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하는 글로벌 금융시장...빨라지는 '10월 조정장'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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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10-0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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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금융시장이 9월에 이어 10월도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조정장 진입이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경제 환경에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으면서 금융시장 역시 요동치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기준 뉴욕증시의 나스닥지수는 최근 고점 대비 7.45% 하락했고,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역시 4%와 5%가량 떨어졌다. 다우와 S&P500지수는 9월 한 달간의 손실폭을 거의 유지한 반면, 나스닥지수의 하락폭(5.3%)은 2거래일 만에 1.2%P(포인트)나 확대하며 조정 장세를 주도했다. 조정장이란 기술적으로 전고점에서 10% 수준이 빠지는 상태를 일컫는다.
 

올해 나스닥지수 등락 추이(붉은색)와 다우(자주색)·S&P500지수(보라색) 등락 추이 비교.[자료=CNBC 갈무리]


뉴욕증시 약세에 유럽 주요국 증시 역시 연일 부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지난 9월 24일 3만200선에서 마감한 일본 닛케이지수의 경우 7거래일 만에 2만7000대로 6% 이상 주저앉았다.

최근 국제 금융시장의 약세를 주도하고 있는 요인은 크게 세 가지로 꼽힌다. 각각은 △장기물 미국 국채 금리의 급등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 우려 확대 △미국 행정부의 디폴트(채무 불이행·국가 부도) 선언 가능성 등의 정책 불확실성으로, 이는 모두 향후 경기 회복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와 맞물려 있다.

특히, 장기물 미국 국채의 급등세는 뉴욕증시의 높은 변동성을 유발하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란 전망을 선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9월 셋째 주 초반까지 1.29%의 최저치를 기록했던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는 현재 1.5%대로 높아진 상태다. 지난 9월 28일 장중에는 1.558%까지 치솟기도 했으며, 이달 들어 잠시 1.4%대로 떨어진 후 4일 장 초반에는 1.5%대에 재진입하기도 했다.

높은 미국 국채 금리는 대형 기술주의 약세를 불러오며 나스닥지수의 부진을 부추기고 있다. 4일 기준 아마존 주가는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으며 엔비디아와 애플의 주가는 각각 최근 최고점(8월 30일 주당 230.43달러, 9월 8일 주당 157.04달러)에서 11.85%와 11.2%나 급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연속 내부 폭로 보도와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반독점 규제 방침에 직면한 페이스북의 경우 9월 들어 주가가 14%나 폭락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코먼웰스파이낸셜네트워크의 브라이언 프라이서 투자 관리 책임자는 블룸버그에서 "높은 금리는 기업의 미래 실적 기대치를 상쇄하기 때문에 기술주가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면서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높게 이어지는 이상 이러한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1년 간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 등락 추이.[자료=CNBC 갈무리]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물가 상승세가 광범위한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번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가속하고 있는 인플레이션 추세를 우려했다. 공급망 교란과 생산 둔화 여파가 퍼지면서, 앞서 일부 부문에서만 나타났던 공급 병목현상이 확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미국 인구조사국은 최근 미국 기업들의 상품 보유 재고가 월평균 판매량의 1.1배로 줄어든 상태라고 집계했다. 앞서 미국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1.4배가량을,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초기 당시에는 1.5~1.6배를 비축해왔다. 이런 여파에 지난 1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물가 지표인 8월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역시 전월 대비 0.4%와 전년 대비 4.3% 각각 오르며 1991년 5월 이후 최고치를 유지했다. 이에 대해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소속 브렌트 마이어 경제학자는 "앞서 물가 안정 신호를 보였던 모든 요인이 최근 급격한 인플레이션 가속 신호로 옮겨갔다"고 평가했다. 

수요 증가와 공급 부족 전망에 따른 유가 급등세는 물가 상승세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날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77.62달러에 마감하며 2014년 11월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브렌트유 역시 배럴당 82달러에 근접한 상태다. 특히, 유가 급등은 신재생 에너지 발전 부진으로 겨울철 난방 에너지 부족을 우려하고 있는 유럽 지역 물가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국)의 물가는 2008년 9월 이후 가장 가파른 오름세를 기록했고, 독일 역시 30여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세를 기록했다. 

정치적 불안과 국외 요인도 시장의 불안을 더하고 있다. 앞서 미국 재무부가 이달 18일을 현금 소진 시기로 예고한 가운데, 미국 연방정부의 채무한도 증액을 놓고 미국 의회에서는 여야 간 대립이 극심해지고 있다. 이날 야당인 공화당은 백악관에 공개서한을 보내 상원에서 해당 법안 처리에 협력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특별 연설을 열고 "미국의 경제를 두고 러시안룰렛을 하는 짓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공화당을 향해 "방해하지 말고 그냥 비켜라"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한편, 전날 헝다그룹의 주식은 홍콩증시에서 거래가 정지되며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를 자극하고 있는 데다, 오는 8일 발표되는 미국 노동부의 9월 고용 보고서 결과에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소(NYSE) 객장에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을 발표를 시청하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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