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의 프리즘] 대만 싸고 美 中 겨루는 이 타이밍에 ...시계추 기운 한국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주재우 경희대 교수
입력 2021-10-19 06:01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주재우 경희대 교수 ]


[주재우의 프리즘]  2004년 중국 전문가들과 국내에서 개최된 비공개 안보회의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중국 측은 대만 유사시 한국의 군사적 입장을 물었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우리가 평상시에 전혀 생각하지 못한 질문에 허를 찔린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물러날 수 없었다. 그때 군사작전전략학 교본에 나열된 가장 기본 개념 중 하나가 문득 떠올랐다. 유사시 상대국의 후방지원기지를 타격해야한다는 기초적인 전략의 내용이었다. 그래서 물었다. 주한미군이 동원되면 중국은 이들의 기지를 타격할 것인지를. 미사일의 비행은 본래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 영토와 국민에게 피해를 입혀 우리의 반격 또는 방어를 위한 군사적 조치가 불가피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지난 14일 국회에서 진행된 국방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경항공모함(‘경항모’) 도입에 대한 찬반 논란과 관련해 우리 해군참모총장의 답변이 흥미로웠다. 그는 경항모 건조사업과 관련해 “한미동맹 발전에도 기여할 것” 이란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의미를 해석했다. “경항모는 대북 억제·대응, 주변국 견제, 국민의 생명·국익 수호 및 국가정책을 뒷받침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전력”으로 이의 목적과 역할을 부연했다. 그리고 경항모 도입이 우리 군의 자주적 역량 강화와 한미동맹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노골화했다. 암시하는 전략적 의미는 상당하다. 경항모의 건조 완성은 역내에서 진행되는 ‘중국 견제’ 목적의 각종 연합작전에 참가 요청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해군참모총장의 발언이 흥미로웠던 것은 발언의 ‘타이밍’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대만 지역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간의 신경전이 고도에 달하고 있다. 미국이 대만에 대한 외교적 접촉과 군사적 협력을 증강시키는 양상에 대한 중국의 무력시위가 증가하고 있다. 미국이 대만과 군사·외교관계를 증강하려는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직후 2016년 12월에 대만 ‘총통’과 통화한 것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었다. 당시에는 이를 ‘해프닝’으로 취급하는 분석이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 만연했다. 그러나 이는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과 ‘쿼드’ 구상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고도의 전략적 행동이었다.

‘인태전략’과 ‘쿼드’ 등의 전략 목적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인도양 태평양 지역에서의 최전선 방어에 있다. 이 방어선은 ‘제1도련선’으로 알려졌다. 1981년에 획정된 이 방어선은 1950년에 미국이 그린 ‘애치슨라인’과 동일하다. 일본-필리핀-말라카해협까지 적의 태평양 진출을 막아야 하는 1차적이며 최전선의 방어선이다. 이 방어선에는 한반도와 대만이 또다시 포함되지 않았다. 대만과 우리의 안보 운명이 또다시 공유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대만의 경우 미국은 중국을 의식해 동 방어선에 노골적으로 포함시키지 못하는 객관적 제약이 있다. 우리의 경우 지리적인 이유가 크게 작용한다. 우리를 포함할 경우 미국의 방어선이 중국의 턱밑까지 도달할 수 있어 중국은 이를 미국의 노골적인 도발로 인식할 공산이 크다.

그럼에도 미국은 이 두 지역에 대한 방어를 소홀히 할 수 없다. 우리와는 동맹이 유효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안 된다. 그러나 대만과는 미·중수교로 동맹관계가 파기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대만이 제1도련선의 접경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미국으로서는 대만을 방어할 수 있는 방도를 모색해야 한다. 대만과의 관계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했다는 의미다. 특히 ‘인태전략’과 ‘쿼드’ 전략이 군사적으로 유효하게 작동하는 데 있어 대만이 관건이다. 남중국해로 진입하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가 ‘인태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대만에 대한 군사·외교적 정비작업이 필요했다. 우선 대만과의 교류를 정당화해야 하는 근거가 필요했다. 이 교류는 인적, 군사적인 것을 모두 포함한다. 따라서 대만과 관련 2017년부터 미국이 통과시킨 대만 관련 법안은 우연이 아니다. 2017년 미국은 자국군함의 대만정박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2018년 3월에 ‘대만여행법(2018.3)’, 2020년의 ‘대만관계강화법’과 대만의 세계보건기구(WHO) 옵서버국 가입 승인법 등이 연쇄적으로 미 의회에 의해 채택되었다. 대만과의 군사관계 증강을 위해 미 의회는 2017년과 2019년에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를 승인했다.
2018년 3월 대만여행법이 통과되면서 미국과 대만의 고위급 접촉이 연이어졌다. 동 법안은 고위 관리들은 대만으로 여행해 대만 공무원을 만날 수 있으며, 대만의 고위관료도 미국을 방문해 미 공무원들과 접촉을 허용했다. 미국의 첫 행보는 2018년 3월에 있었다. 알렉스 웡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가 대만을 전격 방문했다. 그리고 대만 총통 차이잉원(蔡英文)의 최측근인 천쥐(陳菊) 가오슝(高雄) 시장도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다.

