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출금리의 역설

[연합뉴스]

금융당국의 막무가내식 규제로 대출 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 간의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중저신용자보다 고신용자가 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기현상이 벌어졌다. 금융 시장 논리와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이날 기준 주담대 금리는 3.34~4.64%(신규 코픽스 기준)에 분포됐다. 반면 신용대출 금리는 3.60~4.18%(신용 1등급 대출자 1년 대출 기준)였다. 주담대 금리가 상단 기준으로 신용대출보다 높은 셈이다.

고정금리 주담대를 보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3.82~5.12%를 기록하며 상단 기준 신용대출보다 거의 1%포인트나 높았다. 초기에 고정금리를 적용하는 고정(혼합)형 주담대는 은행이 빌리는 시점의 금융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와 연동된다.

통상적으로 주담대는 주택을 담보로 잡기 때문에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낮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주담대 금리가 하루가 다르게 상승하면서 담보를 제시해도 신용대출보다 고금리를 지불해야 한다. 정부가 가계부채 옥죄기를 시작하면서 모든 금융사에 연간 대출 증가율을 5~6%로 맞출 것을 주문했고, 주담대가 전체 가계대출 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규제 1순위로 꼽힌 탓이다.

주담대와 전세대출 한도가 역전되는 현상도 발생했다. 집값은 전셋값보다 비싸지만 대출은 주담대보다 전세대출이 더 많이 나오는 경우가 생겼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7개 시중은행 가운데 4개 은행에서 1인당 전세대출액이 1인당 주담대출액보다 큰 것으로 집계됐다. 

상대적으로 전세대출 대비 주담대 규제를 더 강하게 적용하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전세대출은 실수요자 주거 안정이라는 명분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정부가 강도 높은 규제를 적용할 수 없는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당국이 고신용자 대출을 손보다 보니 중저신용자보다 고신용자가 대출을 받기 어려워지기도 했다. 신용대출은 신용을 기반으로 대출을 내주는 것으로, 신용이 높은 사람이 금리나 한도면에서 유리하다. 쉽게 말해 돈 떼일 가능성이 높은 사람한테 덜 빌려주고 금리를 높게 받는 게 이치다.

이런 논리를 고려하지 않고 고신용자 대출은 억제하고 서민 우대 정책을 펼치다보니 역전 현상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에서 일반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의 최저금리가 이날 기준으로 4.13%인데 정책 서민금융 상품을 상환한 서민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최저금리는 3.27%로 더 낮다.

더 나아가 고신용자의 대출이 아예 막히는 극단적인 사례도 존재한다. 일례로 하나은행은 지난 20일부터 부동산 구입자금 대출, 신용대출을 팔지 않는다. 대신 서민금융상품 등은 기존대로 열어뒀다.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도 이달 1일부터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마이너스통장 판매를 중단했고 지난 8일부터 신용대출을 막았다. 반면,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은 열어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틀어막기식 부동산 정책 실패가 금융권에서도 엿보인다"면서 "시장 논리를 뒤집는 정책은 반드시 탈이 나게 돼 있으며 이 기조가 지속된다면 시장 왜곡에 의한 혼란 역시 계속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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