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심서 2021] 이필상 "韓경제 G2발 금융위기 최전선에...최악 땐 퍼펙트 스톰 온다"

대담=최신형 정치부장, 정리=박경은 기자입력 : 2021-10-14 00:00
<4>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과 특임교수 특별인터뷰 "中 헝다 파산·美 테이퍼링, 국내 줄도산 부를 수도"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 '이데올로기 덫' 빠져 실패" "산업정책, 차기 정부 1순위 과제...성장동력 살려야" "차기 정부, '재정중독' 및 '정책의 정치화' 탈피해야"
[대담=최신형 정치부장, 정리=박경은 기자] "한국은 현재 주요 2개국(G2, 미·중)발(發) 금융위기의 최전선에 서 있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과 특임교수가 지난 12일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본지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최근 중국 헝다그룹 파산 위기와 미국 정부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금리인상 등을 언급하며 "심한 경우 경제 자체가 기력을 잃고 무너지는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위기)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중을 포함한 각국은 그간 코로나19 대유행 등으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초저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을 펴왔지만, 부채가 급증하고 부실 확대 우려가 커지자 금리 인상 기조와 대출 규제 방침을 꺼내 들었다. 이에 더해 중국, 인도 등의 전력난으로 국제 유가마저 치솟는 상황이다.

이 교수는 "헝다그룹 사태는 중국의 한 기업에 국한하는 문제가 아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의 거품 붕괴와 금융 시장 불안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며 "또한 전 세계 자산시장 거품 붕괴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결국 '중국판 리먼 사태'로 확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더불어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하면 다른 나라도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면서 "중국 금융시장 불안에 더해 미국발 금융불안이 또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G2발 금융위기 때문에 국내 증권 시장과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면 가계부채, 기업부채가 연쇄적으로 부도가 나며 경제가 완전히 추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 만에 5.9%로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7.0%에서 6.0%로 무려 1%포인트나 낮췄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도 공급망 위기로 퍼펙트 스톰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교수는 "한국은 제2의 금융위기를 겪을 수 있다"며 "지금 대내외적으로 굉장히 위험한 상태로 봐야 한다"고 거듭 피력했다.

나아가 이 교수는 예고되는 퍼펙트 스톰에 대비하기 위해 산업정책 추진 필요성을 주장했다. 내년 3월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통해 들어설 차기 정부의 1순위 과제가 산업정책 추진인 셈이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가 12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경제 살리려면 산업정책 추진해야"

-진보·보수 정권 가릴 것 없이 산업정책이 부재하다는 지적이 많다.


"그렇다. 경제를 살리려면 근본적으로 중요한 게 산업정책이다. 산업정책 추진의 전제조건은 규제를 푸는 것이다. 규제를 해제해 시장을 활성화시키면, 시장에서 자연히 수혜에 따라 산업도 발전하고 기업도 성장한다. 그러면서 경제가 성장동력을 찾는 틀이 마련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 산업정책이 거의 실종되고 오로지 재정정책, 통화정책만 있었다. 이념의 영향을 받아 경제에 대한 기본적인 틀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산업정책도 분야별로 우선순위가 있을 것 같은데.

"우선 4차 산업혁명은 기술을 선점하는 나라가 이긴다. 그렇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미국과 중국보다 한 발자국이라도 앞서나가야 한다. 그렇게 우리 경제가 미래 산업을 선도해나가면 새로운 성장 동력도 찾을 수 있다. 다만 제조업도 결코 버려서는 안 된다. 4차 산업혁명 분야 기술은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기존 제조업과 융합해 발전한다. 자동차만 해도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술을 이용해 경쟁력을 가지는 것 아니냐. 이런 차원에서 4차 산업혁명이 제조업을 혁신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야 한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이 이데올로기(이념)에 사로잡혔다는 비판이 많다.

"동의한다. 한국 경제가 이념의 덫에 걸렸다고 볼 수 있다.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 성장이 중요하다고 하고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 분배가 중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경제는 성장도 분배도 해야 한다. 어떤 정권이 들어서느냐에 따라 정책이 달라지다 보니 경제가 방향 감각을 잃고 오히려 악화하는 일이 생겼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특히 심했다. 잠재성장률이 계속 떨어졌다. 한강의 기적이 완전히 사라졌다. 이런 가운데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폈다. 결국 경제가 더 타격을 입고 주저앉았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가 12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시장 이기겠다는 文정부 발상 잘못됐다"

-문재인 정부 대표 경제정책이었던 소득주도성장은 실패했나.

