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구 외교부 글로벌보건안보대사·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이종구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외교부 글로벌보건안보대사[사진 = 외교부]

 
지난 100년 동안 인류를 괴롭힌 감염병 대유행은 이웃 나라 또는 교류가 많은 나라에 바이러스를 유입시켜 많은 사망자를 초래했다. 그중 인플루엔자가 무려 4회나 된다. 그래서 새로운 유행은 인플루엔자로 추정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2020년 감기 코로나 바이러스가 박쥐새에서 사람으로 종간 장벽을 뛰어넘어 대유행했다. 국경 봉쇄에도 지역사회 전파를 일으켰고 변이를 거듭해 전파속도가 더 빨라졌지만, 백신 접종으로 사망률·입원율은 감소해 다행이다.

그럼 국경 폐쇄, 도시 봉쇄 같은 낡은 대책을 계속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990년대 초 홍콩은 지역 내 모든 닭을 살처분해서 조류 인플루엔자 인체 감염을 막은 적이 있고, 작년 코로나 초기 우한 봉쇄로 국내외 전파를 막은 것은 사실이다. 백신과 치료제가 없으면 이러한 충격적 조치를 하게 된다. 따라서 이웃 국가 간 공조와 협력으로 사회·경제적 피해를 줄여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해당사자들 간 협력과 연대가 더 효과적이고, 이러한 가치의 공유는 정부·학자, 더 나아가 기업 간, 즉 방역 물품의 생산과 분업까지 가능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중국, 일본은 2007년부터 이런 가치 공유를 위해 장관급, 각 방역기관(한·중 CDC, 일본 NIID) 직원들이 진단, 치료, 백신 연구에 협력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북한, 러시아, 몽골과도 협력이 필요하고 미국, WHO, 이들 나라의 학교, 연구소, 기업 간 협력도 중요함이 확인됐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열 스크리닝·추적조사·신속검사(PCR)와 일시 격리 대안보다 봉쇄를 지속했으나 예방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언제, 어떤 방법, 어느 나라와의 국경개방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됐다. 둘째, 방역물자 즉, 개인보호복·진단제(PCR 등)·진단기기·인공호흡기 등의 수출 금지로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지역 내 물자 공동 비축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셋째, 우리 지역의 백신개발(중국·러시아), 생산증대(우리나라 기업)로 필요한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협력이 매우 필요한 상황이다. 넷째, 공공백신·치료제·진단제 개발과 신속한 생산확대(scale up)는 학계·연구소·기업 차원의 협력이 필요하며 무상 원조와 연계돼 추진 중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강점은 무엇일까. 방역물자의 허브(생산기지)가 될 수 있는 정치·지정학적 위치가 장점이다. 첫째는 바이오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생산 규모와 가격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우리나라와 인접한 이 지역 인구가 전 세계 인구의 4분의1로 매우 큰 시장이면서 문화적으로 비슷한 가치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WHO 수장을 배출한 한‧중‧일 3국은 보건의료 협력의 필요성을 일찍부터 알고 공동 협력체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넷째는 지난해 말 유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역공동체의 필요성을 강조한 후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한·미·중·일·러·몽골의 국가 간 협력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가시적으로 이슈를 선점하는 것이다. 방법은 방역에 필요한 국제공공재(global good)인 백신, 치료제, 물자에 관한 공동생산과 비축을 제안하는 것이다. 성공 가능성이 낮아 백신, 치료제 개발에 민간 기업이 투자하기 어렵다. 또한 공공백신 생산 허브로 WHO의 지정을 받는 것이다.

WHO는 m-RNA 백신 생산 허브를 지정 중인데, 아프리카 지역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지난 4월 선정됐다. 아시아 지역 허브로 우리나라가 지정된다면,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 구축은 큰 진전이 있을 것이다. 아직 기술을 공여하겠다는 기업이 확실치 않아 가시화되지 않았으나 다양한 백신 개발에 성공하면 곧 가시화될 것이다. 연구소, 대학, 정부가 협력하여 인력개발과 기술이전을 도와야 한다.

마지막으로 돈이다. 공적개발원조(ODA)와 질병퇴치기금을 방역물자 생산·공여·비축과 인력개발에 사용해야 한다. 즉,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와 재정, 기업체의 생산 인프라, 대학의 연구와 교육 인프라가 합쳐진다면 허브는 물론 협력체도 가시화될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네티즌 의견 0
0 / 300

실시간 인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페이지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