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보다 싼 꼬마빌딩…50억 미만은 씨 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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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기자
입력 2021-11-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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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업·업무용빌딩 매매 중 꼬마빌딩 비중 60%

  • 주택 시장에 정부 규제 강화되면서 '반사이익'

[사진=연합뉴스]

강남의 국민평형 아파트가 40억원을 기록하면서 꼬마빌딩이 예상 밖 수혜를 입고 있다. 아파트 가격 정도면 건물주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50억원 미만 꼬마빌딩은 사실상 '없어서 못 사는' 상황이다.

정부의 주택 가격 억제책이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꼬마빌딩에 시중 유동자금이 몰린다는 분석이다.
 
강남 아파트가 40억인데 빌딩이 50억?
실제로 최근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꼬마빌딩에 대한 진입장벽이 크게 낮아졌다.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84㎡는 이미 꼬마빌딩에 근접한 수준까지 올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97㎡는 지난달 40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인근 '반포리체'(84.96㎡·33억원)와 강남구 삼성동 '래미안라클래시'(84.99㎡·32억8000만원), 대치동 '선경2차'(84.55㎡·30억원) 등도 모두 30억원을 웃돌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비슷한 금액의 꼬마빌딩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꼬마빌딩은 명사로 정의된 부동산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연면적 3000㎡ 이하, 5층 전후 규모로 매매가 50억원 이내의 상업용 빌딩을 말한다. 최근에는 전반적인 부동산시장 오름세로 최대 100억원까지 꼬마빌딩으로 포함시키기도 한다.
 

[그래픽=부동산플래닛 제공]

14일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올 3분기 서울의 상업·업무용빌딩 매매 중 거래액이 50억원 미만인 빌딩은 전체의 절반 이상(60.8%)을 차지했다.

자치구별로는 종로구(78.8%)와 마포구(68.6%), 중구(61.0%)에 50억원 미만 규모의 소규모 거래가 집중됐다.

연면적으로 분류하면 100~3000㎡ 수준의 꼬마빌딩 매매가 총 630건으로, 전체의 74.6%를 차지했다. 거래금액은 4조5000억원으로 전체의 64.7%에 달한다.

가격도 뛰고 있다. 밸류맵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의 상업·업무용 빌딩의 3.3㎡당 평균 거래가격(대지면적 기준)은 7527만원으로 지난해(6529만원)보다 15.2% 상승했다. 연면적 3.3㎡당 거래가격도 4524만원으로 지난해(3999만원)보다 13.1% 상승했다.
 
대출은 많이 나오고 세금은 덜 내고
과거에는 기업이 주로 빌딩으로 소유했지만 최근 주택 시장에 대한 정부 규제가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꼬마빌딩에 개인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2019년부터 규제 지역 내 매매가 15억원 이상인 아파트는 100% 현금으로만 매입할 수 있다. 그러나 꼬마빌딩은 최대 70%까지 담보대출이 가능해 주택보다 매입이 쉽다.

주택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세금 부담이 적다는 것도 장점이다. 꼬마빌딩은 세법상 비주택이어서 건물이 아닌 토지분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된다.

과세 기준도 높은 편이다. 공시가격이 80억원이 넘는 경우에만 종부세를 내면 되는데 꼬마빌딩 대부분은 공시가격이 50억~60억원 수준이어서 세 부담이 사실상 없다.

주택과는 달리 양도소득세 중과도 피해갈 수 있다. 다주택자보다 건물을 여러 채 가진 사람의 자산이 높을 가능성이 높지만 세율은 낮다는 뜻이다.

빌딩로드 김재영 팀장은 "매수 대기자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꼬마빌딩은 보통 LTV 60~70% 정도 담보대출이 가능하다"며 "법인이 꼬마빌딩을 매입하면 개인 대비 대출이 더 많이 나오는 데다 각종 세제 절감 효과가 있어 그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3년 만에 100% 시세차익 보는 연예인들

[사진=한예슬 SNS]

연예인들은 일찌감치 꼬마빌딩 투자로 재미를 보고 있다. 