"실패했다. 일의 순서가 잘못됐다. 산업정책을 먼저 폈어야 한다. 우리 경제를 성장시킬 방안부터 해결하고 양극화 해소에 나섰어야 한다. 그런 다음에 금리를 내리고 돈을 풀었으면 그 돈이 산업자금 등으로 흐르면서 경제가 발전하고 일자리가 늘어나며 모든 국민이 희망을 갖고 잘사는 체제로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산업정책이라는 핵심이 빠지며 오히려 정책 대상자들이 더 피해를 입었다. 굉장히 잘못된 정책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전국 부동산도 전례 없이 모두 폭등했다.

"문재인 정부 최대 실패는 부동산 정책이다. 시장 통제 정책을 펴다가 시장의 반격을 받아 통제가 불능해졌고 결국 가격 급등을 불렀다. 시장을 이기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 중요한 것은 시장이 수요·공급의 원리를 벗어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수요가 있다는 증거다. 그러니까 규제를 풀고 건설 정책을 펴서 주택 공급을 대대적으로 늘리겠다고 선포했어야 한다. 그러면 안정적인 시장심리가 형성됐을 것이다."

-한국 경제 새판짜기가 시급해 보인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한국 경제가 당면한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가.

"현재 상황이 굉장히 어렵다는 인식을 갖고, 무슨 일이 있어도 올바른 정책을 펴서 극복해야 한다. 더구나 대선 국면이니까 경제에 대한 올바른 진단을 내리고 올바른 경제정책을 펼 정권을 찾아 대통령을 선출하는 게 아주 중요한 시점이다. 앞으로 어떤 정권이 들어서느냐에 따라, 차기 정권이 어떤 정책을 펴느냐에 따라 우리 경제가 쓰러지거나 일어서는 기로에 있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가 12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G2발 금융위기, 구조화·장기화할 수도"

-한국은행이 전날 기준금리를 0.75%로 동결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금리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나.


"미국이 테이퍼링을 시작하면 금리 인상 압박을 굉장히 많이 받을 것이다. 미국에서 금리를 인상하면 외국 자본 변수를 고려해서 한국도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가계와 기업, 정부부채를 고려할 때 당장 금리를 올리기는 힘들다. 예상되는 금융위기에 불을 지를 수도 있다. 문제는 미국의 테이퍼링 시작이다. 그때는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다."

-자칫하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따라갈 수도 있나.

"정도 차이는 있지만 한국도 사실상 '잃어버린 20년'에 들어선 상태로 본다. 만약 G2발 위기 영향으로 국내 증권 시장, 부동산 시장 거품이 꺼진다면 '잃어버린 20년'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 앞에서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수렁에 빠지는 상황이 올 것이다."

-한국의 '잃어버린 20년'은 리먼 사태를 훨씬 상회하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나.

"G2발 금융위기는 리먼 사태 때보다 약하게 시작할 수 있지만 장기화, 구조화할 수 있다. 시장이 마비되고 충격적인 긴급 위기가 오기보다는 구조적으로 서서히 무너지면서 충격이 점점 심화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가 12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차기 정부, 재정중독 과감히 끊어야"

-경제위기가 발발할수록 정부는 일명 '재정중독'이라는 확장적 재정정책에 대한 달콤한 유혹을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확장적 재정정책은 필요에 따라 쓰기는 써야 한다. 문제는 정치 논리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돈을 풀어야 선거에서 이기고 지지율이 올라간다'는 정책의 정치화가 문제라는 얘기다. 당연히 탈피해야 한다. 사람도 마약으로 버티면 진짜 위험해지는 것 아니냐. 똑같다. 정치권에 하고 싶은 말은 정치가 경제, 사회, 문화를 망친 악의 구조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차기 대통령은 누가 돼도 일단 '내가 국민 편을 갈라서 당선되긴 했는데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국민의 대통령으로 일하겠다'고 양심선언을 하고 거국내각을 구성하라."

- 20년 뒤 한국 경제는 어떤 모습일까.

"한국 경제가 지금 정치 때문에 많이 흔들리고 있는데 우리 국민이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 같다. 우리 국민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출한 저력이 있다. '하면 된다, '한번 해보자'라는 정신으로 온 국민이 나서서 피땀 흘려서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 되고 선진국이 됐다. 바로 한강의 기적이다. 한국 경제 운명은 우리 국민이 가진 것이다. 그래서 한국 경제가 20년 후 쓰러져 버둥거리는 모습이 아니라 황소처럼 크고 힘이 센 모습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런 배경에서 쓰게 된 책이 <정치가 망친 경제, 경제로 살릴 나라>다. 경제를 망친 것도 정치지만 살릴 것도 정치가 될 수밖에 없지 않나. 여러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썼다. 특히 정치인들이 봤으면 했다. 대학 동창들 도움을 받아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게 책을 보냈는데 특별한 반응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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