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강국 대한민국, ‘팹리스’는 빈국 신세… 권칠승 장관 “지원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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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은 기자
입력 2021-09-29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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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기부, ‘중소 팹리스 육성방안’ 토론회 개최… 3대 핵심전략 논의

  • 메모리 반도체 분야 1위 한국, 팹리스 분야에선 시장 점유율 단 1%

  • 권 장관 “글로벌 경쟁력 갖춘 시스템 반도체 중소 팹리스 육성할 것”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이 29일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에서 열린 시스팀반도체 중소 팹리스 현장 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중기부]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정부의 반도체 산업 지원이 대기업이 주도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생산전문기업)에 집중돼 있다”며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기업) 벤처·스타트업이 세계시장을 선도해 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권 장관은 29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반도체공동연구소에서 열린 중소 팹리스 육성방안 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 자리에는 중소 팹리스 7개사와 이종호 반도체공동연구소장, 이혁재 서울대 교수 등이 함께 참여해 시스템반도체 산업 현황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반도체 산업은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와 로직, 아날로그로 대표되는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로 나뉜다. 시스템 반도체는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시장 규모가 2배 이상 크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을 구현하는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4차 산업혁명과 비대면 경제의 가속화에 따라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점유하고 있는 강국이지만,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는 점유율이 3%에 불과한 실정이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대기업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이끄는 반면 시스템 반도체, 그중에서도 핵심 축인 팹리스는 대부분 중소기업으로 규모가 영세하고 사업기반이 부족한 영향이 크다.

시스템반도체 산업은 IP기업(설계자산)⟶팹리스(설계)⟶파운드리(생산)⟶후공정(패키징‧테스트) 등으로 생산공정이 분업화돼 있다. 팹리스의 설계 능력이 파운드리와 후공정 등 전체 생태계의 경쟁력 향상을 견인하기 때문에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전반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팹리스 특화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강연자로 나선 이혁재 교수는 “글로벌 팹리스 시장은 1100억달러(약 130조원) 규모로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시장의 40%,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전체의 23%를 차지하는 중요한 산업”이라며 “이 시장에선 미국, 대만, 중국 등이 삼파전을 벌이고 있는 반면 국내 팹리스의 시장점유율은 약 1%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팹리스는 200여 개지만 1위 업체를 제외하면 연 매출 3000억원 이하가 대부분이며, 매출은 특정 수요기업에 편중돼 수요기업의 정책에 대한 의존성이 크고 성장이 제한적이다”라고 설명했다.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9일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에서 팹투어를 하고 있다.[사진=중기부]



현장에서도 경영 애로를 전달했다. 팹리스는 초기 투자비용이 높고 안정적인 판로 확보가 어려워 창업의 위험부담이 크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이 대기업이 주도하는 파운드리 분야에 집중돼 있어 국내 팹리스 지원정책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소 팹리스인 파두의 남이현 공동대표는 “인력의 맥이 끊어졌다”며 “현장에선 주니어 기술자의 나이가 40대 초중반이며 30대 기술자는 찾아보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김경수 넥스트칩 대표는 “팹리스는 3세대로 이어져왔지만 1세대 팹리스 중에서 살아남은 업체는 저희뿐”이라며 “팹리스가 3세대를 맞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변화하고 있는 단계인 만큼 인력, 자금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에 권 장관은 “중기부는 시스템 반도체 산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팹리스 40개사를 선정해 지난해부터 3년간 6억원의 지원을 시행 중이며, 그 결과 지난해 40개사의 매출이 전년 대비 37.1% 증가했다”면서 “정부가 이처럼 지원을 확대해나가고 있지만 현장의 어려움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 등을 반영해 관계부처‧기관과 함께 정책과제를 구체화하는 등 중소 팹리스 육성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반도체 설계 초기비용 부담완화로 팹리스 창업 촉진 △대기업 파운드리 등과의 협력으로 생산 수급 안정화 △대·중견기업 등 수요기업과의 협력 플랫폼 조성 등을 3대 핵심전략으로 제시했다.

권 장관은 “팹리스는 다품종 소량생산, 연구개발 중심의 경쟁력 확보 등 특성으로 인해 가장 벤처스러운 분야로 꼽힌다”며 “최근 글로벌 AI 반도체 경진대회에서 엔비디아를 넘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은 ‘퓨리오사에이아이’의 사례에서 보여주듯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우리 기업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여주며 그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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