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시계가 빨리 돌아감에 따라 우리나라의 대(對) 신흥국 수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21일 한국무역협회가 발간한 ‘미 테이퍼링이 신흥국 경제 및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의 테이퍼링은 우리나라의 대 신흥국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은 전례 없는 감염병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1년 반 동안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어서는 초대규모 양적완화를 단행해왔다. 미국 행정부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올해 7월까지 5조3280억 달러 규모의 재정을 지출했다. 올해 말까지는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로법안과 최대 3조5000억 달러에 달하는 사회복지 예산안이 하원에서 표결될 예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는 테이퍼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양적완화 축소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연준은 8월 잭슨홀 심포지엄 이후 테이퍼링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 시작과 종료를 포함한 구체적인 일정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양적완화 이후 물가가 급등하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부담이 예상외로 커진 것이 테이퍼링 검토의 배경이다. 양적완화로 미국 경제는 내구제를 중심으로 가계, 기업부문에서 회복세를 보였지만 소비심리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상황이다.

연준의 테이퍼링 검토는 곧장 신흥국 경제에 영향을 미쳤다. 양적완화 이후 대규모의 선진국 자본들이 유입됐던 신흥국들은 경제 안정세를 보였으나 8월 이후부터는 다소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상반기까지 상승세를 보였던 신흥국 주가는 횡보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7월 이후에는 달러화 강세가 확대되면서 신흥국 환율은 뚜렷한 약세를 보였다. 신흥국에 유입되는 선진국 자금도 상반기 대비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미 터키, 브라질, 멕시코 등 주요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테이퍼링 가능성을 선반영해 기준금리를 여러 차례 인상했다.

이 같은 국제경제 움직임은 우리나라의 신흥국 수출과도 연관이 있다. 먼저 미국의 테이퍼링은 글로벌 교역에서 신흥국의 비중과 수입시장의 역할을 약화할 수 있다. 실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의 대규모 양적완화로 급성장하던 신흥국 교역은 2014년 미국의 테이퍼링 시행 이후 전 세계 교역의 40% 수준에서 정체된 상황이다.

바이든 정부의 테이퍼링 역시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신흥국 수요감소로 이어지며 우리나라의 대 신흥국 수출 둔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또 테이퍼링에 따른 달러화 강세가 장기간 이어진다면 원자재를 수입하는 국내 수출제조기업에도 부담이 가게 된다. 수입단가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11월 FOMC 회의가 향후 대 신흥국 수출의 운명을 결정할 분기점인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은 미 연준의 동태를 관찰하면서 신흥국과의 거래에서도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홍지상 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올해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테이퍼링 시계가 예상보다 빨리 움직이고 있다”며 “11월 FOMC 회의를 포함해 향후 미국의 테이퍼링 방향과 속도를 섬세하게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으며 재정위험이 높은 신흥국과 거래 시 철저한 바이어 신용조사를 통해 거래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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