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이름값 무색한 전자·IT의 날…‘늑장 대응’ 정부가 공공의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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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지 기자
입력 2021-10-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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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역대급 수출성과 등을 거둔 전자산업인의 헌신적 노고에 감사하다.”

지난 26일 서울 삼성 코엑스에서는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제16회 전자·정보기술(IT)의 날을 맞아 기념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전자·IT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크다고 평가받는 총 40명의 기업인이 정부로부터 포상을 받는 날이다.

전자·IT의 날은 2005년 정보통신기술(ICT) 수출 1000억 달러를 처음 달성한 기념으로 제정됐다. 올해로 16회를 맞았다. 이날 최고상인 동탑산업훈장에는 송현주 코웨이 전무, 장성학 비인텍 대표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문제는 같은 날 산업부 국가기술표준원도 뒤늦게 전자식 마스크에 대한 예비 안전기준을 제정 및 공고하며 전자·IT의 날이란 말이 무색해졌다는 데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늦어도 한참 늦은 '늑장 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전자산업인의 공로를 인정한다면서도 정작 기업들이 현실적으로 필요한 제도적 지원 등 실질적인 뒷받침은 미비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는 것이다.

이번 예비 안전기준 마련은 산업융합제품으로 분류되는 전자식 마스크에 대한 규제를 마련해 국내에서도 제품을 출시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였다.

LG전자의 ‘LG 퓨리케어 웨어러블 공기청정기’, 이른바 전자식 마스크는 필터·전동팬 등 전자식 여과장치를 부착해 미세입자를 차단하는 기기다. 이미 해외에서는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안전기준이 없어 소비자들이 ‘역직구’로 제품을 사들이는 사례가 속속 생겨났다.

LG전자는 그간 국내 판매를 위해 여러 시도를 해왔으나, 정부는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해 7월 식약처에 ‘의약외품’으로 허가를 신청했지만, 반년 넘게 승인이 미뤄져 자진 철회하기도 했다.

이후 올해 5월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해 이번 예비 안전기준이 마련됐다. LG전자가 지난해 7월 전자식 마스크를 처음 공개한 지 약 1년 3개월 되는 시점이다. 정부의 늑장 대응에 피해는 고스란히 LG전자가 가져간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뒤늦게나마 LG전자가 전자식 마스크를 국내에서 출시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이미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이 뒤따랐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문 장관이 말한 ‘어려운 여건’이 정부의 미비한 지원책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력과 제품이 있더라고 규제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전자·IT 산업의 미래는 지속하기 힘들다. 이제는 탁상공론식 행정에서 현실로 나와야 할 때다.
 

산업부 김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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