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1170조원 가치' 탈레반 "韓과 경협 희망"...정부 "국제사회 동향 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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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원 기자
입력 2021-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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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 조직원들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에 위치한 대통령궁을 장악한 모습.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은 이날 대통령궁도 수중에 넣은 뒤 "전쟁은 끝났다"며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앞서 이날 탈레반이 카불에 입성한 직후 국외로 도피했다. [사진=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조직 탈레반이 23일 한국 정부에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받고 싶다며 한국 기업과의 경제 협력을 제안했다. 탈레반이 한국 정부에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탈레반 정권이 인권을 존중하고 보편적인 국제규범에 따를 경우 대(對) 아프간 외교를 확대할 수 있다며 경협 가능성을 열어뒀다. 

탈레반의 대외 홍보 조직인 문화위원회 소속 간부 압둘 카하르 발키는 23일 연합뉴스와 문자 메시지를 통한 인터뷰에서 "아프간의 합법적인 대표 정부로 인정받기를 희망한다"며 "한국 지도자 및 경영인과 만나기를 원하며 경제적·인적 교류를 강화하기를 강력히 바란다"고 밝혔다. 

◆탈레반, 아프간 광물과 韓제조업 콕 집었다

탈레반은 구체적으로 아프가니스탄의 풍부한 광물과 국내 전자 제조업 분야의 협업 가능성을 제시했다. 탈레반은 "아프간에는 리튬 등 손대지 않은 광물자원이 풍부하다"며 "한국은 전자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를 이끌고 있는 나라로, 아프간과 함께 서로의 이익을 위해 협력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프간 국민은 오래 계속된 싸움과 큰 희생 후에 외국 지배에서 벗어나 자기결정권을 갖게 됐다"며 "한국 정부가 아프간의 미래 정부와 돈독한 관계를 맺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탈레반은 지난 17일 아프간 수도 카불을 장악한 이후 처음으로 연 기자회견에서 평화와 경제를 강조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위기를 벗어나 경제가 회생하고 번영이 도래하도록 다른 국가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탈레반 정권이 경제 번영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다는 뜻이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점령한 지 일주일째에 접어든 후 예상됐던 경제 위기는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외국 주둔군의 철수 뒤 소비지출 감소, 자국 통화의 가치 하락, 외화 부족으로 경제위기에 직면하면서 국제사회에 유화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다. 
 
◆최빈국 아프간, 광물·배터리 가치 1조 달러

특히 탈레반은 한국과의 경제 협력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프간은 국제통화기금(IMF)의 2021년 기준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 전망치가 592달러에 불과한 세계 204위 최빈국이지만, 아프간 전역에 묻혀 있는 철·구리·금 등 광물을 비롯해 희토류와 충전용 배터리에 쓰이는 리튬 등의 가치는 1조 달러(약 1170조원)에 달한다. 

이에 외교부 당국자는 "인권을 존중하고 보편적인 국제규범을 준수하는 국가와는 항상 협력한다는 정부의 기존입장과 같다"며 "아프간 재건 지원을 포함한 대(對)아프간 외교 정책에 대해 국제사회 동향을 주시하고 긴밀히 협의하면서 지속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 정세에 따라 탈레반과도 경제 협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탈레반을 합법 정부로 인정할지를 놓고 주요국은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국제사회를 향해 탈레반을 포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고, 미국은 "향후 우리의 태도는 탈레반의 행동에 달려 있을 것"이라면서도 탈레반 정권을 인정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과거 탈레반을 합법 정부로 인정하지 않았던 일본은 미국 등 관계국과 연대해 새 정부의 태도, 타국 동향을 지켜보면서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탈레반이 국제사회에 부합하는 수준의 국제 규범을 준수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탈레반은 2007년 아프간 주둔 한국군 고(故) 윤장호 하사를 폭탄 테러로 숨지게 하고, 같은 해 분당 샘물교회 자원봉사자 23명을 납치했다가 2명을 살해한 사건에 대해서는 수동적인 입장을 밝혔다. 탈레반은 "자결권에 따라 우리 권리를 방어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제 과거 속에서 살지 않고 미래를 바라봐야 하는 게 시급한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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