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플레] '에너지 위기' 넘어 곳곳 암초...'인플레 리스크' 확산 조짐에 경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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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10-1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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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물가상승세) 리스크'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제 경제 회복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올 상반기 전 세계로 확대한 공급망 균열로 불안한 조짐을 보이던 물가 상황은 올 하반기 '에너지 위기' 변수로 더욱 악화하는 모양새다. 

대표적으로 물가상승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를 비롯한 경제 당국은 그간 외부 비판에도 '일시적(transitory) 인플레이션'이란 입장을 고수해왔지만, 최근 내부에서도 위기감이 고조하며 정책 초점을 전면적 인플레이션 대응으로 옮기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는 미국의 양대 물가지표인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최근 4개월 동안 고점 수준에 머물면서, 당초 예상과는 달리 물가상승세가 '깊고 길게' 이어지는 상황 때문이다.

올해 1월 1.3%(연율 기준)에 불과하던 미국의 CPI 수치는 지난 7월 5.4%로 급등한 후 6~9월까지 4개월 동안 5.4%로 거의 같은 수준(8월만 5.3%)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08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준이 참고하는 물가지표인 PCE 가격지수 역시 마찬가지다. 연초 1.3%였던 미국의 PCE 가격지수는 지난 6월 전년 동월 대비 4%를 넘어선 이후 소폭의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8월 수치는 1991년 1월 이후 최고치인 4.3%까지 치솟았다.
 

1990년 이후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등락 추이. [자료=인베스팅닷컴]

 
◇하반기 물가 급등 부추긴 유가
이들 물가지표의 세부 통계치를 살펴보면, 최근 '인플레이션 강보합세'의 요인을 확인해볼 수 있다. 이들 수치를 끌어올린 주요 품목은 올 상반기 중고차 가격에서 에너지 상품으로 옮겨가고 있다.

미국 CPI의 세부 통계에서 중고차·트럭 가격지수는 지난 12개월 동안 24.4% 폭등한 상태다. 전 세계적인 공급망 혼란 사태로 차량용 반도체 재고가 부족해지자, 신차 공급량이 줄어 대체재인 중고차로 수요가 몰린 탓이다. 특히 지난 4~6월 당시 중고차·트럭 가격(계절 조정치)은 매달 10% 내외의 가파른 오름세를 기록했다. 3월 당시 전월 대비 0.5% 상승에 그쳤던 해당 품목의 가격은 4월 10%대로 폭등했고, 5월과 6월 각각 7.3%와 10.5%의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만 하반기 들어 중고차 가격은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 지난 7월 전월 대비 0.2% 상승에 그친 후 2개월 연속 '마이너스(-)' 수치(8월 -1.5%, 9월 -0.7%)를 기록했다. 반면 에너지 상품 가격은 지난 7월부터 4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최근의 물가지표 '강보합세'를 주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미국 노동통계국(BLS)은 "에너지 가격지수는 모든 구성 요소가 오르면서 지난 12개월 동안 24.8% 상승했다"면서 "휘발유 가격지수는 전년 대비 42.1% 올랐으며, 전력과 천연가스 가격지수는 지난 12개월 동안 각각 5.2%와 20.6%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휘발유 가격의 경우 같은 기간 중고차와 트럭의 가격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상승세를 보인 셈이다.

실제 미국의 원유 벤치마크(기준가)인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와 국제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각각 최고 수준인 배럴당 83달러, 85달러 선에 근접하는 한편, 유럽과 영국의 천연가스 가격도 폭등하며 각국의 물가 지수와 국제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끌어내리고 있다.
 

1990년 이후 미국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등락 추이(위)와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등락 추이(아래). [자료=인베스팅닷컴]

 
◇주택 가격·물류망 혼란 등 곳곳에 '인플레 암초'
특히나, 에너지 가격은 중고차와는 달리 물가 파급력이 크다는 것도 위험요소로 꼽힌다. 에너지 가격 오름세가 다른 부문의 생산비용 증가로 이어지며 물가 전반을 함께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다.

한편 가격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배제한 물가지표인 근원 CPI·PCE 가격지수가 고점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역시 불안 요소다. 미국의 근원 CPI 수치는 6월 4.5% 오른 후 9월까지 4%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근원 PCE 가격지수는 6월부터 3개월째 3.6%를 유지하고 있다. 두 지표 모두 1991년 상반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의 임금 상승률과 임대료가 급등하고 국제 공급망과 물류망의 혼란으로 각종 도매 가격도 불안한 상황 등을 지적하며 인플레이션이 경제 전반에 더 광범위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제임스 나이틀리 ING 수석 국제경제학자는 "주택 비용, 낮은 재고량, 에너지 가격 급등세 등의 요인으로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오래 지속할 것"이라면서 "2022년 1분기까지 5%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소비자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실제 물가 상승세를 더욱 촉진할 수 있다"고 전망하며 연준의 신속한 통화정책 전환 움직임을 기대했다.

한편 모건스탠리의 로버트 로저너 수석 미국 경제학자는 "그간 물가지표에서 주목받았던 중고차 가격 급등세 등의 요인이 근본적인 인플레이션 추세를 가렸을 수도 있다"면서 "실제적으론 임대료와 같은 주기적이고 지속적인 가격 요소가 앞으로 몇 달 동안의 물가 상승세를 더욱 확고하게 할 요인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 [사진=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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