2021년 8월 9일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HHS) 장관이 대만을 방문했다. 그의 방문은 1979년 미국과 대만이 단교한 이후 대만을 방문한 미국의 최고위급 인사였다. 에이자 장관 측은 방문의 목적을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한 대만과 협력하기 위한 것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를 실제적인 대(對)중국 견제 차원에서 진행된 방문으로 분석했다. 이도 그럴 것이 방문 기간 동안 그가 만난 대만 측 인사들 때문이다. 그는 대만 ‘총통’과 회담을 가졌고 우자오셰(吳釗燮) 외교부장, 천젠런(陳建仁) 전 총통, 라칭더(赖淸德) 부총통과도 회담을 가졌다.

그의 방문에 이어 지난 10월 9일 대만 육군 사령관 쉬옌푸(徐衍璞)가 국방대표단을 이끌고 미국을 방문했다. 그는 워싱턴에서 미 국방부 고위층을 만난 뒤 하와이에서 존 아킬리노 미 인도·태평양 사령관과도 조우했다.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도 지속되었다. 2018년에 미국과 대만의 방산업체 교류 재개 조치가 채택되었다. 그리고 트럼프는 퇴임 전 2020년에 F-16V 전투기, M1A2 에이브럼스의 대만형인 M1A2T 전차, 스팅어 미사일 등 100억 달러(약 12조4400억원)가 넘는 무기 판매를 또한 승인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중국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지난 4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미국이 대만을 보호할 것이라며 대만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후 중국은 대만 지역에서 일련의 무력시위를 격화시키고 있다. 올해만 해도 9월까지 중국은 전투기를 포함한 각종 군용기를 동원해 대만의 방공식별구역(ADIZ)을 500여 차례 침입했다. 9월 한 달 동안만 이런 도발행위가 22차례 있었다. 그리고 이번 달 초 1~4일에는 총 149대의 중국군 전투기와 폭격기 등이 동원되었다. 여기에는 100대의 젠(殲·J)-16 전투기, 20대의 수호이(蘇·SU)-30 전투기, 16대의 훙(轟·H)-6 폭격기, 7대의 윈(運·Y)-8 대잠초계기, 6대의 쿵징(KJ)-500 조기경보기 등이 포함됐다. 중국의 대만 ADIZ에 대한 침입에 동원된 군용기의 규모는 날로 증가해왔다.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2019년에는 10여 대의 중국 군용기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0년에는 380대, 올해는 600대를 넘겼다.

대만지역의 긴장상황이 지속적으로 상승되면서 미·중 간의 고위급 대화가 이뤄졌다. 9월 10일 미·중 정상은 통화에서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갈등 관리를 위한 조처를 취하고, 충돌과 대결을 피하고, 공통 이익을 추구하고, 중·미 관계가 다시 건강하고 안정적인 궤도로 복귀할 수 있도록 공동 노력을 취하는 데” 합의했다. 그리고 지난 7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미국의 블링컨 국무장관과 중국의 양제츠 국무위원의 회담이 7개월 만에 있었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양국이 충돌과 대결을 피하는 데 일치된 입장을 봤다고 전해졌다. 그럼에도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간의 전략적 ‘체스 게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해군참모총장의 국정감사 발언은 상당한 전략적 함의를 가졌다. 대만을 포함한 주변지역의 유사시를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지난 5월의 한·미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서이다. 동 성명서에서 우리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동참하는 의사를 표했다. 두 정상은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저해, 불안정 또는 위협하는 모든 행위를 반대하며, 포용적이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을 유지할 것”을 약속했다. 또한 성명서에는 대만지역의 평화와 안정 문제를 포함했다. 한·미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에 사상 처음으로 이를 담았기에 해군참모총장의 발언이 무관해보이지 않는다.

‘인태전략’과 ‘쿼드’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의 ‘항행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제1도련선의 방어 목적이 가시화될수록 우리와 대만은 ‘안보공동체’의 운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두 해역에서의 자유로운 항행은 우리의 경제 국운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제1도련선 역시 우리의 태평양 진출입 권한과 권리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따라서 우리의 항행의 자유뿐 아니라 태평양의 자유로운 진출입을 위한 우리의 방어능력이 우리의 국운이자 국익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의 참여를 단순히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치부하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할 시기가 도래한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재우 필자 주요 이력 

▷베이징대 국제정치학 박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Sam Nunn School of International Affairs Visiting Associate Professor​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