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사채 규제 예고 이후…CB 발행 33%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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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창 기자
입력 2021-11-0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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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규제 내달 적용하면 주가 상승시 리픽싱

  • 주가 오르면 싸게 전환 풋옵션 조건 늘어

전환사채(CB) 발행 추이 [자료=한국예탁결제원]


전환사채(CB)의 강제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규제 도입을 앞둔 가운데 그 이전에 미리 CB를 발행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대부분의 CB는 기존 주주 입장에서 달갑지 않은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을 달고 나왔다. 규제 도입 이전에 주주보다는 CB 투자자에게 유리한 조건을 걸어 자금조달을 미리 해두려는 움직임이라는 게 증권가의 설명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6월 1일 이후부터 이달 4일 현재까지 총 3조8145억원 규모의 공모 CB가 발행됐다. 개수로는 총 241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33.8%, 31.7% 증가한 수치다. CB 발행이 늘어난 것은 규제가 도입되기 전에 미리 자금을 조달해두려는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융위원회는 CB 시장 건전성 제고를 위한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의 시행일이 오는 12월 1일이라고 최근 밝혔다. 이 개정안의 핵심은 해당 종목의 주가가 떨어져 전환가격을 내렸다면 주가가 다시 오를 때 전환가격을 다시 올리는 것을 의무화한 것이다.

전환사채란 현금이 아니라 주식으로도 받을 수 있는 사채를 말한다. 투자하는 측에서는 수익성과 경영참가라는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열어둔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으며, 발행하는 측에서는 회사의 자금조달이 용이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좋을 일이 없다. 사채로 남아 있을 때는 투자한 종목의 부채비율을 높이고, 주식으로 전환된다면 기존 지분의 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부분의 CB는 주가가 하락할 경우 전환가격을 낮추는 조건을 붙였지만 반대로 주가가 오른다고 전환가격을 올리지는 않았다. 주가가 하락하면 전환가격을 대폭 낮춘 뒤 향후 주가가 오르면 이를 시세보다 싸게 주식으로 전환(풋옵션 행사)해 큰 폭의 차익을 거두는 투자가 인기를 끌었다.

이에 시장에서는 이번 제도 개선이 시행되기 전에 CB를 발행하고 인수하려는 수요가 커졌다. 제도 개선 내용이 소급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발행된 CB는 대부분 풋옵션을 달고 있다. 하반기 발행된 CB의 89%가 풋옵션을 걸고 나왔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발행 CB의 76%에 풋옵션이 있었다.

한편 이번 규제에는 CB 발행사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콜옵션(중도상환청구권) 행사한도를 발행 당시 지분율 한도로 제한하는 내용도 담겼다. CB의 콜옵션은 풋옵션과 반대로 CB 투자자에게 전환사채를 되팔 것을 요구하는 권리다. CB를 발행할 때 콜옵션을 발행사에 부여하는 게 아니라 최대주주나 특수관계인에게 부여하는 것이 관행이다.

이럴 경우 콜옵션을 가진 투자자는 주가가 오르면 CB를 되찾아온 뒤 시세보다 싼 값에 주식을 받을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회사의 지분을 손쉽게 늘릴 수 있어 대주주의 지분 늘리기에 악용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제도 개선 이후에는 콜옵션을 통해 지분율을 늘리기 어렵게 되면서 CB를 발행하려는 요인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그 전에 기존과 같은 조건의 CB를 대거 발행해두려는 수요가 많다는 게 증권가의 설명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CB 리픽싱 규제는 특히 코스닥 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며 "CB 제도를 악용할 수 있는 여지가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도 개선을 앞두고 급히 CB를 발행한 곳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며 "향후 주가 흐름에 따라 CB에 대한 권리가 어떻게 변경되고 움직이는지를 파악하며 투자에 나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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