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테크 대신 작은거인···'專精特新' 강소기업 육성
  • 핵심기술, 인재 확보에 '사활' 거는 작은거인
  • 작은거인 상장 장려···베이징거래소 설립 '일사천리'
  • 저장·장쑤·산둥 '작은거인 요람'으로

[사진=신화통신]

 
중국 광둥성 선전시 바오안구 푸닝 첨단산업단지의 한 건물. 입구도, 간판도 눈에 안 띄는 이 평범한 건물엔 전 세계 둘째, 중국 최대 규모의 반도체 인쇄회로기판(PCB) 감광제(포토레지스트) 생산기업 룽다감광(容大感光)이 입주해 있다.

감광제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핵심소재로, 그간 미국·일본 등 외국계 기업이 시장을 독점해왔다. 룽다감광은 자체적으로 핵심 기술을 개발하며 외국계 기업이 독점한 시장 장벽을 뚫는 데 성공했다.

현재 룽다감광은 전 세계 PCB 포토레지스트 시장 점유율 13%를 차지하는 세계 2위 업체다. 중국 내 모든 PCB 상장사가 주요 고객이다. PCB·디스플레이·반도체 포토레지스트를 모두 생산할 수 있는 중국 내 몇 안 되는 기업 중 하나다. 2016년 12월 선전거래소 중소벤처기업 전용 증시인 촹예반(創業板·차스닥)에도 상장했다. 
 
룽다감광은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작은 거인(小巨人)' 육성 프로젝트의 대표 기업이다. 작은 거인은 작지만 경쟁력 있는 강소기업을 말한다. 

작은 거인은 최근 중국 경제의 최대 화두다. 중국 정부는 미래 기술산업을 제패할 '싹수' 있는 강소기업 육성에 적극 나섰다. 
 
빅테크 대신 작은 거인··· '專精特新' 강소기업 육성

[그래픽=아주경제 DB]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지난 7월 말 열린 중앙정치국회의에서 유독 강소기업 육성을 강조했다. 중국 권력 최고 핵심기구인 중앙정치국회의는 매달 말 한 차례 열리는데, 특히 매년 7월 말 열리는 회의는 하반기 정책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회의다. 로이터는 “중국 정부가 정책 지원 방향을 기존의 '빅테크(대형 기술기업)' 대신 특성화된 '작은 거인'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한때 세계 일류 대기업을 만들겠다며 알리바바 같은 빅테크를 지원사격했다. 그간 정부의 규제도 받지 않고 전방위로 사업을 넓혀온 빅테크는 오늘날 시장과 데이터를 장악해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경제 활력을 저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 '공동부유' 실현을 위해 대기업의 몫을 줄이려는 중국 정부로선 독점과 시장 불공정행위를 막는 규제를 쏟아내 대기업을 옥죄고, 대신 중소기업의 활로를 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국 지도부가 육성하려는 건 '전정특신(專精特新)' 기업이다. 전정특신은 전문성(專), 정밀성(精), 특별함(特), 참신함(新)을 가진 강소기업이란 뜻이다. 
 
독일처럼 '히든챔피언'을 육성하겠다는 얘기다. 히든챔피언이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각 분야의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우량기업을 말한다. 독일이 제조업 강국으로 거듭난 비결이 히든 챔피언이다. 전 세계 히든챔피언의 절반 가까이가 독일에 있다.  
 
사실 중국의 전정특신 중소기업 육성은 12차5개년 계획의 첫해인 2011년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중소기업 육성을 시작한 건 2019년부터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그해 5월부터 전정특신 기업 명단을 매년 발표했다. 올해까지 모두 3차례에 걸쳐 4762개 작은 거인이 전정특신 기업 명단에 올랐다. 차세대 정보통신기술, 첨단장비 제조, 신에너지, 신소재 등 하이테크 제조업 분야 기업들이 두루 포함됐다. 앞서 예로 들었던 룽다감광은 1차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 작은거인 기업들

핵심기술, 인재 확보에 '사활' 거는 작은 거인
어떤 기업들이 '작은 거인' 명단에 포함됐는지 중국 중금공사 보고서를 통해 한번 훑어보자. 최근 중국 중금공사는 상하이·선전 증시에 상장한 303개 전정특신 기업을 정리했다. 대부분이 제조업에 종사하는데 기계(94곳), 기초화학(48곳), 제약·바이오(35곳) 업종이 약 60%로 가장 많았다. 

이들 대부분은 시가총액 100억 위안 미만의 규모가 작은 기업이다. 하지만 순익 증가율,  연구개발(R&D) 투자, 수익성 지표가 일반 상장회사보다 높았다. 중금공사가 자체적으로 구성한 전정특신 기업지수 움직임을 살펴보면 2019년부터 현재까지 지수 상승폭이 상하이·선전 증시 우량기업으로 구성된 CSI300지수 상승폭(60%)을 웃돈다.