이달 초 세븐틴의 멤버 도겸은 강남구 신사동 빌딩의 건물주가 됐다. 건물 매입을 위해 자신이 100% 지분을 소유한 법인을 설립하고 68억5000만원에 해당 건물을 매입했다.

배우 한예슬은 서울 강남 빌딩에 투자해 3년 만에 100%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8년 6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 100-7 소재 빌딩을 34억2000만원에 매입해 지난달 70억원에 매각했다. 3년 만에 36억원에 가까운 시세차익을 본 것이다. 한예슬은 건물 매입 당시 20억원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우 이정현도 3년 전 약 43억원에 사들인 성동구 성수동 꼬마빌딩을 70억원에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성수동1가에 위치한 대지면적 240.99㎡, 연면적 265.85㎡의 건물이다.

업계에서는 리모델링 비용과 양도세, 매매 당시 취·등록세와 소유권 이전 비용 및 중개 수수료 등을 감안해도 최소 12억원의 시세차익을 누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매도 인기 폭발…청담동 꼬마빌딩에 120명 '우르르'

지난 2일 120명의 응찰자가 몰려 100억원대에 낙찰된 강남구 청담동 빌딩. [사진=네이버 거리뷰 캡처]

최근에는 강남 꼬마빌딩 경매에 120명의 응찰자가 몰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올해 서울에서 경매된 상업용 건물 중 최다 응찰자 수다.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이 건물은 2017년 준공된 지하 2층, 지상 4층 높이로 토지 면적은 168.5㎡, 건물 면적은 162㎡에 불과한 꼬마빌딩이다.

감정가 52억1900만원에 입찰에 부쳐져 120명이 경합한 끝에 감정가의 2배에 육박하는 102억51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196.4%에 달했다.

이 건물의 경매가 과열 양상을 보인 것은 감정가가 주변 시세보다 낮은 데다 강남권 꼬마빌딩 매물이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투자수요가 대거 몰린 결과다.

이 건물은 지난해 10월 감정평가가 이뤄진 뒤 코로나19로 입찰이 연기되다 1년 만인 지난 2일 첫 입찰이 진행됐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강남에 50억원 이하 꼬마빌딩은 씨가 말랐고 작은 것들도 100억원대로 가격이 급등한 상황"이라며 "감정가가 저렴하면서 위치도 좋다 보니 과열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묻지마 투자'는 금물…확인할 사항은?
꼬마빌딩에 투자 시 아파트 같은 규격화된 부동산을 살 때보다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입지와 대지 모양, 유동인구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임대수익률도 확인해야 한다. 코로나19 여파로 예상치 못한 공실이 생긴 데다, 임대료 상승 속도가 매매가격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서다.

꼬마빌딩의 평균 임대 수익률은 서울 강남권 연 2~3%대, 서울 강북권 연 3~4%대, 기타 수도권 연 3.5~4.5%대, 지방권 연 4~5%대로 추정되고 있다. 서울, 수도권에서는 대출 이자를 내기에도 빠듯한 수익률이다.

빌딩 구입 자금을 대출받는 것이 보다 까다로워졌다는 점도 투자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정부는 지난 5월 비주택에 대한 담보인정비율(LTV)을 종전 80%에서 70%로 낮췄다.

지난달부터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비주택의 LTV를 40%로 제한하고 있다. 현재 강남구 대치·삼성·청담·압구정동, 성동구 성수동, 양천구 목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용산구 이촌동 등 서울 인기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상가 건물을 살 땐 일정 면적 이상을 실사용해야 한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전체 건물을 임대 목적으로 매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빌딩 매입 자금 상당 부분을 대출받은 투자자는 하반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대출금리도 올라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수리비 등 추가 비용이 들 수 있어 빌딩 매입비용 외에 구입 자금을 넉넉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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