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신도시, 15년째 '출퇴근 지옥'인데…삽 못 뜬 곳도 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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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기자
입력 2021-09-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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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과 30~50㎞ 떨어졌는데…교통 인프라 구축은 수년간 지체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5월 출근시간에 맞춰 김포시 장기역에서 김포공항역까지 김포골드라인에 탑승, 출근길 혼잡을 체험하고 있다. 이날 이 전 대표의 일정은 시민들 사이에서 정치권을 향한 반발차 퍼진 '김포골드라인 릴레이 챌린지', 정치인이 직접 출퇴근 시간 혼잡을 경험해보라는 릴레이 운동에 응답하는 차원에서 잡혔다. [사진=이낙연 전 대표 측 제공]


# 파주 운정신도시에서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는 30대 김모씨는 버스와 지하철에서만 하루 3시간 이상을 쓴다. 비가 오면 출근에만 2시간 이상 각오해야 한다. 집에서 10분 거리에 서는 광역버스는 광화문역까지 한 번에 가지만, 배차간격이 25분으로 긴 데다가 인근에서는 유일한 직행버스여서 출근시간에는 탈 엄두를 못 낸다.

입주 15년차를 맞은 2기 신도시의 교통난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신도시 계획 당시 발표됐던 주요 대책은 지연되거나 취소됐다. 입주 당시만 해도 편리한 서울 접근성을 기대했던 2기 신도시 주민들은 오늘도 길에서 3시간가량 허비하고 있다.

2기 신도시는 김포 한강, 파주 운정, 성남 판교, 화성 동탄 1·2, 위례, 인천 검단 등 10개 지구다. 총 공급 가구 수가 약 61만 가구에 이르는데, 2009년 입주 시작과 함께 모든 지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교통 문제가 불거졌다.

1기 신도시의 경우 서울 도심에서 평균 25㎞ 떨어진 반면, 2시 신도시는 서울과 붙어있는 위례신도시를 제외하면 최소 30㎞, 멀게는 50㎞까지 떨어진 곳에 개발돼 교통 문제가 더 두드러졌다.
 
입주 10년 지나도…서울 가는 지하철은 전무
2기 신도시 주민들의 가장 큰 불만은 입주시기와 교통망 구축의 불일치다. 2013년 입주를 시작한 위례신도시는 '준강남'으로 불릴 만큼 입지적 이점을 지녔지만, 주요 교통대책으로 꼽히는 트램과 위례신사선 등 핵심 교통망은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트램은 2025년, 위례신사선은 2027년 개통 예정이지만 이마저도 불안한 상황이다.

2009년 입주를 시작한 화성 동탄1신도시와 2015년 입주가 시작된 동탄2신도시는 아직 서울을 오가는 전철 노선이 없다. GTX-A노선 공사가 늦어지면서 최소 2025년은 돼야 이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김포 한강신도시 입주 10년 만인 2019년 개통된 김포골드라인은 '지옥철'로 악명이 높다. 서울로 연결된 유일한 경전철이지만, 규모는 2량밖에 되지 않아 출퇴근 시간 혼잡률은 280%에 달한다. 수요 예측에 실패한 결과다. 김포시가 국토교통부로부터 김포골드라인을 승인받은 10년 전 김포시 인구는 약 20만명으로, 50만명에 육박하는 현재의 인구 증가를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지하철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연계교통도 부실하다. 촘촘한 광역 교통망과의 연계를 통해 지역간 이동이 가능해야 하는데 서울과의 직결노선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지하철 개발이 늦어지거나 역에서 먼 지역은 광역버스 노선이 필요한데도 한두 개에 불과한 경우가 많고 이마저도 배차간격이 길다.

정부 관계자는 "국토부에서 광역교통대책을 발표한 이후 사업성 검토 과정에서 기재부 심사에서 막히거나 사업시행자와 지자체 간 협의과정에서 일정이 지연되는 경우가 잦다"며 "일정이 한번 연기되면 몇 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아 입주민이 체감할 만한 교통망 개선이 빠르게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0일 2·4 대책 후속 조치로 제3차 신규 공공택지 14만호의 입지를 확정해 발표했다. 수도권에서 공급되는 택지 중 의왕·군포·안산(586만㎡·4만1000가구), 화성 진안(452만㎡·2만9000가구) 등 2개의 택지는 신도시 규모로 조성된다. 사진은 경기도 안산시 반월역 일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GTX, 시장 안정화 특급열차 될까
3기 신도시에서 가장 핵심적인 교통대책을 꼽으라면 단연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다. 트램과 BRT(간선급행버스체계)도 언급은 됐지만, 주요 교통수단이라기보단 택지지구와 GTX역을 연결하는 게 주목적이다.

지난달 30일 발표한 경기 의왕안산군포 지구는 GTX-C노선, 화성진안은 GTX-A노선을 중심으로 서울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앞서 발표된 고양창릉은 A노선, 남양주왕숙과 부천대장은 B노선과 밀접하다.

그러나 GTX가 공급에 특효약이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신규 공공택지 중 가장 규모가 큰 의왕군포안산 신도시가 그나마 GTX의 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의왕군포안산은 GTX-C노선이 신도시 외곽을 지나 의왕역 정차를 검토한다. 정부의 계획대로 GTX가 건설되면 강남권은 20분, 서울역까지는 GTX 환승으로 35분 걸린다.

신도시급으로 조성되는 또 다른 지역인 화성진안에는 현재 실시설계 단계에 있는 동탄인덕원선과 기본 계획 수립 중인 동탄트램 등이 해당 지구를 지나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부지 동남쪽으로는 GTX-A 동탄역이 있다.

그러나 이곳은 현재 서울 직결 철도가 없어 대중교통 여건은 불편한 편이다. 현재 강남역까지 지하철로 57분, 서울역까지 1시간7분이 걸리는 통근시간은 GTX 연결 후에도 강남역 50분, 서울역 45분으로 줄어드는 데 그친다. 이마저도 역 인근에 위치한 주민만 보는 혜택이다.

특히 이들 지역은 GTX 노선이 지난다는 것 외에는 사실상 교통 인프라가 완전히 갖춰지지 않아 정부 계획대로 교통망이 추진되지 않는다면 주택 수요 분산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픽=아주경제 DB]

 
GTX 개통 안 되면 실패한 교통대책
이 때문에 GTX 개발은 속도전이 중요하다.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2기 신도시 실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 '선(先) 입주 후(後) 개통'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공급 효과가 떨어지는 문제도 피할 수 없다.

정부는 신도시 입주에 맞춰 GTX가 모두 개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A노선은 늦어도 2025년 초, B노선은 2028년 초, C노선은 2027년 초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교통 인프라 구축은 택지개발보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광역철도망이 신도시 입주 시기에 맞춰 개통될지 확신할 수 없는 이유다.

2009년 최초 발표 당시 개통 목표시점이 2016년이었던 A노선은 이미 연기된 개통 목표를 지킬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다. 올해 7월 말까지 공정률은 19.4%로 정부 목표치인 22.8%에 못 미치고 있다.

민자사업으로 추진되는 B노선은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떨어져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가 C노선은 의왕역 추가 정차를 검토하고 있어 당초 계획보다 개통이 늦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역 복합환승센터의 완공이 미뤄지면서 GTX 노선이 개통되더라도 한동안 삼성역은 무정차 운행을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신규택지 대부분이 경기도 외곽인 만큼 광역교통망과 연계하더라도 서울의 주택수요를 얼마나 흡수할 것인지는 확신하기 쉽지 않다"며 "광역교통망 확충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이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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