펀더멘털도 튼튼해 지난 10년간 평균 순익 증가율은 28%에 달했다. 같은 기간 타 업종 증가율을 뛰어넘는다. 자기자본이익률(ROE)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현재 평균 10%에 달한다. 10억원 자본을 투자해 1억원 이익을 창출한다는 뜻으로, 자기자본에 비해 그만큼 이익을 많이 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증시에 상장한 '작은 거인'은 전체의 10%도 안 된다. 대다수는 증시에 아직 상장하지 않은 소규모 기업이다. 

중국 제일재경일보에 소개된 저장성 소재 '작은 거인' 중차이기기(中柴機器)가 대표적이다. 일본 기술을 기반으로 혁신을 모색해 자체 기술로 산업용 변속기를 생산하는 업체다. 이미 수입 제품을 대체하며 업계 선두가 됐다. 현재 중국 산업용 변속기 시장에서 점유율은 35%에 달한다. 보유한 특허만 100여종으로, 대부분이 중국에 '전무'했던 기술이다. 중차이기기는 현재 인력의 4분의1을 R&D 인력으로 채우고 있다. 
 
저장성 소재 또 다른 작은 거인, 워더얼과기(沃德爾科技)는 차량용 센서·컨트롤러 전문 생산기업이다. 중국 토종 브랜드 자동차 80%의 홀 효과센서와 50% 점화코일이 워더얼과기에서 생산된 것이라 한다. 매출의 5분의1을 R&D에 쏟아붓는 워더얼커지는 현재 보유한 특허만 100여종에 달한다.  

중차이기기, 워더얼과기의 특징은 핵심기술을 확보해 특정 분야에 대한 집중력과 전문성을 가지고 높은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인재 유치와 개발에 힘쓴다는 점이다. 제일재경일보는 작은 거인은 높은 연봉, 주식 인센티브, 과감한 권한 부여 등으로 인재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더얼커지는 인재 확보를 위해 독일 자동차도시 슈투트가르트에까지 R&D 기지를 설립했을 정도다. 
 
작은 거인 상장 장려··· 베이징거래소 설립 '일사천리'
작은 거인을 육성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각종 정책 지원도 내놓고 있다. 재정 보조금 지급, 융자 지원, 세수 우대 혜택, 지식재산권 보호, 기술혁신 장려, 시장개척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 정부는 올해부터 시작되는 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에서도 전정특신 기업의 발전을 위해 100억 위안 이상 장려·보조금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작은 거인은 특히 기술개발에 주력하는 만큼 초기 투자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 주식시장에 상장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도 자금난을 해결하는 주요 채널이다. 중국 증권일보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 2일까지 상하이·선전 증시에 상장한 강소기업은 62곳이다. 총 자금조달액은 370억 위안으로 집계됐다. 대부분이 중소 벤처기업 전용증시인 촹예반이나 커촹반에 상장했다. 

하지만 상장을 하기 위해선 시가총액이나 매출 등 방면에서 일정 수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데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라 이를 맞추는 게 쉽지 않다. 그나마 상장 문턱이 낮은 신삼판이라는 장외거래 시장이 있긴 하지만 거래가 상하이·선전 증시처럼 활발하지 않은 게 단점이다. 

중국이 최근 작은 거인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일사천리로 베이징거래소 설립에 나선 이유다.  중국은 베이징거래소의 상장 조건도 대폭 낮췄다. 최저 시가총액 2억 위안, 연간 순익 1500만 위안 이상의 소규모 기업도 상장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커촹반과 촹예반이 최소 시총 10억 위안, 연간 순익 5000만 위안 이상이어야 상장할 수 있도록 한 것과 비교된다. 
 
저장·장쑤·산둥 '작은 거인 요람'으로
  오늘날 작은 거인은 중국 곳곳에 분포돼 있다. 특히 가장 많이 집중된 지역은 저장(288개), 장쑤(285개), 산둥(265개), 광둥(260개), 상하이(262개), 베이징(257개) 등이다. 

이는 이들 지방정부가 강소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작은 거인이 성장하려면 정책 지원과 개별 기업의 노력이 물론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산학 연계형 클러스터(산업집적단지) 구축도 중요하다. 각 지방정부마다 이런 클러스터 구축에 나서는 이유다. 

장쑤성 난퉁의 작은 거인 장쑤탕천(江蘇湯臣)은 이 같은 산학 연계형 클러스터의 도움을 많이 받은 업체 중 하나다. 자동차 에어서스펜션 생산업체로, 그동안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왔지만 지난 4년간 현지 산학연 클러스터를 통해 개발에 매진한 결과 자체 기술력으로 에어스프링 서스펜션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현지 지방정부가 직접 국내 완성차 업체와 다리를 놓으면서 2015년 1억6000만 위안에 불과했던 매출은 연간 갑절씩 늘어나 지난해 15억 위안에 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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