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플랫폼 갈등을 세대 갈등으로 바라보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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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 기자
입력 2021-09-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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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톡 vs 변호사협회, 직방 vs 공인중개사협회, 강남언니 vs 의사협회

  • 전 산업 분야에 플랫폼 갈등 진행 중

  • 전문가 집단 내에서도 세대별 시각차 분명...과연 ‘제2의 타다 사태’인가

  • 기성 집단과 청년 전문가들의 격차 줄일 ‘변수’ 바라봐야

[사진=신보훈 혁신성장기업부 기자]


택시 기사들과 갈등을 빚다 ‘타다 베이직’ 서비스가 종료된 지 1년이 지났다. 탑승 거부·난폭운전·지나친 말 걸기 등 승객들이 불편함을 느끼던 요소를 해결해 입소문을 탄 타다는 택시업계의 ‘생존권’ 저항에 부딪혀 한 번의 좌절을 겪었다. 당시 스타트업 업계는 과도한 규제를 규탄한다며 목소리를 냈지만, 국회는 택시업계의 손을 들어줬다. 많은 이용객이 아쉬움을 보였으나 모두가 개정된 법을 따라야 했고, 타다는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갔다.

‘타다 사태’로부터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우리 사회에서 ‘플랫폼 갈등’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오히려 더 심해진 느낌도 든다. 법률 플랫폼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는 법조 관련 단체들과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은 공인중개사협회와의 갈등이 심화 중이다. 미용의료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도 의료계와의 마찰이 격해지는 분위기다. 이 모든 갈등은 ‘플랫폼 갈등’이라고 이름 붙여지며 ‘제2 타다 사태’로 비유된다.

일반 국민으로선 사실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다. 내가 겪고 있는 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 변호사를 쉽게 찾고, 경제적 상황에 맞는 부동산 매물을 편하게 검토할 수 있는 서비스를 왜 막으려고 하는 것일까. 시술 경험자의 후기를 확인해 마음에 드는 성형외과를 찾아가게 돕는 서비스는 또 왜 문제일까. 이들 스타트업과 갈등을 빚고 있는 단체들은 “플랫폼으로의 종속”과 “생존권 문제”를 내세운다. 수많은 사용자를 확보한 플랫폼은 시간이 갈수록 영향력이 커지고, 각 분야 전문가들의 플랫폼 의존도가 높아져 결국에는 생존권까지 위협당할 것이라는 논리다.

물론, 모두가 동의하는 논리는 아니다. 소비자 접근성을 높여주는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졌을 때 수혜를 보는 집단은 분명히 존재한다. 예를 들면,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지만, 대형 로펌에는 들어가지 못한 청년 변호사. 이제 막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획득해 단골손님은 없지만, 소셜 네트워크(SNS) 활동을 활발하게 펼칠 수 있는 젊은 중개사. 이들은 플랫폼의 영향력을 활용할 수 있다. 인적 네트워크가 부족한 상황에서 큰 비용을 들이지 않는 방법으로 자기 어필이 가능하고, 조금 더 빨리 의뢰인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이미 업계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나 막대한 자본금으로 광고 물량 공세가 가능한 법인 소속 전문가들은 굳이 신생 플랫폼에 힘을 쏟을 이유가 없다. 사회의 물적·인적 자본을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는 기성세대와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청년 세대의 입장이 다른 것처럼, 각 전문분야 안에서도 세대별 입장 차이는 존재한다. 

택시의 모양은 같다. 택시기사들은 전혀 다른 모양으로 나타난 ‘새로운 외부세력’, 타다 차량과 경쟁해야 했다. 하지만 법무법인의 인지도·개업 병원의 유명세·공인중개사무소의 위치 및 규모는 경력과 자본력에 따라 편차가 크다. 지금의 각 전문 집단은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플랫폼을 이용하는 전문가와 이용하지 않으려는 전문가 간의 문제다. 결코 새로운 외부세력과의 경쟁이 아니다. 현재의 갈등을 ‘제2의 타다’ 사태로 보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타트업이 제공하는 각 플랫폼은 기성 전문가와 신생 전문가의 격차를 최소한의 비용으로 줄일 수 있는 변수다. 굳이 스타트업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청년 전문가들에게 플랫폼에서의 활동은 이미 벌어져 있는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최소한의 가능성이다. 과연, 누군가가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갈등의 핵심은 ‘플랫폼으로의 종속’인가 ‘생존권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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