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판 나왔어요"...'금리인상기' 은행들, 예·적금 고객 유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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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21-09-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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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이자마진·예대율 등 지표 관리 나서

  • 대출 인상률에는 못 미친다는 비판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요 시중은행들이 금리 인상기를 맞아 예·적금 특판을 속속 내놓고 있다. 한국은행이 역대 최저수준이었던 기준금리에 대한 정상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추가 인상을 예고하고 나선 만큼 제로금리를 벗어난 이때를 기회로 보고 고객 유치전에 뛰어든 것이다.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지난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0.25%포인트)에 따라 수신상품 금리를 올린 데 이어 고금리 특판 상품을 출시 중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저축성 수신금리는 시장금리 상승에 힘입어 연 0.97%로 한 달 전보다 0.03%포인트 올랐다. 이는 2020년 5월(1.07%) 이후 1년 2개월 만에 최고치다.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먼저 금리인상 움직임을 보인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30일부터 예·적금 금리를 0.2~0.3%포인트 올렸다. 우리은행 역시 이달부터 예·적금 금리를 0.1~0.3%포인트 올렸다. 1년 넘도록 계속된 초저금리 기간 동안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시중은행 수신상품은 제휴 상품 사용 실적과 신규 가입 등 일정 조건 충족 시 높은 수준의 우대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품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기준금리 더 오르기 전 "초반에 잡아라"
대표적으로 신한은행은 만 29세 이하 고객을 대상으로 최대 연 5.5%의 특별금리를 주는 이벤트에 돌입했다. 주택청약종합저축에 가입하지 않은 만 29세 이하(1991년 이후 출생) 고객이 '신한 마이홈 적금'에 새로 가입하면 최고 연 2.2% 이자에 우대금리 연 3.3%를 추가로 얹어준다. 이달 초부터 연말까지 4만좌 한정 판매를 진행한다. 원래 '신한 마이홈 적금'은 기본금리가 연 1.2%인 상품인데 특별금리를 적용하면 최대 연 5.5%로 훌쩍 뛴다.

SC제일은행은 첫 거래 고객에게 최고 연 1.4%의 금리를 주는 정기예금 특판을 열었다. 입출금식 예금에 30만원 이상 돈을 넣은 고객이 1년짜리 '퍼스트정기예금'에 1억원 이상 금액으로 가입하면 연 1.4%의 금리를, 100만원 이상~1억원 미만 가입할 경우 연 1.35%의 금리를 준다. 시중은행 정기예금에 1년간 돈을 맡길 경우 금리가 0.85% 선인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Sh수협은행은 신한카드, SK플래닛과 손잡고 최대 연 7.9% 금리를 주는 '헤이! 친구 적금'을 판매한다. 기본금리는 연 1.0%로 우대금리까지 포함하면 최대 연 7.9%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월 최대 3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다. 우선 수협은행 마케팅 동의와 자동이체 등 조건을 충족하면 우대금리 최대 0.9%포인트가 제공되고, 신한카드 사용 조건까지 맞추면 특별리워드 연 6.0%포인트가 추가로 지급된다.

BNK경남은행은 한가위 맞이 정기예금 특별판매에 나섰다. 판매 한도는 3000억원이다. 가입금액 등으로 정한 우대금리 조건을 모두 충족하면 6개월 상품의 경우 최고 연 1.15%의 금리를, 12개월 상품은 최고 연 1.4%의 금리를 받는다.

인터넷전문은행 역시 고금리 수시입출금통장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달 모기업인 KT와 함께 고금리 수시입출금 통장인 '스마트통장'을 출시했다. KT 휴대전화 사용고객 중 월 9만원 이상의 요금제에 가입한 고객이면 2년간 연 5%의 금리를 제공하는 수시입출금 통장을 개설할 수 있다.

다음 달 출범하는 토스뱅크는 '조건 없는 연 2% 금리' 혜택을 주는 '토스뱅크 통장'을 공개했다. 상품의 가입 기간과 예치금액과 상관없이 돈을 넣으면 매달 연 2%의 이자를 지급하는 수시입출금 통장이다.
 
연간 경영지표 관리 들어간 은행들
이처럼 은행들이 수신상품을 통해 고객 유치전을 펼치는 배경에는 연말을 앞두고 연간 실적 방어 차원에서 순이자마진(NIM)과 예대율을 관리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은행의 상반기 기준 예대율 평균은 99.1%로 100%에 가깝다. 100%를 넘긴 은행도 있다. 예금잔액에 대한 대출잔액의 비율을 가리키는 예대율은 100%를 넘기면 대출이 예금보다 많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예금을 늘리거나 대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 

또한 은행들이 NIM을 방어하기 위해선 예금 잔액이 두둑해야 한다. 그동안 저원가성 예금인 요구불예금이 NIM 방어에 큰 역할을 했는데 요구불예금 다음으로 규모가 큰 정기예금 잔액도 증가세로 되돌리고자 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년여간 감소한 정기예금, 정기적금 잔액을 일정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에서는 지난달 정기예금 잔액은 전월과 비교해 1.27% 늘었다. 다만 지난해 말과 비교해서는 0.53% 줄어든 규모로 아직 갈 길이 멀다. 정기적금의 경우 지난달 감소폭은 전월 대비 0.22%, 지난해 말 대비 14.61%다.
 
예·적금 금리보다 더 오른 대출금리
한편 일각에서는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 인상률이 대출금리 인상률 대비 지나치게 낮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 기준)는 지난해 7월 말 연 1.99~3.51%에서 지난달 26일 연 2.98~4.05%로 1년 새 1%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그러나 대출금리는 향후 더 빠른 속도로 오를 전망이다.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된 가운데, 시장금리에 기대감이 선반영되며 대출금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 압박에 따른 우대금리 축소 역시 대출금리 인상을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에 가계대출 증가율을 5~6% 수준에서 유지할 수 있도록 대출 총량관리를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올 연말까지는 대략 석 달가량이 남아 있는 상황.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당국이 제시한 목표인 5~6%에 이미 근접해 있는 만큼 은행권 전반에 걸쳐 연쇄적으로 대출을 옥죄는 분위기가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이달 가계대출 증가율이 4%를 넘어선 KB국민은행은 오는 29일부터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집단대출의 취급을 제한하거나 한도를 크게 줄이는 방식으로 추가 대출 제한에 나설 예정이다.

국민은행은 앞서서도 선제적인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지난 16일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우대금리를 각각 0.15%포인트 축소하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비규제지역 DSR 적용 비율을 기존 100~120%에서 70%로, 전세대출 중 생활안정자금 대출에 대한 DSR 비율은 100% 이내에서 70% 이내로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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