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페이스 시대] '미사일 지침 해제'가 띄운 우주산업…방산기업 심장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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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혜경 기자
입력 2021-09-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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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발사체 개발이 전환점 맞아 우주개발 탄력

한국이 10여년간 개발해온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다음달 21일 발사된다. 누리호는 1단 추진체에 75t급 중대형 액체엔진 4개를 클러스터 형식으로 묶은 300t급 발사체다. 엔진 설계부터 발사까지 전 과정을 한국이 독자적으로 수행한 첫 작품이다. 

앞서 한국은 세 차례 도전 끝에 2013년 1월 '나로호' 발사에 성공했지만, 당시 발사체의 1단 엔진이 러시아의 엔진이었기 때문에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누리호 발사가 성공하면 한국은 미국, 러시아,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인도에 이어 75t급 엔진 개발에 성공한 7번째 우주 강국이 된다.    
 

누리호 발사대 인증시험 모습.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누리호 발사에 더해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사일 지침'이 해제되며 국내 발사체 개발이 전환점을 맞았다. 미사일 지침에는 탄도미사일 사거리 800㎞, 탄두 중량, 고체연료 사용 제한 등의 내용이 담겨 발사체 개발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미사일 지침 해제로 정부는 발사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7월 말에는 지침이 해제된 지 두달여 만에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우주발사체용 고체엔진 연소 시험에 성공했다. 시험에서 사용된 고체엔진의 성능은 누리호의 액체엔진 1기와 같은 급의 추진력(75t)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엔진을 사용한 우주로켓은 2단으로 제작된다.

한국이 독자 개발한 고체엔진 탑재 우주로켓은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2024년께 발사될 예정이다. 이 로켓에는 한반도 지역을 정찰하는 500㎏급 소형 정찰위성이 탑재된다. 정부는 액체엔진 기반 발사체 기술과 고체엔진 우주 발사체 기술을 동시에 확보해 언제든 발사체를 쏘아올릴 수 있는 진정한 우주개발 강국이 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민간 주도의 우주개발인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 대응에도 힘을 보탠다. 이를 위해 고체추진기관 연소시험을 통해 확보된 고체발사체 기술은 관련 절차를 거쳐 민간에 기술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민간기업이 주도해 고체발사체의 제작과 위성 발사 서비스 등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ADD가 연소 시험에 성공한 고체엔진은 앞으로 민간기업들이 최근 주목하고 있는 소형 위성 또는 다수의 초소형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릴 수 있는 우주발사체의 추진기관이다.
 
이 밖에도 다양한 민간기업이 발사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내 발사장 등 인프라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지난 7월 29일 실시한 75t급 국산 고체 우주로켓 엔진 연소 시험 모습. [사진=국방과학연구소(ADD) 제공] 

'뉴스페이스' 시대 성큼···방산기업 기대감 고조
발사체 강국의 원년을 맞아 방산기업들의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지대지(땅에서 쏘아서 먼 곳에 떨어뜨리는 공격) 탄도미사일에 특화된 한화그룹과 비행기처럼 자체 동력으로 목표지점까지 날아가는 크루즈미사일에 특화된 LIG넥스원 등이 미사일 사업에서 새 먹거리를 기대하고 있다. 

국내 미사일 개발이 자유로워지면서 우주개발 사업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으로 나서고 있는 기업은 누리호의 전체 조립을 맡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다. KAI는 앞서 2018년 시험발사체 체계총조립 및 발사에 성공하고 올해 1단부 엔진 종합연소시험도 성공적으로 이끈 바 있다. 지난 2월 뉴스페이스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며 우주시장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도 집중하고 있다.

앞서 3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주도로 발사된 차세대 중형위성 1호기에는 공동개발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2호기부터 5호기까지는 제작과 발사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주관한다.

누리호에 엔진을 공급하는 한화그룹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누리호 1단과 2단에 사용되는 75t급 엔진 5기, 3단에 사용되는 7t급 엔진 1기까지 총 6기의 엔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납품한다. 한화그룹은 그룹 차원에서도 우주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전사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그룹 내 우주산업 전반을 총괄하는 스페이스 허브를 출범했다. 스페이스 허브는 그룹 내 주요 항공우주 계열사인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와 쎄트렉아이가 참여하고 한화그룹 3세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팀장을 맡아 주도하고 있다.

LIG넥스원도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함께 소형급 인공위성 공동연구개발을 시작하는 등 우주산업에 뛰어들었다. 고성능영상레이더(SAR)와 인공위성 지상 통신 단말기 등을 중심으로 위성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 일환으로 한국형위성항법시스템(KPS)의 자체 개발도 진행 중이다. 2022년부터 2035년까지 14년간 총 3조7234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KPS는 고도 3만6000㎞에서 지구를 도는 정지궤도 위성 3기와 경사지구동기궤도 위성 5기 등 총 8기의 위성으로 구성돼 기존 GPS보다 정밀하고 고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KPS가 개발될 경우 미국과 러시아, 유럽연합(EU), 중국, 인도, 일본에 이어 위성항법시스템을 보유한 7번째 국가가 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하는 500㎏급 차세대 중형위성 모습.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KAI) 제공] 

정부도 우주산업 촉진 위해 지원군 자처
전문가들은 국내 우주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책을 통한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발간한 '뉴스페이스시대, 우주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민관 협력 확대 방안'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연구개발 성과를 확산하기 위한 민관협력에서 기업을 혁신투자의 파트너로 역할을 강조하는 민관협력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며 "민간 기업 스스로가 장기적인 투자와 안정적인 고용을 늘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국가우주개발사업 장기적인 비전과 계획에 대한 정책 신뢰도를 높이는 일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우주개발 분야 민관협력 강화를 위한 정부·민간기업의 실효적 협의체를 구성하고 인적자원 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우주산업 지원을 위해 변화에 나섰다. 민간 우주산업을 촉진하기 위해 클러스터를 지정하고, 공공 우주개발 기반시설을 민간에 개방하는 등의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그간 연구개발(R&D) 방식으로만 수행되던 우주개발 사업에 계약 방식을 도입해 민간기업의 이윤 보장에도 나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우주개발진흥법'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입법예고했다. 과기정통부는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올해 안에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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