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산업연구실장)

 


금리 방향이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의 ‘낮게 낮게’에서 이제는 ‘올리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0.50%의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했다. 15개월간 변동하지 않았던 기준금리가 인상돼 우상향으로 방향을 잡았다.

한국을 포함해 글로벌 통화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미국의 통화정책도 이제까지의 완화적인 기조에서 긴축으로 전환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8월 잭슨홀 미팅에서 자산매입 속도를 느리게 하는 것(테이퍼링)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금까지는 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해 매월 국채와 주택저당증권 등을 1000억 달러 이상씩 발행하면서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완화를 시행했었는데, 이제부터는 그 매입 규모를 조금씩 줄이겠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시중 유동성 공급 규모는 점차 줄 것이다. 

매년 8월 열리는 경제정책 심포지엄인 잭슨홀 미팅에 큰 관심이 갔던 이유는 이 행사에 참여한 주요 경제학자와 중앙은행 총재들의 발언이 시장에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연준 의장은 자국 통화정책의 기조가 변화할 것을 잭슨홀 미팅에서 꽤 많이 언급하였다.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 버냉키 연준 의장은 잭슨홀 미팅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했고, 2010년 잭슨홀 미팅에서는 2차 양적완화를 시사했다. 최근인 2020년에는 파월 의장도 물가가 완만한 수준에서 2%의 목표치를 넘어서는 기간이 상당해도 이를 감내하겠다는 것이 핵심 내용인 평균물가목표제를 잭슨홀 미팅에서 언급했다. 

올해 파월 의장의 테이퍼링 시사에 금융 시장의 반응은 덤덤했다. 이유는 긴축을 하지만 그 속도는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언급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금리 인상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긴축 선회로 인한 불안감을 연준 의장이 잠재웠다고 판단하는 것이 더 타당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번 잭슨홀 미팅에서도 역시 미국 연준 의장의 입김이 얼마나 강했는지 증명된 사례가 아닐까 싶다. 

금융 시장의 반응이 아직 크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최근 제기되고 있는 미국 경제의 둔화 가능성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의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세가 다시 심화되고 노동력 부족 현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소비심리나 소매판매 등 소비 관련 지표가 악화되는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일시적이라고 하더라도 물가 상승세가 강하다면 소비자의 구매력은 영향을 받기 쉽다. 즉, 미국 경제가 생각만큼 빠르게 회복되지 않을 경우 통화정책 긴축 정도가 강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백신의 접종 속도가 다시 살아나고 감염 확산 속도가 낮아져 미국 경제 회복이 빨라지면 연준 의장은 다시 긴축의 강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마음을 잡을 수 있다. 

통화정책의 긴축 바람이 강해질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한국 경제는 글로벌 긴축의 강한 바람을 견뎌낼 수 있을까. 2013년 5월 버냉키 전 연준의장이 양적완화의 방향을 되돌리는 테이퍼링을 시사했을 때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와 같은 동남아시아 신흥국의 금융 시장이 요동쳤던 것과 달리, 한국의 주식 시장과 외환 시장은 상대적으로 차분했다. 그 이유는 당시 한국의 외환건전성이 좋았기 때문이다. 외환보유고는 사상 최대치를 보유하고 있었고,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 외채도 그리 많지 않았다. 수출도 잘되어서 외국으로부터 유입되는 달러가 끊이지 않고 있었다. 외환위기를 겪으며 한국의 경제 체질이 업그레이드된 덕분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외환보유고는 2013년 이래로 줄었던 적이 없이 증가 일로에 있어 2021년 2분기 말 현재 4541억 달러를 기록했다.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 외채 규모는 2013년 말 1099억 달러에서 2021년 2분기 말 현재 1780억 달러로 증가해 이 점은 조금 걱정이 된다. 같은 기간 외환보유고 대비 단기외채 비율도 32%에서 39%로 확대되었다. 그러나 1996년 말의 거의 200%(단기외채 703억 달러, 외환보유고 332억 달러) 수준과 비교하면 매우 양호하다. 경제의 안정성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는 외환건전성 측면은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 

그럼 경제 성장세는 어떤가? 코로나19 충격에 반등하는 속도로 보기에는 코로나 변수 영향이 많아서 그것을 제외하고 성장 잠재력을 보면 그리 밝은 모습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가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활용하여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는 성장세가 굉장히 많이 위축되었다. 국가 경제성장률을 집계하는 한국은행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01~2005년 연평균 5%대에 달하던 잠재성장률은 2019~2020년 연평균 2.5%로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사람으로 이야기하자면 외부 충격에 견딜 수 있는 맷집은 좋은데 나름대로 뭔가 해낼 수 있는 원기가 부족하지 않은가 걱정이 된다. 

이번 올림픽에서 9연패를 달성한 양궁 대표선수들의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 바람이 불면 어떻게 활을 쏘는가. 오조준(誤照準)을 한단다. 과녁을 향해서 정확하게 조준하는 것이 아니란다. 바람을 고려하여 과녁 밖을 향해서 활을 쏜단다. 목표 지점이 아닌 곳을 향해 시위를 당길 자신이 있는 궁사만이 아홉번 연속 금메달을 거머쥘 자격이 있다. 

한국 경제는 가고자 하는 목표 지점이 있는가. 그곳을 향해 시위를 당길 준비는 되어 있는가. 한국 궁사들이 보여줬던 안정적인 심박수, 그 정도의 내공을 보여줄 힘이 있는가. 목표 지점에서 한참 벗어난 곳을 조준하더라도 10점 만점 과녁에 꽂힐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 있는가.
 
 
 
홍준표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농경제학과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농경제학 박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팀장 ▷고용노동부 고령화정책TF ▷한국장학재단 리스크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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