 가계대출 관리에 도움이 되는 반면 실수요 차주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에 대한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달 말부터 주택금융공사와 SGI서울보증에서 담보부 전세대출 신규 가입자에 대해 원금의 5% 이상을 분할상환하는 '혼합상환'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해당 은행 차주가 2억원의 전세대출을 받았을 경우 원금의 최소 5%인 1000만원에 대해서는 의무적으로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도록 한 것이다.

금융당국도 전세대출 분할상환 확대에 시동을 걸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일 전세대출을 비롯한 주택대출 분할상환 비중을 목표치보다 늘리는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주신보) 출연요율을 기존 최대 0.06%에서 0.1%로 확대해 낮춰주겠다는 내용의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달 당국이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강화 방안’ 후속조치다.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달리 매달 이자만 상환하고 만 2년이 지난 만기 시 원금을 일괄 상환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가계대출 급증 주범으로 전세대출이 지목되면서 관리 강화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것이 당국 판단이다. 현재 국내 전세대출 분할상환 비중은 3%에 불과하다.

당국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가계부채 총량관리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당장 내년 초부터 전세대출 분할상환 유도를 위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고 예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는 분할상환 우수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정책모기지 배정을 우대해주는 등의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차주에 대해서도 대출 한도를 늘려주거나 금리를 인하해주는 등의 방안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번 ‘전세대출 분할상환’ 제도를 둘러싼 시장 안팎의 갑론을박은 계속되고 있다. 찬성 측은 전세대출 분할상환 방식이 자리를 잡을 경우 금융시장 안정 측면에서 가계부채 증가세를 적절히 관리할 수 있고, 대출 차주 역시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상환하는 만큼 향후 부담할 이자 비용이 낮아지고 만기 시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자금 여력이 넉넉하지 못한 전세 이용자 입장에서는 기존 이자뿐 아니라 원금까지 함께 상환해야 하는 만큼 5%의 원금 상환마저도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가뜩이나 집값 급등으로 전세 자금 마련 부담이 높아진 상황에서 부분상환이 쉽지 않은 차주들은 결국 비용 부담이 더 큰 월세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 부동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수요자들의 반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여타 은행권 역시 대표적 서민 실수요대출인 전세대출에 대한 분할상환을 의무화하기엔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현재 농협은행 등 일부 은행들도 해당 제도를 검토하고 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인센티브 관련) 내용이 발표되지는 않은 단계라 해당 내용이 공개되면 이를 바탕으로 도입 여부를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대출 분할상환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금융당국은 "의무화는 아니다"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향후 등떠밀리기식 제도 확산이 이뤄질 수 있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지금도 전세대출 분할상환 상품이 운용 중에 있지만 이용비중은 높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를 의무화하는 것은 차주들의 자금 운용에 대한 선택권을 제약한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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